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외교적 고립 자초하는 북한

북한이 최근 들어 해외 공관을 잇달아 폐쇄하고 있습니다. 2023년 11월 스페인, 우간다 대사관, 홍콩영사관을 폐쇄한데 이어 12월에는 방글라데시, 콩고, 기니, 세네갈 대사관 직원을 철수시킴으로써 해외 공관 폐쇄 조치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에만 7곳의 해외 공관이 문을 닫아 국제사회에서 외교활동을 포기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의 수교국은 159개국에 달합니다. 그 중에 재외공관을 둔 나라는 50여 개국에 불과했는데 해외 공관 축소 정책이 계속된다면 북한의 재외 공관 수는 40여 개국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다가는 북한보다 국력이 약한 아프리카, 중남미의 약소국들과 비슷한 재외 공관 숫자를 갖게 될지도 모릅니다.

군사강국이라고 큰소리치고 있지만 북한은 경제 정치 외교 문화 등 모든 면에서 동아시아 내 다른 국가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만큼 압도적인 열세에 놓여있습니다. 오로지 김씨왕조 체제유지를 위해 핵개발에 몰두하고 벼랑 끝 전술, 막무가내식 외교전략으로 일관하다보니 국제사회에서 시리아, 이란, 아프리카의 일부 독재국가를 제외하고는 북한과 정상적인 외교 관계를 설정하려는 나라들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북한이 유엔 등 국제 외교무대에서 반칙과 위협, 공갈을 일삼는 것은 북한의 외교전략이 오로지 체제보위와 김씨일가에 대한 충성도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외교관은 최고 권력자의 지시가 법보다 앞서는 독재국가 특유의 경직성 때문에 당의 결정을 감히 거스르는 협상을 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협상 조건이 과거 김일성, 김정일 때나 지금 김정은의 말 한 마디로 결정된다고 합니다. 때문에 북한의 외교관들은 목숨을 걸고 외교에 임한다고 탈북 외교관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자기네 정권수립의 일등 공신이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와 대립구도를 지속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우호관계만 잘 관리한다면 다른 나라와의 외교관계는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배짱외교 전략으로 임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외교의 또 다른 특징은 어떻게 해서든지 미국의 관심을 끌어내기 위해 협박과 벼랑끝 외교를 시종일관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핵과 미사일 개발로 미국의 안보를 위협해 수교조약을 이끌어 낸 다음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원조를 끌어들여 경제난을 극복한다는 것이 북한 외교의 궁극적 목적이 되고 있습니다. 김정일 정권 이래 수십 년간 지속되고 있는 북한의 협박과 벼랑끝 외교전술은 이미 미국과 국제사회에서 그 바닥이 훤히 들여다보여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외교관을 외교일꾼이라고 부릅니다. 차라리 외교 전사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북한 외교관은 고압적이고 전투적이며 무례하기로 소문이 났습니다. 국제적인 규범과 외교관례를 무시한 채 일방적인 공격과 선전선동, 때로는 고위 외교관이 외국 국가원수에 대한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습니다. 유엔총회 등 국제회의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난동을 부리기도 하고 회의 중에 소리를 지르는 등 깡패 집단이나 할법한 언행을 보이기도 합니다.

북한 외교관들이 이처럼 도전적이고 무례한 언동을 일삼는 것은 외교관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사전에 철저히 준비된 계획에서 나온 것이라고 고위 외교관출신 탈북민들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 외교관들은 주재지역에 상관없이 항상 상호감시체제 안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충성도를 증명하기 위해서 도전적이고 과격한 언사를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탈북외교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외교관의 월급은 일반 주민들에 비하면 월등하게 높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해서 대부분의 외교관들이 대사관 내의 비좁은 공간에서 합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재외공관들에게 매년 충성자금을 보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외교관들은 마약 밀매, 밀수 등 불법 행위에 내몰리고 있으며 심지어는 주재국에서 술과 담배, 음식 장사에 나서기도 합니다.

‘국제조직범죄방지세계계획’은 2017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 30년간 북한 외교여권 소지자들이 관여한 코뿔소 뿔, 상아 밀수 사건은 18건 이상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면서 해외공관의 위신도 땅에 떨어졌습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의 해외 공관들은 도산과 파산을 거듭해가며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관 유지비를 보내주지 않아 수도세와 전기세도 제대로 못 내는데 어떤 나라가 북한의 외교관을 존중하겠습니까.

북한은 한때 120여 개국에 대사관이나 대표부를 두었지만 대북제재와 경제파탄으로 인해 해외공관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공관운영비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외교관들이 각종 범죄에 연루되면서 추방되고 공관들이 폐쇄되어 현재는 약 50개 국가로 줄어들었습니다. 이중에서도 중국, 러시아 등 5개 나라를 제외하면 대사를 포함해 3명 내외로 운영되는 미니 공관이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북한이 국제질서에 입각한 정상적인 외교활동을 포기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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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