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빠르게 진화하는 정보사회 속 점점 흐려지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많은 혁신이 일어나는 세상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주간 프로그램 '가상의 시대' 진행에 한덕인입니다.
혹시 여러분께서도 ‘유니콘기업’이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유니콘’이라 하면 하얀 털에다 이마엔 뾰족한 긴 뿔을 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전설 속의 말이지 않습니까?
유니콘기업은 혁신의 심장이라 불리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의 실리콘밸리에서 생겨난 말인데요.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 설립한 지 10년 이하의 스타트업을 일컫는 말로 때론 간단히 유니콘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이란 혁신적 기술과 참신한 발상으로 기존에 주변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독창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립된 신생 창업기업을 말합니다.
미국에서는 유니콘이란 말이 실리콘밸리에서 큰 성공을 거둔 스타트업 기업을 통칭하는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북미 지역은 유니콘기업의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따라 남한을 비롯한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잘 발달한 미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신생기업들이 많습니다.
최근 미국의 수도인 이곳 워싱턴 DC에서는 미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남한의 창업기업 20여 개가 참가한 스타트업 전시회가 11월 2~3일 양일간 개최됐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혁신센터 워싱턴DC(KIC DC)가 주최하고 조지워싱턴대학교 혁신창업단, 바이오오케스트라, 트윈스김치, 한국수자원공사 미국지사, 프랭클린 어드바이저리(Franklin Advisory) 등 한미 양국 5개 유관기관의 후원을 받아 ‘인간의 삶과 과학기술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접근’이란 주제로 진행된 행사였는데요.
전시회를 주최한 한국혁신센터는 미국 워싱턴 DC 지부 및 서부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지부와 더불어 독일 베를린 지부, 중국 베이징 지부 등 4개 지역에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취지로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비영리기관입니다.
전시회 첫날인 지난 2일에는 저도 취재를 위해 지하철을 타고 행사장으로 향했는데요.
워싱턴DC 랑팡 프라자(L’Enfat Plaza) 역에서 내리고 몇 분 걸어서 이날 행사장인 내셔널몰 힐튼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이날 전시회에서 특히 눈길을 끌었던 시간은 ‘스타트업 피칭대회’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피칭대회란 각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관계자가 심사위원 앞에서 주어진 시간 내 자사 제품과 사업 계획을 직접 발표해 평가받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인데, 똑 부러지는 사업 설명을 통해 궁극적으로 투자유치 기회를 얻어 가는 것이 요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 전시회의 경우 각 스타트업에서 나온 발표자가 5분간 회사가 보유하거나 개발 중인 혁신 기술과 미래 사업계획 등을 발표한 뒤 심사위원과 3분간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는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오전에 진행된 1부 바이오텍, 즉 생명공학기술 관련 피칭대회에서는 생생한 입체 영상을 구현하는 라이트필드 3차원 디스플레이, 그러니까 안경 없이도 3차원 화면을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모픽’(MOPIC)이란 스타트업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화면에서 나오는 모든 빛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여 평면 티비에서도 3차원 공간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기술인데요.
특히 내시경과 현미경 수술, 나아가 교육용 시뮬레이션에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의료 분야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입체감과 거리감, 그리고 깊이감을 보여준다는 특징은 상대방과 얼굴을 보고 하는 화상통화에서 마치 상대가 눈 앞에 앉아있는 것 같은 실재감을 느끼게 한다거나, 자동차 후방 카메라, 공사 현장 원격 관리, 나아가 기존에 보던 평면 광고보다 더 큰 몰입감을 제공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모픽 측은 설명했습니다.
오후에 진행된 2부 정보기술 관련 피칭대회에서는 주방 자동화 시스템 개발 회사인 ‘애니아이’(ANIAI)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애니아이는 남한 카이스트대학교의 전자, 로봇 석박사들이 모여 만든 기술 기반 스타트업으로 음식을 만드는 로봇 체계를 설계하는 회사입니다.
업체 측은 주방에 자사의 로봇 체계를 도입하면 구인난에 시달리는 요식업계의 부족한 노동력을 보완하는 것은 물론 음식의 질도 보장할 수 있다고 피력했습니다.
앞서부터 홍합 족사에서 추출한 단백질을 활용한 의료용 생체접착제 기술 상용화를 추진해온 ‘네이처글루텍’(Nature Gluetech)이라는 스타트업도 있었는데요.
보통 크게 넘어져서 피부가 찢어지고 상처가 나면 물리적으로 봉합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지나면 상처는 아물지만 그래도 눈에 선명히 보이는 흉터는 남는데요.
이 업체가 이날 발표 화면에 공개한 관련 임상 실험 사진에서는 이들이 개발중인 의료용 접착제를 찢어진 피부에 발랐을 때 흉터의 잔상이 거의 남지 않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 밖에도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도로 위험정보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하여 미연의 사고를 방지하는 목적의 스타트업부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사이버 보안 기술 업체, 증강현실 기술을 아이들의 교육에 도입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회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첨단 기술을 앞세운 업체들이 각자 추진하는 사업의 중요성을 피력했습니다.
주최기관인 한국혁신기술센터는 지난 4일 행사가 막을 내린 후 보도자료를 내고 이번 ‘테크서밋’ 행사에서는 동부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초대된 정부, 회사, 기관, 투자자, 학계의 유력 인사들이 한국의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들과 교류할 기회를 가졌다고 전했습니다.
또 전시회에 참여한 기업들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총 80여 번의 투자자 미팅을 가졌고 이 중 60%는 기업이 후속 만남을 예정하고 있어 미국 진출을 목표로 투자 기회를 도모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센터 측은 나아가 워싱턴 DC 지역에서 참석한 50여 명의 투자자와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미국 진출이 준비된 남한의 기술기반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기술과 사업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글로벌 창업생태계 분석기관인 ‘스타트업 게놈’의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유니콘기업의 수는 2020년에서 2021년 사이에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지난 7월 남한의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남한에서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몸값이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이 지난해 말보다 5개 늘어난 23개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당시 발표에서 “특히,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 10억 달러 이상 기업이 지난해 말 71개에서 36개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과 비교할 때, 새로 탄생한 거대신생기업수가 반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벤처강국으로 한발 더 나아간 모습이어서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기업 분석회사 ‘씨비인사이트’(CBINSIGHTS)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1천200개 이상의 유니콘기업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또 이들 기업의 총 누적 가치는 무려 3조 8,710억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수준인데요.
스타트업 창업을 통해 대대적인 혁신을 불러일으키려는 노력은 세계 각지에서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북한에서는 국가에서 돌리지 않는 공장을 빌려 직접 제조업을 하거나 무역 사업에 나서 외화를 버는 돈주와 같은 신흥 자본 세력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하는 창업의 개념과 맞물리는 부분이 없지 않은데요.
실상 북한의 정치 체제로 인한 한계로 북한에서 일반인이 소위 ‘기업가 정신’을 갖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제사회의 북한과 외교적 교착상태가 해소되면 북한의 스타트업 생태계 역시 활성화할 수 있을 거란 전망도 있습니다.
언젠가는 해외에서 북한 개인사업자가 나오는 스타트업 전시회를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보며 이 시간을 마무리하겠습니다.
MC: 네, 첨단 기술을 앞세운 스타트업 창업을 주제로 전해드린 RFA 자유아시아방송의 주간 프로그램 '가상의 시대',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한덕인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