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제주와 독도에 중·러 전투기 ‘순찰’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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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보려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 네트워크의 이일우 사무국장 연결합니다.

-러 폭격기, 한반도 상공서 공동작전

( 진행자 ) 중국과 러시아가 6월 6일과 6월 7일 이틀 연속으로 한반도 주변에서 대규모 무력시위를 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 이일우 )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서 가장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는 한국에서는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아서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중국과 러시아 국방부가 6월 6일, 각각 보도자료와 영상, 사진을 공개하고, 양국이 <제6차 합동 공중전략순찰>을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부터 시작된 중국과 러시아의 순찰은 중국은 장쑤성이나 저장성, 안후이성 지역에서 전투 기와 폭격기를 발진시키고, 러시아는 중국 헤이룽장성 맞은 편에 있는 아무르주 우크라인카 공군기지와 블라디보스토크 인근의 공군기지에서 발진한 폭격기와 전투기, 조기경보기로 한반도 주변을 함께 비행하는 형태로 진행돼 왔습니다.

( 진행자 ) 중국과 러시아에서 사용한 작전명에 '순찰'이 들어가는데, 다른 나라의 하늘에 와서 중국과 러시아 전투기들이 순찰을 하다뇨?

( 이일우 ) 사전적 정의의 '순찰'은 돌아다니며 살핀다는 의미로 순찰 지역에 대한 관할권을 가진 국가나 조직, 사람이 실시하는 것인데, 중국과 러시아가 순찰한 비행경로를 선으로 이어서 보면, 한국의 제주 남쪽 해역, 대한해협, 울릉도와 독도 인근입니다. 다시 말해 중국과 러시아와는 관계없는 한국 영공 근처, 즉 한국방공식별구역에서 이루어지는 순찰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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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6일(사진 왼쪽)과 6월 7일(사진 오른쪽) 중국-러시아 무력시위 비행 항적 /사진 출처: 일본 통합막료감부

( 이일우 )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은 아니지만, 해당 구역에 군용기를 보내면 군사적인 위협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사전에 해당 국가에 비행 일정과 내용, 목적을 통보하는 것이 관례이고, 해당국이 반발 하면 해당 구역에 항공기를 보내지 않는 것이 외교적 예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사전 통보도 없이 한국방공식별구역에 일반 군용기도 아닌 공격용 무기인 폭격기를 보냈습니다.

과거 합동공중전략순찰은 당일치기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6일과 7일 이틀 동안 실시됐고, 동원된 전력도 역대 최대 규모로 확인됐습니다. 무력시위 성격인 만큼, 일본은 관방 장관이 나서 중국과 러시아에 강력하게 항의했는데, 정작 최대 피해 당사국인 한국정부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중러 전투기 22대, 제주에서 독도까지 '순찰'

( 진행자 ) 매년 실시하는 무력시위인데, 올해는 약간 다른 부분이 있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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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H-6K 폭격기 /사진출처: 중국 국방부 (user)

( 이일우 ) 중국과 러시아의 합동공중전략순찰은 매년 비슷한 형태와 규모로 진행됐습니다. 양측은 폭격기 2대를 기본으로 보내고, 이를 엄호하기 위해 조기경보기나 전투기 몇 대를 붙여주는 식으로 순찰을 해 왔는데, 이번에는 폭격기 각각 2대씩을 포함해 무려 22대의 폭격기와 전투기가 동해와 남해 일대에서 대규모 편대 비행을 실시했습니다.

중국 측에서는 H-6K 폭격기 2대와 J-11 전투기, J-16 전투기를 보냈고, 러시아 측에서는 Tu-95MS 전략폭격기 2대와 MIG-31BM 전투기, Su-35 전투기, A-50 조기경보기를 보내 각각 동해와 남해에서 편대 비행을 한 뒤, 한국의 울릉도 인근에서 합류해 동해 일대를 크게 한바퀴 돌고 대한해협과 제주 남방 해역 상공을 통과해 중국으로 돌아갔습니다.

( 이일우 ) 러시아 폭격기는 이틀째 되는 날 중국 비행장에서 이륙해 일본 오키나와 인근 해역에서 무력시위를 한 뒤 전날 왔던 루트를 거슬러 동해를 경유해 러시아로 돌아갔습니다.

이번 훈련은 예년에 비해 규모가 커졌고, 기간도 길어졌고, 비행 범위도 더 확장됐습니다. 한반도 주변 공역은 물론, 오키나와 군도의 미야코해협까지 진출했는데, 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유사시 군사작전계획에서 폭격기들의 작전 범위가 그만큼 확장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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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Tu-95MS 전략폭격기 /사진출처: 러시아 국방부 (user)

( 이일우 )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훈련을 영상으로 공개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항공기들의 기체 번호를 모자이크 처리하는 보안 조치를 실시했습니다. 어느 부대에서, 어떤 전력이 참여했는지 파악하지 못 하게하기 위한 것입니다.

중러 , 미일 향해 한반도 상공'영향력' 과시

( 진행자 ) 무력시위에 참여한 전력은 어떤 전력이고,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요?

( 이일우 ) 중국과 러시아는 모든 폭격기 사진과 영상에 모자이크 처리를 했지만, 이들이 대한해협과 대마도 인근 공역을 통과해 동해에 진입할 때, 그 길목에 있는 일본 항공자위대 쓰이키 기지에서 제8 항공단 6비행대 소속 F-2 전투기가 따라붙어 근접 사진을 촬영해 공개하면서 훈련 참여 전력의 정체가 드러났음습니다.

중국 폭격기는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예하 제10폭격기사단의 제28연대 소속 H-6K 폭격기로 안후이성 안칭 공군기지에서 이륙했습니다. 이들은 평소 한국의 제주 남방해역, 즉 동중국해 일대 에서 자주 비행하는데, 일본 오키나와 사이의 미야코 해협에 자주 출몰해 일본 항공자위대와 자주 대치하는 부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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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상공에서 작전 중인 중국 H-6K 폭격기 /사진출처: 일본 통합막료감부 (user)

( 이일우 ) 이 폭격기들은 YJ-12 초음속 공대함 미사일 투발 전문 부대이고, 유사시 폭격기 1대당 최대 6발의 미사일을 싣고 미 항모전단을 공격하는 항모 킬러 부대입니다. 이 미사일의 사정거리는 최대 400km, 비행속도는 일반적인 대함 미사일보다 훨씬 빠른 마하 4에 달해 미군도 상당히 심각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는 미사일입니다.

이번에 촬영된 중국 폭격기들은 미사일 대신 미 항모전단을 공격할 때 미사일 발사에 앞서 전자전 교란을 수행하는 전자전 포드를 날개에 달고 있었는데, 이번 합동공중전략순찰에서 H-6K 폭격기들이 분담한 임무는 미 항모전단에 대한 모의 타격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폭격기들이 항공모함 타격 훈련을 실시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6월 6일 대한 해협에서 식별된 2척의 중국 군함입니다. 중국 북해함대 소속 최신형 구축함인 055형 ‘안산’함과 054A형 호위함 ‘린이’함이 폭격기들의 움직임에 맞춰 한국 남해와 동중국해에서 활동했습니다.

러시아 폭격기들은 러시아 동부군관구에 배속된 제326중폭격기사단 예하 제182근위중폭격기 연대 소속 기체로 아무르주 우크라인카 공군기지에서 출격했습니다. 이들은 최근 우크라이나 민가 공습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장거리 공대지 순항 미사일 Kh-101, 이 미사일의 핵탄두 탑재 버전인 Kh-102, 구형 순항 미사일인 Kh-55 미사일을 전문적으로 투발하는 핵공격 부대입니다.

이번 무력시위에서 중국 폭격기들은 미 항모전단 공격, 러시아 폭격기들은 한국과 일본 일대 미군 지상 시설에 대한 핵공격 임무를 분담해 수행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과 러시아 양측은 이번 무력시위를 ‘순찰’이라고 표현했는데, 순찰은 국경선과 같은 경계선 일대에서 실시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에 이들이 비행한 루트를 연결해 보면, 중국 러시아 진영은 한반도 전역을 자신들의 구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폭격기 전력을 동원해 한반도 외곽 순찰을 돌면서 “이곳은 우리 구역이니 미국과 일본은 접근하지 말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입니다.

중은 미 항모 , 러는 미 지상시설 타격으로 임무 분담

( 진행자 ) 이번 무력시위는 단순한 중러 합동훈련 수준이 아니라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를 반영한 것 이라고요?

( 이일우 )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국들, 이른바 '정상국가'들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강조하고 있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서 규칙이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다자주의와 같은 보편타당 한 가치들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중국, 러시아,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전체주의 독재국가에서는 이러한 규칙은 곧 집권 기득권층의 특권 해체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러한 규칙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고, 중국은 지난 3월, 중러 정상회의 때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대항하는 새로운 개념 으로 <신형대국주의>라는 것을 들고 나왔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은 기성 제국주의 국가들과 신흥 제국주의 국가들 사이의 충돌이었고, 2차 세계대전은 나치즘·파시즘과 민주주의의 충돌이었다면, 앞으로 다가올 3차 세계대전은 전체주의 독재 블록과 규칙에 기반한 정상국가 블록의 충돌이 될 것입니다.

러시아 Tu-95MS 전략폭격기(일본 통합막료감부).JPG
한반도 상공에서 작전 중인 러시아 Tu-95MS 전략폭격기. /사진출처: 일본 통합막료감부 (user)

최근 중국은 러시아군에 부역하는 체첸군에 납품하는 형태로 경장갑차와 차량 등의 무기 공급을 시작했고, 러시아 이즈베스티야 신문에서는 북한의 우크라이나 파병 준비설도 보도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북한판 핵 A2/AD 구축도 중국, 러시아와 보조를 맞춰 미국과 서방세계에 대항하기 위함입니다.

동북아시아 지역은 우크라이나, 대만과 더불어 전체주의 대 민주주의의 블록 대결 구도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지역이며, 이번 무력시위는 중국과 러시아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완전히 무시하고, 한반도 전역이 자신들의 영향력 아래 있다고 힘을 과시한 사건입니다.

한국은 지난 6년간 이러한 무력시위에 대해 침묵했고, 한국정부의 침묵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도발은 점점 더 대담해지고 과감해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부터 꾸준히 한미일 삼각 협력 강화를 외쳐왔고, 이제 한국이 미국의 요청에 화답할 때입니다. 한국은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의 최대 수혜국으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도움으로 6.25라는 위기를 넘겼고, 한강의 기적을 만든 나라입니다. 새로운 국제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는 상황에서 이제 한국은 누구 편에 설지를 분명히 해야 합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