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손발 안맞고 우왕좌왕, 북 병사 버리고 떠난 러 전차
2024.11.02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쿠르스크 지역의 북한군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되는 러시아군 BTR-82 장갑차 전투. 우왕좌왕의 전투 끝에 북한군을 두고 떠나버리는 러 장갑차. / 출처 우크라이나군
전투 중 북한군 버리고 떠난 러 장갑차 포착
(진행자)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다는 보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우크라이나가 점령하고 있는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 지역에서 전투에 투입됐다는 소식인데,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북한군을 지원받아 함께 싸우는 러시아군에서조차 북한군이 이른바 ‘총알받이’ 신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고요?
(이일우) 아직 교차검증이 된 정보는 아니지만, 굉장히 많은 언론에서 인용 보도를 한 첫 번째 교전 소식이 리투아니아 민간단체로부터 나왔습니다. ‘블루/옐로’라는 이름의 이 단체는 전쟁 발발 이후 모금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각종 지원을 제공하고 있는 단체인데, 상당히 오랫동안 지원을 계속해온 단체 이다보니 우크라이나군과 정보기관에 상당한 정보원들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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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체의 요나스 오만 대표에 따르면, 북한군은 10월 25일 쿠르스크 지역에서 처음으로 우크라 이나군과 교전했습니다. 교전은 중대급 이하 제대 병력에 의해 이루어졌고, 북한군은 1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사살됐는데, 생존해 포로로 잡힌 북한군은 자신이 부랴티야 자치공화국 출신이라며 관련 서류를 우크라이나군에 제시했다고 합니다.
부랴티야 공화국은 몽골과 붙어있는 지역으로 몽골계 인구가 많고, 원래 주둔지가 부랴티야였던 러시아 공수군 제11근위공중강습여단 역시 부랴티야인들이 꽤 많았기 때문에, 북한은 파병 초기 부터 북한군을 부랴티야 출신으로 위장하려 했습니다. 오만 대표가 언급한 10월 25일의 전투는 쿠르스크 전선 북부 지역에서 이 11여단의 북한군 병력과 우크라이나군 제95공중강습여단이 충돌한 전투로 추정됩니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 95여단 관할 구역에 나타났다는 첩보가 입수된 후 이곳의 전장 상황을 좀 더 면밀하게 모니터링했는데, 10월 30일에 아주 황당한 상황이 드론 카메라에 잡혔습니다. 해당 지역에서 러시아군 BTR-82 장갑차 3대가 칼리노프 마을 남쪽 4km 거리에 있는 수목지대를 공격하는 모습이었는데, 영상에서 이들은 손발이 전혀 안 맞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장갑차가 수목 지대 근처까지 달려간 뒤 기관포 사격을 가하면서 탑승한 보병들에게 하차를 지시했습니다. 보병들은 장갑차에서 내렸는데, 돌격하기는커녕 장갑차 옆에 그대로 엎어져 우왕좌왕했고, 장갑차들은 보병들을 지켜주기는커녕 차를 돌려 왔던 길로 돌아갔습니다. 해당 영상에 대해 분석 중인데, 아마도 장갑차를 모는 러시아군과 탑승병력이었던 북한군 사이에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일어난 일로 추정 중입니다.
이번에 러시아에 간 북한군 대부분은 보병이고, 이 때문에 차량이나 장갑차를 기본으로 움직이는 러시아군 교리는 북한 군인들에게 굉장히 이질적일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 교육훈련을 받았으면, 차량화보병으로서 기본적인 역할은 할 수 있었겠지만, 사실상 아무 교육 없이 바로 투입됐기 때문에 앞으로 대부분의 북한군은 이번 영상에서 보인 것처럼 러시아군과 손발이 안 맞아 적전 에서 전열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게 될 것입니다. 러시아가 장갑차라도 지원해주면 다행입니다. 러시아 역시 장갑차량이 부족해 오토바이나 카트를 타고 돌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북한군 병사들은 드넓은 평원을 맨발로 달려가는 알보병 상태로 투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소개한 리투아니아 단체 대표는 북한군이 최대 8만 8천여 명의 병력을 파병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러시아는 이 정도 병력을 충분히 무장시킬 수 있는 무기 생산 능력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대포밥, 총알받이로 희생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북한의 고가 청구서에 러 최상위 전투기 수호이-35 있나?
(진행자) 북한이 러시아에 제공하는 병력과 무기가 많아질수록, 러시아가 북한에 치러야 할 비용도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인신공양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전략무기 기술을 받아올 것이 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에는 최신형 전투기를 들여올 가능성도 제기됐다고요?
(이일우) 북한보다 먼저 러시아에 대량의 무기를 공급하고 있는 이란이 러시아에서 신형 전투기를 들여올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란은 지난 10월 26일, 이스라엘이 100여 대의 전투기를 띄워 이란의 중장거리 방공망을 초토화시킨 이후 전투기와 지대공 미사일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당장 내년부터 국방예산을 200% 증액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증액되는 예산 가운데 상당한 금액이 전투기 구매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란은 러시아제 Su-35와 Su-30 전투기를 들여오는 것은 물론, 공군사령관을 파키스탄에 보내 경전투기인 JF-17 블록 3 대량 도입도 논의했습니다.
물론 이란은 러시아로부터 수호이 전투기를 들여온다는 보도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하고 있지만, 이미 수호이 전투기 조종사 교육을 위한 YAK-130 고등훈련기 12대 도입을 마쳤고, 이란 서부 샤히드 노제 공군기지에 수호이 전투기 운용을 위한 대형 격납고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인 사실이 위성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북한도 러시아에 대한 무기 공급 대가로 Su-35를 받아갈 것이라는 보도를 내놓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은 Su-35 전투기에 꽤 오래 전부터 눈독을 들여왔습니다. 지난 2014년 11월, 최룡해 당시 노동당 비서가 노광철 당시 부총참모장과 함께 김정은의 특사로 모스크바에 갔을 때, 당시 러시 아군 실세였던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부총참모장, 지금은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Su-35 판매를 요청했었습니다. 그때 최룡해 일행은 귀국길에 콤소몰스크나아무레 수호이 전투기 공장에 들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Su-35 도입 의욕은 지난 2023년 9월, 김정은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도 드러났습니다. 당시 러시아는 북한의 요청에 따라 김정은을 콤소몰스크나아무레 공장으로 초대해 Su-35와 Su-57을 직접 둘러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난 10월 28일, 독일 자유민주당 산하 정책연구소가 각종 정보 보고서와 유출된 문서, 북한의 이전 무기 거래에서 파악된 무기 가격 등을 종합해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북한이 지금까지 러시아에 공급한 무기는 55억 달러에 달합니다. 북한이 4분기 대러 무기 수출을 크게 늘리기로 했고, 병력까지 대규모로 파병했으니, 북한이 러시아에서 받아갈 반대급부는 전략무기 기술 정도에서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40년 넘은 숙원인 공군력 현대화에 대단히 관심이 많고, 이번 기회에 오랜 우방인 이란과 Su-35 공동구매에 나섰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외신 보도들에 따르면, 이란은 러시아에서 Su-35를 직구매하는 것은 물론, 현지 에서 면허생산을 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북한과 러시아, 이란 간의 모종의 합의가 있었다면 이란에서 생산되는 Su-35가 북한에 공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에 너무 버거운 수호이-35, ‘왕관의 무게’ 견딜까?
(진행자) 북한이 러시아제 신형 전투기를 받아올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이미 북한 내에서 신형 전투기 도입을 위한 여러 준비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신형 전투기 도입을 위해 어떤 준비들을 해왔고, 이러한 준비 작업이 진행되면 북한은 수호이-35라는 신형 전투기를 잘 운용할 수 있나요?
(이일우) Su-35는 러시아가 4.5세대++라고 분류하며 현존하는 모든 4.5세대 전투기를 압도하는 공중우세 전투기라고 주장하는 최신형 전투기입니다. 원형은 1988년 등장했지만 2008년에 대대적인 개량으로 Su-35S라는 명칭이 붙었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개량을 통해 레이더와 엔진, 전자장비를 강화한 모델입니다.
이 전투기는 현재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구형 MIG-29와는 차원이 다른 전투기입니다. 덩치가 1.5배 이상 크고, 엔진 추력도 매우 막강해 초음속으로 순항이 가능함. 미국과 유럽이 운용 중인 거의 모든 기종보다 공중 기동성이 우수하다고 소개되고 있고, 레이더는 무려 400km 거리에서 적기를 잡아낼 수 있는 것으로 선전되고 있습니다.
혁명의 심장, 평양 수호를 최우선 과업으로 삼고 있는 북한 입장에서는 유사시 한미연합공군에 대적하기 위해 이 최첨단 전투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북한공군의 현대화가 너무 오랫동안 정체돼 있었기 때문에 러시아가 이 전투기를 북한에 준다고 해도 북한이 이를 소화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MIG-29와 Su-35는 조종 방법 자체가 완전히 다릅니다. MIG-29는 조종사가 손으로 잡는 스로틀과 각종 비행제어장치들이 기체 각 구동부와 유압 시스템으로 연결된 유압식 조종 시스템인 반면, Su-35는 전자식 플라이 바이 와이어 조종 계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파워 스티 어링과 논 파워 스티어링의 개념과 비슷한데, 2차원 공간에 대한 제어만 하면 되는 자동차와 달리 항공기는 3차원 기동을 위한 모든 움직임을 제어해야 하기 때문에 MIG-29를 몰던 조종사가 Su-35를 몰려면 단순한 기종 전환 훈련이 아니라 기본 비행 훈련부터 다시 받아야 합니다.
북한 전투기 조종사의 연평균 비행시간은 15~25시간 정도로 한국이나 미국의 10분의 1 수준인데, 이 정도 비행시간으로는 기본적인 비행 감각 유지도 어렵습니다. 현재 북한군 전투기 조종사가 Su-35 전투기를 단독으로 조종하려면, 우선 디지털 플라이 바이 와이어 시스템이 장착된 기본 훈련기인 MIG-AT를 이용해 최소 1년, 고등훈련기인 YAK-130을 이용해 최소 1년 등 아무리 짧아도 2년의 기본 비행 훈련과 고등비행, 전술입문 비행훈련 과정을 이수해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 에는 이 YAK-130이 단 1대도 없고, 러시아군에 100여 대 정도 있는 YAK-130은 지금 러시아 조종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과정에 동원되기도 빠듯한 숫자입니다. 러시아가 Su-35를 그냥 준다고 해도 북한이 이를 쓸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또 Su-35는 디지털 방식이어서 완전 아날로그 방식인 북한 방공망이나 통신 시스템과 호환이 어렵습니다. 북한이 이 전투기를 제대로 쓰려면 지상관제 시스템부터 완전히 갈아엎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상당한 돈과 시간이 필요합니다.
물론 북한도 완전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2022년 여름까지 순천 비행장 현대화 공사를 통해 Su-35를 수용할 수 있는 격납고와 지원 시설을 만들었고, 활주로도 300m 연장해서 대형 전투기 이착륙이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지난해부터 식별되고 있는 IL-76 수송기 개조 조기경보기 제작 역시 Su-35와 연동해서 운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 작업들이 뒷받침 된다고 하더라도 북한 공군 현대화 자체가 워낙 오랫동안 멈춰 있었기 때문에 북한이 Su-35를 받아 온다고 해도 이 전투기가 전력으로서 제대로 역할을 하려면 적어도 5년은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연합 전력, 수호이-35 안은 북 공군을 어떻게 다루나
(진행자) 러시아는 이 수호이-35 전투기가 세계 최강의 4.5세대 플러스 플러스 전투기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아무리 능력이 부족해도 러시아가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북한도 운용 경험이 누적되면 이 수호이-35 전투기가 한국과 미국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인데, 북한이 이 수호이-35를 제대로 운용하면 한반도 유사시 제공권 싸움의 양상이 달라질까요?
(이일우) 북한과 중국, 러시아와 이란 등 전체주의 국가들에서 생산하는 무기의 공통점은 카탈로그 데이터와 실제 성능 사이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임. 제원만 놓고 보면 세계 최강인데, 막상 실전에 투입 돼 전투 결과를 보면 형편없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Su-35 전투기의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개전 이전, 140여 대를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러시아가 주장하는 제원대로라면 이 전투기는 400km 밖에서 적기를 포착해 30개 표적을 동시에 추적하고 이 중 8개 표적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어야 했습니다. Su-35는 사거리 400km의 KS-172 공대공 미사일, 사거리 200km에 달하는 R-77M 등의 최신 공대공 무장이 즐비했고, 러시아에는 A-50U 메인스테이 조기경보기 같은 지원 자산도 있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군의 구형 Su-27이나 MIG-29는 진작 궤멸됐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전쟁 발발 3년이 다 되어가도록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장의 제공권을 잡지 못하고 있고, Su-35도 우크라이나 영공에는 쉽게 못 들어가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자랑했던 400km급 레이더 탐지거리, 수십 개 표적 동시 추적과 동시 공격 능력은 전부 거짓말이었습니다. 러시아군 Su-35가 올린 공대공 격추 기록은 개전 초인 2022년 3월 1일, Su-35 2대가 우크라이나군 구형 MIG-29 1대를 협공해서 격추한 것을 포함해 그해 8월까지 3대 정도입니다. 러시아가 밝힌 전투기 제원대로라면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 밖에서 우크라이나 전투기를 먼저 탐지한 뒤,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 공대공 미사일을 쏴서 우크라이나 전투기들을 일방적으로 격추했어야 맞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앞서 언급한 공대공 교전은 모두 근접 공중전 이었습니다. 이는 Su-35의 중거리 공대공 전투 능력이 알려진 것보다 훨씬 형편없을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에 반해 한미연합공군 전투기들은 실전에서 그 성능이 검증됐고, 지속적으로 성능 개량이 진행되고 있는 전투기들입니다. 한국공군의 스텔스 전투기인 F-35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 F-16V 사양으로 성능 개량을 마친 KF-16 전투기들도 레이더와 공대공 무장, 전자전 장비 성능에서 Su-35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한미 공군은 현재 운용 중인 F-15 계열 전투기들도 F-15EX 사양으로 개량할 예정인데, 이 F-15EX는 레이더, 무장능력, 전자전 장비 모든 면에서 Su-35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4.5세대 전투기의 정점에 있는 전투기입니다.
미군은 여기에 더해 유사시 북한 전투기의 눈을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 먹통으로 만들 수 있는 전자전기 그라울러, 400~600km 밖에서 초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날릴 수 있는 슈퍼호넷 전투기로 무장한 항모전단도 최근 동북아시아에 투입했습니다. 북한이 Su-35를 가져와 공군력 현대화를 시도 한다고 해도 한미연합 항공전력 앞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