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북 신형 무인기, 왜 ‘어메리칸 스타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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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보려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 네트워크의 이일우 사무국장 연결합니다.

가난한 나라 , 굶는 주민, 돈잔치 열병식

( 진행자 ) 북한이 지난 7월 27일 중국과 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해서 무기전시회와 열병식을 했는데 눈길을 끄는 신무기들이 공개됐죠?

( 이일우 ) 무기 개발과 제작에는 굉장히 많은 예산과 자원이 필요한데, 당장 주민들 먹고 살 쌀도 부족한 북한이 도대체 무슨 돈으로 저런 다양한 무기들을 만들었을까 놀라울 정도로 많은 무기가 등장 했습니다.

북한은 7월 26일, 무장장비전시회라는 것을 열어 다양한 신무기를 공개했는데, 이날 공개된 무기들은 지난 2021년 자위-2021이라는 무기 전시회 당시 등장했던 것들보다 더 다양하고 더 진보한 무기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무기들 가운데 일부는 다음날 열린 열병식에도 등장했습니다.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북한판 글로벌호크라고 불리는 새별-4형, 북한판 리퍼라고 불리는 새별-9형과 같은 중·대형 무인기였고, 대중의 관심을 받지는 못했지만 신형 전차와 미사일도 식별 됐습니다.

정말 충격적이었던 것은 한미연합군에서는 M-2020이라는 코드명을 붙인 신형 전차였는데, 이 전차는 한국의 K1이나 미국의 M1 에이브람스를 떠올리게 하는 각진 포탑에 증가장갑, 심지어 한국군도 아직 도입 못한 능동방어장치를 탑재하고 시연까지 했습니다.

(1) M-2020 전차(조선중앙TV 녹화보도 캡쳐).JPG
M-2020 전차. /조선중앙TV 녹화보도 캡쳐 (user)

( 이일우 ) 북한이 가장 집중적으로 홍보했던 것은 무인기와 중·단거리 미사일, 어뢰와 같은 장거리 정찰, 타격 자산이었는데, 괌을 노리고 개발했다고 대놓고 밝힌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12나>형부터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화성 17과 화성 18형, 북한판 토마호크 미사일이라 부르는 화살 순항 미사일과 해일 핵탄두 탑재 수중 드론이 가장 중점적으로 소개됐습니다.

북·중·러 반미연대의 북한 역할 과시

( 진행자 ) 열병식을 통해 새로운 무기를 과시하는 것은 항상 있었던 일인데, 이번 열병식은 최근 변화된 국제정세를 보여주는 특이 동향들이 관측됐다고요?

( 이일우 ) 북한의 열병식은 단순히 어떤 무기를 보여주고 과시하기 위해 열리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는 김정은의 치적을 선전해 내부 결속을 도모하고, 밖으로는 미국을 비롯한 적들에게 정치적인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성격에서 기획됩니다.

이번 열병식에는 북한 측 인사들뿐만 아니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평양주재 러시아 대사, 리훙중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 왕야쥔 평양주재 중국대사와 중국 대표단이 주석단에 섰습니다.

러시아와 중국을 대표하는 사절단이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무기를 과시하는 열병식 행사장에서 열병종대를 사열하는 것은 과거 UN 안보리에서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 반대 의사를 밝히면서 대북제재 찬성표를 던졌던 러시아 중국 두 나라가 이제는 북한의 대량살상 무기를 용인한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었습니다.

( 진행자 ) 북한이 코로나로 국경을 봉쇄한 2020년 1월 이후 평양에서 다른 나라 고위급 인사를 볼 수가 없었는데, 이번엔 중국과 러시아의 군방 관련 최고위 인사들이 이례적으로 평양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만큼 중국, 러시아 대표들에게 북한이 과시하듯 선보인 무기들이 주목됐죠?

( 이일우 ) 최근 북·중·러 3국의 군사협력과 밀착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는데,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이 보여준 무기들은 북·중·러 3각 동맹에서 북한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중국, 러시아에 보여주기 위해 선별된 것들이었습니다.

우선 선두에 나온 M-2020 전차는 북한이 비대칭무기 뿐만 아니라 재래식 군사력 현대화에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폭발반응장갑과 능동방어체계와 같은 첨단 기술을 러시아에서 들여 왔다는 사실을 과시한 것입니다.

(2) 해일 수중드론(조선중앙TV 녹화보도 캡쳐).JPG
해일 수중드론. /조선중앙TV 녹화보도 캡쳐 (user)

( 이일우 ) 이후 등장한 KN-25 초대형 방사포, 화살 순항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화성-11가 북한판 에이테킴스라 불리는 화성-11나, 해일 수중드론은 한반도와 그 주변 해역에 대한 공격 무기로 북한판 반접근 / 지역거부 전략, 즉 미군 자산의 한반도 접근을 막는 핵심 타격자산입니다.

북한은 열병식에서 북한판 글로벌호크로 불리는 새별-4형 비행도 선보였는데, 미국의 글로벌 호크를 베낀 이 정찰기는 2019년 이란이 격추해 잔해를 수거한 뒤 내부 부품들을 전부 복원한 글로벌호크의 해상정찰형인 MQ-4C 트리톤의 복제품입니다.

트리톤은 장거리 해상 수색용으로 사용되는 정찰기로 레이더를 탑재해 원거리에서 적의 함대를 찾는 역할을 수행하는 무인기인데, 북한은 이걸 복제해 A2/AD 타격자산의 표적 획득 자산으로 사용하려는 것입니다.

이후 연달아 등장한 화성-12나는 괌을 타격하기 위해 개발한 극초음속 무기로 중국의 DF-17 극초음속 미사일과 완전히 판박이여서 등장 초기부터 중국의 기술지원설이 돌았던 무기이고, 화성-17과 화성-18은 미국 동부 대도시들을 타격하기 위한 ICBM입니다.

종합하자면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통해 북·중·러 삼각 공조에서 북한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보여주면서, 이와 동시에 미국 본토에 대한 타격 능력을 갖고 있음을 어필하려 한 것입니다.

‘군알못’ 돌발질문: ‘새별-3형’, ‘새별-8형’은요?

( 진행자 ) 새별-4형, 새별-9형이라는 북한의 무인기가 주목받았는데, 그렇다면 새별-3형이나 새별-8형도 있나요?

( 이일우 ) 새별-4형, 새별-9형이라고 이름 붙인 것은 중간에 다른 항공기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새별-4형은 RQ4글로벌호크의 미국 제식번호를 그대로 모방한 것입니다. 새별-9형은 MQ-9이라고 하는 리퍼의 숫자를 그대로 가지고 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자신들이 글로벌호크, 리퍼를 그대로 베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작명을 이렇게 한 것으로 보입니다.

싫다면서 빼닮음 . 왜 '어메리칸 스타일'인가?

( 이일우 ) 일각에서는 북한이 해킹을 통해 미국의 글로벌호크와 리퍼의 설계도를 빼돌려 제작했다는 분석 들을 내놓고 있는데, 이는 항공기 개발과 제조 공정, 항공기의 용도를 고려했을 때 맞지 않습니다.

북한의 기습 도발을 걱정해야 하는 한국과 미국 입장에서는 글로벌호크와 같이 먼 거리의 지상 표적도 감시·추적할 수 있는 합성개구레이더를 가진 지상 감시용 정찰기가 필요하지만, 한국에 광범위한 간첩망을 운영하고 있고, 많은 정보가 일반에 공개돼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지상 감시용 정찰기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신 북한은 미국의 항모나 상륙함 같은 전략 자산이 한반도 인근에 오는 것을 실시간으로 감시 해야 하는데, 해상 감시용이라는 북한의 필요와 목적을 생각해보면 새별-4형은 글로벌호크가 아니라 미 해군용 해상감시 무인기인 MQ-4C 트리톤을 모방하려 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북한은 MQ-4C에 대한 자료를 이란에서 받았을 것입니다. 이란은 2019년 호르무즈 해협에서 지대공 미사일로 트리톤을 격추한 바 있고, 그 잔해를 수거해 리버스 엔지니어링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습니다.

새별 -4형은 겉미속중, 내부는 중국산일듯

( 이일우 ) 모든 항공기는 고유의 공기역학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리버스 엔지니어링 공정을 통해 개발된 항공기는 크기나 외관이 똑같을 수밖에 없는데, 새별-4형은 길이, 폭, 날개 형상과 미익 경사각 등 공기역학적 특성이 동일함. 트리톤의 기수 앞부분이 위로 불룩 튀어나와 있는 이유는 여기에 위성 데이터링크를 위한 통신장비가 들어갔기 때문인데, 위성 통신할 일이 없는 북한의 무인기가 굳이 공기저항 증가 부담을 안고 불룩 튀어나온 기수 형상을 똑같이 재현했다는 것은 새별-4형이 트리톤의 복제품이라는 또 다른 방증입니다.

북한은 트리톤의 동체와 동력 계통 복제는 성공했을 테지만, 내부에 탑재되는 AESA 레이더는 소자 기술 부족과 부품 확보 곤란으로 똑같이 재현하지는 못했을 것이며, 아주 높은 확률로 중국제 레이더 소자를 받아와 해상감시용 정찰기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별 -9형에게 이란이란?

( 진행자 ) 이번 북한이 자랑한 다른 무인기도 미국의 무인기를 마치 훔쳐온 것처럼 똑같은 외형입니다. 이것도 이란을 통했을까요?

( 이일우 ) 새별-9형 역시 이란이 2019년과 2020년에 예멘 후티 반군을 통해 확보한 MQ-9 리퍼 무인기 기술을 가지고 개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새별-9형도 새별-4형과 마찬가지로 리퍼와 길이, 폭, 심지어 안테나 위치까지 똑같습니다. 열병식에서 공개된 탑재 미사일은 미국제 헬파이어를 닮은 미사일과 미국의 SDB 소형 유도폭탄을 닮은 활공유도폭탄이었는데, 이것도 이란제 카피입니다.

(4) 새별-9형에 탑재된 무장과 이란의 모방형 무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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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별-9형에 탑재된 무장과 이란의 모방형 무기. /조선중앙TV 녹화보도 캡쳐

( 이일우 ) 이란은 격추한 리퍼에 탑재된 헬파이어 잔해를 역설계해 'Qaem-114'라는 복제품을 만들어 헬기와 무인기 무장으로 운용 중인데, 이름이 Qaem-114인 것은 원형인 헬파이어의 미군 제식 부호가 AGM-114이기 때문임입니다.

북한판 헬파이어 옆에 달려 있던 유도폭탄은 미국의 SDB를 모방해 이란이 개발한 ‘야신’ 활공 유도폭탄을 북한이 모방한 활공유도폭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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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Q-9 리퍼와 새별-9형의 구조 유사성. /이일우 (user)

( 이일우 ) 이란은 중국의 도움을 받아 베이더우, 글로나스 위성항법시스템을 적용한 야신 활공유도폭탄을 중국제 F-7 전투기에 탑재해 시범 운용하기 시작했는데, 북한 역시 중국의 도움을 받아 이란의 리퍼 복제품과 기타 무장들을 복제 생산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즉, 이번에 공개된 북한의 신형 무기들은 중국, 이란, 북한이라는 반미 국가들의 협력으로 만들어진 합작품일 가능성이 큽니다.

글로벌 반미연대의 '린치핀' 노리는 북한

( 이일우 ) 이번 열병식에 등장한 초대형 방사포 KN-25, 북한판 이스칸데르 화성-11가는 기존에 북한이 보유하지 못했던 고추력 고체연료 엔진 기술, 위성항법유도 기술, 장거리 정밀 텔레메트리 기술 등이 필요한 것으로 자체 개발하자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가는 기술들입니다. 이런 기술이 적용된 무기체계들이 거의 같은 시기에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면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공교롭게도 이 무기체계들은 그 전에는 개발 정황이 전혀 관측되지 않았다가, 2017년 이후 단 5년 만에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등장했는데, 이 시기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중국 사이에 대결 구도가 본격화되고 중국이 UN 대북제재를 우회해 북한에 대한 전폭적인 군사지원을 시작한 시기입니다.

한국군이 킬 체인이라는 개념을 구상하기 시작한 2015년~2017년 시기까지만 하더라도 한미 당국은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 발사 차량의 숫자가 많아야 200대 미만일 것이고, 대형 트럭 자체 생산 능력이 없는 북한이 이 숫자를 크게 늘리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열병식이나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의 대형 미사일 발사 차량이 폭발적으로 증가 하고 있고,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보면 대형 차량용 타이어 수입이 크게 증가한 것도 확인할 수 있는데, 실제로 중국은 화성 12형 이후 ICBM 발사 차량으로 사용되고 있는 WS51200 차량을 북한에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평양에 덕중자동차회사라는 북중 합작 기업을 차려놓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차량 대량 생산을 돕고 있습니다.

미사일과 차량 개발과 생산에서 중국이 지원하고, 무인기 생산 분야에서는 이란이 돕고 있고, 수중 드론 분야에서는 러시아가 돕고 있는데, 이들이 협력하는 이유는 오로지 미국을 견제하고 미국에 맞서기 위한 것임. 좁게 보면 북·중·러 삼각동맹, 넓게 보면 글로벌 반미동맹이 점점 공고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