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다른 ‘민의의 전당’: 북한과 자유세계] 유튜버와 인민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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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북한 김씨 가문의 독재체제와 미국과 유럽, 남한 등 소위 '자유 민주주의 진영' 국가에서 법이 생겨나고 적용되는 원리와 생활 속 사례 등을 대조해보고 살펴보는 RFA 주간프로그램 <너무 다른 '민의의 전당': 북한과 자유세계> 시간에 한덕인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첫 시간은 ‘감시사회’란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혹시 여러분도 ‘유튜브’란 것을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유튜브는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로 특히 유명한 미국의 다국적 정보기술(IT)기업 ‘알파벳’이 소유하고 있는 초 거물급 자회사 중 하나인데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터넷 동영상 공유사이트로 말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 퇴근길 지하철에 몸을 맡긴 채 손전화기로 한 소셜미디어 사이트를 뒤적거리던 중 흥미로운 내용의 기사 하나가 눈길을 잡아끌었습니다.

유튜브에서 방송 활동을 하는 남한의 한 시민 유튜버에 관한 얘기였는데요. 기본적으로 ‘유튜버’란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각종 동영상을 수시로 올리며 다른 사람들에게 볼 거리를 제공하는 사람을 부르는 말입니다.

<MBN 녹취> 마약사범을 꾀어내 경찰에 신고하고 검거를 돕는 유튜버가 있어 화제입니다. 이 유튜버가 잡은 마약사범만 100여 명이라는데요…

그 내용을 듣자하니 작년 10월 ‘동네지킴이’란 이름으로 유튜브 개인방송 채널을 개설한 해당 남성을 중심으로 시민들이 모여 3개월 간 무려 100명이 넘는 마약사범을 붙잡아 경찰에 넘겼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MBN뉴스와 연합뉴스 등 남한언론에 따르면 해당 ‘동네지킴이’ 유튜버는 마약사범뿐만 아니라 아동성착취물 소지자도 찾아내 경찰에 신고하고 범인을 검거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방송해왔다고 하는데요.

‘동네지킴이’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보니 마약을 소지한 전직 조폭을 추적해 경찰에 넘겼다는 제목의 영상부터 미성년자 성매매를 시도, 또는 음주운전이 의심되는 차량을 잡아냈다는 내용 등의 ‘추격전’을 담은 영상 수십 개가 올라와 있었습니다.

얼마전 해당 채널에 ‘아동성착취물 소지자의 최후’라는 식의 제목으로 올라온 영상에서는 불법 행위로 ‘동네지킴이’에게 덜미를 잡힌 한 남성이 제발 경찰에 신고하지 말아 달라며 그에게 울며 사정하는 모습도 담겨 있었습니다.

< 유튜브 ' 동네지킴이 ' 녹취 > 안 돼요. 저한테 하지마세요 선생님. 저한테 우시고 비셔도 상관 없어요. 무릎 꿇으셔도 상관 없고, 뭐든 한다해도 저는 받을수도 없고…

영상 후반부는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이 ‘동네지킴이’에게 해당 남성을 잡은 전후사정을 듣고 난 후 잡힌 남성을 경찰서로 연행해가는 모습으로 마무리 됩니다.

‘동네지킴이’는 배달음식 전문업체를 운영하는 20대 후반의 평범한 시민이라고 하는데요.

일반인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범인을 잡아낼 수 있었을까요?

보도에 따르면 ‘동네지킴이’는 인터넷 사회관계망 트위터와 익명으로 진행되는 인터넷 대화방 애플리케이션 등을 돌아다니며 마약사범 등 잠정 범죄자로 의심되는 인물을 찾아 낸다고 합니다.

특히 요즘에는 성관계를 대가로 마약을 함께 하자고 꼬드기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동네지킴이’의 경우 앞서 그의 방송을 보고 고정적으로 도움을 주는 조력자가 10명을 넘었고, 이메일과 손전화기 메신저 등으로 들어오는 제보도 하루 평균 10~15 건을 넘긴다고 합니다.

이렇게 남녀 조력자들이 역할을 나눠 당사자와 연락해 약속을 잡은 다음 동네지킴이가 현장을 급습해 마약사범을 붙잡고 경찰에 넘기는 방식인데요.

그러니까 그를 중축으로 시민들이 모여 하나의 잠복수사를 벌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제 북한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일단 좀 전에 소개해드린 유튜버 ‘동네지킴이’에 관한 이야기에서 나타난 ‘시민이 시민을 잡아낸다’라는 개념을 북한에 적용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북한의 ‘인민반장’이었는데요.

일반적으로 외부에서 바라보는 북한의 인민반장에 대한 인식은 대충 이렇습니다.

일단 인민반장은 북한 최말단 행정조직 인민반 소속으로 북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일을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사무소의 지시를 전달하거나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낱낱이 지켜보고 주민의 동향을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정부에 보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인데요.

이렇게 알려진 데 의하면 일반 주민들 사이에서 인민반장을 곱게 보는 시선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입니다.

물론 이와 같은 다소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지금까지 인민반장에 관해 외부에 알려진 증언 등에 기반한 하나의 편입견과 같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실제 북한에 계시는 일반 주민분들과 ‘인민반장’의 관계는 어떤 모습일지 많이 궁금할 따름입니다.

얼마전 올 새해에 들어 저희 방송이 북한 내부 소식통으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 북 주민, 거름전투 압박에 "배고파 거름생산 못한다") 중에는 북한 당국이 지시한 거름 전투로 주민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함경북도 무산군의 한 소식통은 거름전투기간 인민반 주민들은 200킬로의 거름을 생산해 바쳐야 하는 가운데 “품질 좋은 거름을 제 기간에 생산해 바치지 못하면 세대를 책임진 인민반장에 대한 총화사업이 뒤따른다는 게 당 조직의 경고”라고 전했는데요.

그러면서 “이에 인민반장들은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거름생산 계획을 완수하라고 다그치고 있다”면서 “인민반장의 성화에 화가 난 일부 주민들은 ‘배가 고파 거름 생산할 힘도 없다’며 애꿎은 인민반장에게 반발하고 있다”고 증언했습니다.

사실 이과 같은 대목에서는 북한 당국의 이해하기 어려운 강압적인 요구로 인해 인민반장 역시 일반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항상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또 다른 ‘피해자’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드는 부분입니다.

최근에 미국을 방문하신 탈북민 작가님 한 분과 저녁식사를 갖고 북한의 인민반장에 대한 견해를 여쭤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날 그분께 들은 말씀의 요지는 북한의 모든 인민반장이 나쁘다는 인식이 옳다고만 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는데요.

당국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하는 주민들을 대신해 소위 총대를 매는 인민반장의 사례도 없지 않다는 얘기가 머리에 계속 맴돌았습니다.

예를 들어 당국이 특정 기일까지 갖다 바칠 것을 요구하는 양의 곡물을 채우기 어려운 주민의 몫을 자신의 몫으로 채워 주는 인민반장도 있다는 일화부터, 탈북을 시도해 쫓기는 주민을 위해 웬만하면 당국에서 수색하지 않는 자신의 집을 내주어 숨겨준 실제사례 등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얘기들이었습니다.

다만 이처럼 듣는 이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증언을 외부에서 접할 수 있는 경우는 그 반대 사례에 비해 더욱더 드물기 때문에 이를 인민반장의 본모습으로 일반화하기 어려운 현실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북한의 감시체계는 정권의 유지를 위해 국민들을 감시하는 국가적인 체계로 구성되어 있는 반면 민주주의 국가의 감시사회 체계는 국민들의 안전을 위한 경찰과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뚜렷한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과 더불어 민주주의를 앞세운 일부 국가들도 이러한 시민들로 구성된 감시체계를 자국법으로 규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그러한 감시체계의 지향점은 애초부터 엄연히 다르다는 겁니다.

미국에서는 시민으로 구성된 감시체계의 일환으로 ‘네이버후드 와치’(Neighborhood Watch)라고 불리는 민간인 조직이 존재합니다. 그 말을 풀자면 ‘동네감시단’ 또는 ‘마을방범대’ 정도로 부를 수 있을 듯 합니다.

미국 동네를 돌아다니다 보면 입구 쪽에 ‘네이버후드 와치’ 표식이 담긴 표지판이 걸린 동네를 간간히 볼 수 있는데요.

미국 경찰의 교육을 받은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하나의 동아리라고 할 수 있는데, 자신들의 거주 지역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보고 경찰관에게 범죄 행위를 신고하는데 사용됩니다.

이들의 활동은 미국의 자치법에 기반하며, 그 활동은 경찰과 시민들간의 협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따라서 이런 시민 감시활동의 목적은 개인과 이웃주민의 안전을 위한 것이지, 어떤 정권의 유지를 위해 시민들의 생활과 정치적 행동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앞서 소개해드린 ‘동네지킴이’ 얘기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이 유튜버 ‘동네지킴이’가 100명을 웃도는 많은 범죄자를 잡을 수 있었던 건 일종의 잠복수사 작전을 썼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일각에선 그가 인터넷 개인 방송을 통해 범인을 검거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MBN 녹취 >…다만 범죄 제보 과정에서 개인 정보 침해 등 그 방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남한의 현행법상 일반 시민이 다른 범법자를 잠복해서 잡는 것은 합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남한의 MBN 뉴스는 지난 11일 이와 관련한 보도에서 “직접 범죄자를 쫓거나 신고 장면을 촬영하는 유튜브 채널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운데, 자칫 수사에 방해가 되거나 위법한 방법들이 묵인 또는 방관, 남용되지 않도록 관련 지침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해당 채널에 게재된 영상과 관련 기사에 사람들이 단 댓글들을 살펴보면 ‘동네지킴이’를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며 그의 활동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있는 반면, 그 또한 과거에 범죄전력이 있다는 등 이런 활동을 할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엇갈리는 모습입니다.

어떻게 보면 1인 방송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가 자자한 유튜브란 매개의 순기능과 역기능이 수면 위로 동시에 떠오른 모양새입니다.

다만 이번 시간에 무엇보다 여기서 눈 여겨 볼 점은 해당 사안이 공론화됨으로써 사회적으로 팽배한 범죄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하나의 화두가 되는 효과와 더불어 법적 틀을 벗어난 시민 감시 활동이라는 사안에 대해 후속적인 논의와 대책 마련이 가능한 모습은 역시 북한에선 보기 어려운 민주사회의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MC: 네. ‘감시사회’란 주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해드린 RFA 주간프로그램 <너무 다른 ‘민의의 전당’: 북한과 자유세계>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진행에 한덕인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한덕인,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