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워싱턴 항모 ‘신의 눈’ 달고 한반도 온다

워싱턴-김진국 kimj@rfa.org
2024.09.22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워싱턴 항모 ‘신의 눈’ 달고 한반도 온다 샌디에이고 해군기지에서 임무 교대를 준비 중인 로널드 레이건 전단과 조지 워싱턴 전단 지휘관들
(출처: 미 해군)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그 많던 미 항공모함, 다 어디로 갔나?


(진행자) 지난 2, 미국이 대만 총통 선거 등 동북아시아 안보 불안 요인에 대비해 올 봄에 대규모 항공 모함 전력을 서태평양에 집결시킬 것이라는 관측을 했었습니다. 4~5월에 최대 5척이 모일 것을 예상했었는데, 3척만 모였고 이들 모두 뿔뿔이 흩어져 지금은 서태평양에 단 1척의 항모도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이 항공모함들, 다 어디로 갔나요?

 

(이일우) 항모 집결 가능성을 예고했던 지난 2월에 한반도 주변에는 총 3척의 항공모함이 있었습니다. 일본 요코스카 해군기지에 로널드 레이건 항공모함이, 괌 아프라하버 해군기지에 시어도어 루스벨트, 일본 오키나와 인근에 칼 빈슨 항모가 전개됐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2월 초 에이브러햄 링컨 항모전단까지 출항했고, 7함대 전진배치 항모로 지정된 조지 워싱턴도 대서양의 노퍽 해군 기지에서 출항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태평양에는 최대 5척의 항모가 집결하는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5월부터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로널드 레이건은 5월 중순에 일본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갔고, 칼 빈슨은 서태평양에 있다가 6월부터 하와이에서 시작하는 림팩 훈련 참가를 위해 하와이로 갔습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는 필리핀해에 있다가 이스라엘-이란 전면전 위기가 고조되자 중동으로 갔고, 뒤이어 서태평양에 온 에이브러햄 링컨도 지난 8월에 중동 차출 명령을 받고 중동으로 갔습니다.

 

이 방송이 나가는 9 22일에서 23일을 기준으로 이들 항모의 위치를 보면, 로널드 레이건과 칼 빈슨은 미국에 있고, 에이브러햄 링컨은 중동에 있습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단은 현재 미국 복귀 명령을 받고 동진 중인데, 청취자 분들이 방송을 들을 때쯤에는 남중국해 또는 필리핀해를 통과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장 마지막에 움직이기 시작한 조지 워싱턴은 5월 초 플로리다 메이포트 해군기지를 들렀다가 남미 대륙을 한 바퀴 돌아 6월에 태평양에 들어왔는데, 그리고 3개월 동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계속 대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워싱턴 항모는 잠시 대기 중, 슈퍼호넷에 우주를 담는다


(진행자) 가장 관심이 쏠리는 것은 앞으로 최소 8년 동안 한반도를 담당할 전진 배치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입니다. 원래 이 조지 워싱턴 항모는 이르면, 5월 말, 늦어도 7월에는 서태평양에 올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9월 중순인 지금까지도 아직 미국에 머물고 있어 서태평양 항모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는 이 항모 출항 지연에 대해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데, 최근 그 이유가 공개됐다고요?  

 

사진1.jpg
팰런 해군항공기지에서 슈퍼호넷 전투기를 점검 중인 미 태평양함대 사령관 (출처: 미 해군)

 

(이일우)  최근 홍콩의 한 매체가 “이제 서태평양에는 미국 항모 대신 중국 항모가 있다. 이것이 뉴 노멀” 이라며 서태평양의 미국 항모 공백 사태와 이를 노린 중국의 항모 무력시위에 관한 기사를 낸 바 있습니다. 8월 들어 서태평양에 미국 항모가 단 1척도 없는 초유의 상황이 빚어지자, 중국은 랴오닝, 산둥, 푸젠 항공모함을 모두 바다로 내보내 훈련을 하며 힘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무력시위가 진행되자, 대만을 시작으로 미국의 항모가 다 어디 갔느냐는 우려가 점점 확산되고 있습니다. 서태평양의 미국 항공모함은 그 존재만으로 중국,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제력을 발휘하는데, 이런 항모가 무려 석 달 동안이나 자리를 비우고 있기 때문에 역내 국가들의 불안과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조지 워싱턴은 4 29일 플로리다주 메이포트 해군기지에 입항했다가 5 2일 출항해 남미 주요 우방국들과 연합훈련을 하며 남미 대륙을 돌았습니다. 5 21일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방문하고, 6 4일 마젤란 해협을 통과해 태평양에 진입했습니다. 그리고 7 11일에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해군기지에 입항했습니다.

 

조지 워싱턴 항공모함이 샌디에이고에 도착한 뒤 약 2주가 지난 7 23일에 일본을 떠나온 로널드 레이건도 샌디에이고 해군기지에 도착했는데, 이들은 배를 나란히 정박시키고 약 한 달 동안 병력과 장비를 옮겨 싣는 대대적인 이사 작업을 했습니다. 이사가 끝나고 8월 하순에 조지 워싱턴 출항이 예상됐지만, 이 항모는 샌디에이고 인근 해안에서 훈련을 하며 해군기지를 오고 갈 뿐 미국을 떠날 생각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는데, 미 태평양함대가 지난 9월 초 공개한 몇 장의 사진을 통해 그 이유가 확인됐습니다. 바로 이 항모에 실려 함께 일본으로 와야 할 전투기부대가 미국에서 특별 레슨을 받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 해군이 공개한 사진은 스티븐 쾰러 태평양함대 사령관이 네바다주 팰런 해군항공기지를 방문해 장병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사진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지만, 사진 속 전투기의 동체에 VFA-195라는 글자와 전투기에 장착된 무장에 미 해군이 적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팰런 해군항공기지는 영화 『탑건 : 매버릭』에 등장하는 기지로 미 해군 항공전투개발센터가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임무 투입을 앞둔 해군 전투 조종사들에게 공중전, 지상타격 등의 다양한 임무 시나리오를 가르치고 연습시키는 훈련센터 역할을 하는데, 최신 무기가 배치될 경우, 해당 무기를 운용하는 기술적, 전술적 교육을 맡기도 합니다.

 

그 교육을 받고 있는 부대는 VFA-195, 즉 제195해군전투공격비행대였는데, 이 부대는 조지 워싱턴 항공모함과 함께 일본으로 올 예정인 부대입니다. 원래 주둔지가 일본 이와쿠니 해병항공 기지였는데, 지난 번 로널드 레이건이 출항할 때 그 항모에 실려 미국에 간 뒤, 지금까지 팰런 기지에서 신형 무기 운용 교육을 받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부대의 F/A-18E/F 슈퍼호넷 전투기에는 SM-6 함대공 미사일의 공중 발사 버전이 장착돼 있었습니다. 미 해군에서 AIM-174로 명명한 신형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입니다. 기존의 슈퍼호넷 전투기 에는 사거리 100~180km 정도의 AIM-120 암람 미사일 정도만 장착돼 있었지만, SM-6 공중 발사 버전이 탑재되면서 슈퍼호넷의 공대공 교전 거리는 이제 400~500km까지 늘어나게 됐습니다.

사진2.jpg
자체 레이더 없이 SM-6 미사일을 발사하는 미 육군 MRC 발사기 (출처: 미 육군)

 

SM-6 미사일은 적 항공기는 물론, 드론과 순항미사일,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무기를 요격 할 수 있고, 심지어 지상 표적과 해상 표적까지 공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미사일을 운용하는 슈퍼호넷 전투기가 7함대에 배치되면 이제 7함대 슈퍼호넷 전투기들의 타격 범위는 수백 킬로 미터 단위로 넓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공중전 500km 미사일 공격이 가능한 비결


(진행자)  앞으로 7함대 배치에 배치되는 전투기에 그런 초장거리 미사일이 배치되면 북한이나 중국에게 상당한 전략적 압박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반 청취자들 입장에서 의문점이 생길 것 같습니다. 보통 전투기의 레이더는 길어야 200~300km 정도를 볼 수 있는데, 400~500km가 넘어가는 먼 거리에 있는 표적은 어떻게 조준하고 쏘는 것인가요?

 

(이일우)  슈퍼호넷 전투기의 레이더는 대단히 강력한 성능의 AESA 레이더지만, 전투기 크기의 표적에 대해서는 최대 탐지거리가 150km 정도에 불과합니다. 슈퍼호넷과 함께 작전하는 F-35 전투기도 길어야 200km 정도를 보는 것으로 평가되는데, 이 때문에 공중 발사 SM-6 미사일은 전투기 자체 레이더로는 조준할 수 없습니다.

 

SM-6 미사일은 협동교전을 전제로 개발된 무기이기 때문에 다른 아군 자산이 조준한 표적 정보를 무선통신으로 받아서 쏘는 무기입니다. 예를 들어 미 해군의 E-2D 조기경보기가 표적 정보를 줄 수도 있고, 최대 1,000km를 보는 해군 이지스함, 한국에 전진 배치된 THAAD TPY-2 레이더에서 탐지한 표적 정보를 수신해 표적을 조준할 수 있습니다.

 

다른 아군 자산이 제공한 표적 정보를 슈퍼호넷 전투기가 받아서 SM-6를 발사하면, 이 미사일은 관성항법장치를 이용해 목표물의 예상 위치까지 알아서 비행하고, 목표물에 거의 근접한 거리에서 내장된 레이더를 켜서 스스로 목표물을 수색하고, 식별해서 명중합니다. 근처에 있는 다른 아군 자산들은 데이터링크를 이용해서 이 미사일이 엉뚱한 표적을 찾아가면 표적 정보를 수정해서 제대로 날아가도록 보정해줄 수도 있고, 중간에 더 다급하고 중요한 표적이 나타나면 표적을 바꾸도록 명령어를 입력할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SM-6 미사일은 발사하는 플랫폼에 고성능 레이더를 장착할 필요가 없습니다. 미 육군의 MRC, ’티폰 웨폰 시스템‘도 외부에서 표적 정보를 받아 SM-6를 발사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어떤 개념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주에서 북 구석구석을 보고 즉시 공격 가능해진다


(진행자) 미 해군이 이처럼 엄청난 펀치를 준비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이 펀치가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요? 최근에 미 우주군 고위 장성이 정말 충격적이라 할 수 있을만한 계획을 밝혔다고 하는데, 이 계획과 공중 발사 SM-6가 결합되면 미래 한반도 전장에서 가공할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요?

 

(이일우) 공중 발사 SM-6 미사일이 슈퍼호넷 전투기가 아닌 다른 레이더나 센서의 도움을 받아 원거리 표적을 조준하고 공격하는 무기라는 점은 앞서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언급된 레이더나 센서는 대부분 공중, 해상, 지상에 배치된 레이더인데, 이러한 레이더는 기껏해야 수백 킬로미터 정도밖에 볼 수 없다는 단점이 있고, SM-6가 타격할 수 있는 해상이나 지상 표적은 탐지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사진3.jpg
SAR 레이더로 지상 표적을 식별하고 추적하는 GMTI 예시 (출처: General Atomics)

 

그런데 지난 9월 초, 미 우주군 작전 담당 참모차장인 마이클 게틀린 대장이 놀라운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2030년대 초반까지 위성 기반 AMTI, GMTI 능력을 도입할 것이라는 것이었는데, 여기서 AMTI는 공중 이동 표적 지시기, GMTI는 지상 이동 표적 지시기라는 뜻입니다. AMTI E-3 E-2와 같은 조기경보기가 수행해온 임무였고, GMTI E-8C J-STARS가 수행해 온 임무였습니다. 공중이나 지상 수백 킬로미터 범위를 고성능 레이더로 스캔해 표적을 탐지, 식별, 추적해서 아군에게 표적을 할당하고 공격작전을 지휘하는 임무가 AMTI, GMTI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이제 위성에 그런 기능을 부여해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보며 지구상에서 움직이는 모든 물체를 실시간으로 탐지, 식별, 추적하고 표적화할 수 있는 능력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진4.jpg
위성 기반 감시 체계의 개념도 (출처: Northrop Grumman)

 

기존의 정찰위성은 지구를 쉴 새 없이 도는 저궤도 위성이었는데 반해, 우주군이 준비하고 있는 AMTI, GMTI 위성은 정지궤도 위성입니다. , 지구에서 봤을 때 언제나 같은 위치에 있는 위성이어서 같은 지역을 실시간으로 1 365 24시간 내내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위성은 지표면과 거리가 적도 기준으로 35,786km에 달하기 때문에 이 정도 거리를 탐지할 수 있는 엄청난 성능의 레이더가 필요하지만, 일단 실용화되면 그야말로 ’신의 눈‘이 되어 적의 모든 움직임을 감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돼 미 해군 항모전단이 동해에 진입한 상황을 가정해 보겠습니다. SM-6 미사일을 장착하고 한반도 근처에서 초계 비행을 수행하던 슈퍼호넷 전투기들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움직임이 위성에 포착되면, 위성으로부터 적 미사일 발사 차량 정보를 받아 SM-6 미사일로 초장거리 타격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SM-6 공중 발사형의 공대공 사거리는 400~500km, 공대지 타격의 경우는 사거리가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북한 전역 그 어디에 있는 미사일 발사 차량이든 선제타격해서 제압할 수 있습니다. 북한 미사일이 발사되더라도 SM-6는 탄도미사일에 대한 요격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미연합 MD 자산과 연계해 공중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습니다.

사진5.jpg
미 해군 협동교전(NIFC-CA) SM-6 운용 개념도 (출처: 미 해군)

 

현재 미 해군은 슈퍼호넷 전투기 1대에 최대 4발의 SM-6 미사일을 장착하는 매뉴얼을 다듬고 있는데, 조지 워싱턴 항모에는 이런 전투기가 36대 탑재돼 있습니다. 이제 올 가을이 되면 이런 엄청난 능력을 가진 항공모함이 한반도 주변으로 오는 것이니, 북한이 미국 대선을 앞두고 행여라도 도발 준비를 하고 있다면, 심사숙고해야할 것입니다.

 

<관련기사>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북핵엔 이거 한방" 스텔스 핵미사일 'SLCM-N'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평양 손발 묶을 엄청난 미 ‘재밍’ 플랜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한반도 인근 첨단무기 몰린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