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박소연 : 안녕하세요. 한 주간 동안 무슨 특별한 일이 없으셨어요?
이해연 : 어떻게 아셨어요. (웃음) 지난주에 저에게 특별하고 신나는 일이 있었습니다.
박소연 : 방송을 시작할 때마다 해연 씨 얼굴을 보면 바로 느낌이 와요. 아까 방송실에 들어오는데 그냥 입이 귀밑에 걸렸더라고요. 특별한 일이 있다는 직감이 바로 오더라고요. 무슨 일이에요?
이해연 : 저 차 샀습니다! (웃음) 제가 계속 사고 싶어 했었잖아요. 마침내 샀습니다.
박소연 : 와… 축하합니다. 이럴 때는 힘을 모아 박수 한번 쳐야죠. 근데 해연 씨는 올해로 남한 정착 이제 3년이잖아요? 너무 일찍 산 거 아니에요? 돈 많이 들어갈 텐데…
이해연 : 맞죠. 차는 사는 순간부터 돈이 나가지만, 대신 얻는 게 있잖아요. 차를 타면 얻는 또 다른 행복이요.
박소연 : 또 다른 행복이라… 해연 씨의 말이 왜 이렇게 귀에 익죠? 예전에 저도 차를 뽑을까 말까 고민할 때 먼저 온 탈북 선배가 차를 타고 다니면 다른 세상이 보인다고 얘기해줬어요. 당시에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진짜 해연 씨 말처럼 또 다른 세상이 보입니다.
이해연 : 아직까지는 장점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박소연 : 그럼, 여기서 잠깐! 그럼 새 차를 사셨어요? 아니면 중고?
이해연 : 남이 타던 차를 샀습니다. 한국에서는 중고차라고 하죠.
박소연 : 잘했네요. 그다음, 어떤 차를 샀어요? 색깔은 어떤 거?
이해연 : 남한 국내 자동차 브랜드가 3개가 있는데요. 현대, 기아, 쌍용차입니다. 그중에서 저는 현대차를 샀습니다.
박소연 : 브랜드는 상표를 말하는데요. 저도 현대차를 탑니다. 10년 전 남한에 왔을 때는 차 브랜드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그냥 바퀴가 달리고 굴러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정착 연도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는데 아무래도 한국 도로엔 현대 자동차가 제일 많은 것 같습니다. 저 기업은 얼마나 돈이 많은 회사길래 남조선 땅 전체를 뒤덮나… 그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해연 씨 정주영 회장 알아요?
이해연 : 아뇨, 모릅니다.
박소연 : 몰라요? 젊은 세대는 모르는구나… 소를 1천 한 마리를 끌고 판문점을 통해서 북한에 온 남한의 기업가입니다. 이분의 현대 자동차가 속한 현대 그룹의 창업자예요. 그런데 최근에 와서는 현대차도 많지만 벤츠나 BMW, 폭스바겐 같은 외제 차들도 많이 보이죠.
이해연 : 벤츠는 북한에서도 잘 압니다. 도당 간부나 지위가 높은 분들이 주로 타고 다녀요. 우리 같은 일반 주민들은 탈 수 없는 걸로만 생각했는데 남한에서는 정말 많은 분들이 타고 다니더라고요.
박소연 : 북한에는 국내에서 생산하는 자동차가 없다 보니 거리를 다니는 수입차는 거의 다 벤츠예요. 벤츠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주변에 탈북민들 중에도 타는 분들이 있죠. 약간 급이 높아 보인다고 선호하시더라고요. 그렇지만 외제차는 국산차보다 보험료도, 수리비도 비쌉니다.
이해연 : 저는 그냥 국산차가 좋습니다. 북한은 국내에서 차를 만들지도 못 할뿐더러, 국내산은 질이 좋지 않다는 인식이 있죠. 그런데 남한은 국산차에 대한 자부심은 있어요. 국산 제품이라 수리비도 합리적이고 보험료도 적정선이고. 그리고 품질도 외제차에 비해 전혀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굳이 다른 나라 제품에 눈독을 들이시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래도 자동차 마크가 좀 색다른 걸 타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박소연 :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도 있잖아요. 국산차를 타면 합리적이고 실용적이죠. 해연 씨, 뭘 샀는지도 궁금하네요. 차종이 뭐에요?
이해연 : 아반떼요. 이게 국민차라면서요?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타는 차라고 주변에 많이들 추천해주셨어요. 크기도 더 작고 가격도 눅은 경차도 있지만 무난하게 탈 수 있는 차가 아반떼여서 선택을 했습니다.
박소연 : 잘하셨네요. 여러분들이 혼돈하실 것 같아 상세히 설명 드리자면, 현대차는 차 이름이 아니라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의 이름이 '현대'인 거예요. 현대라는 기업에서는 아반떼를 비롯해서 모양과 배기량 등이 다른 여러 종류의 차를 생산합니다. 해연 씨가 샀다는 아반떼는 많은 국민들이 선호하고 타는 대중적인 차라는 의미에서 국민차로 불리는데요. 일단은 가격이 합리적이고 내부 구조도 4인 가족이 타기에도 불편하지 않아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탄다는 거예요. 근데 아반떼는 몇 cc죠?
이해연 : 이번에 찾아봤는데 정확히 1,598cc더라고요. 색깔은 하얀색입니다. 사실 하얀 차는 먼지가 끼면 티가 많이 나잖아요. 그래서 요즘 세차를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웃음)
박소연 : 세차하려면 돈이 들죠. 북한 같으면 그냥 강가에 가서 바로 물로 씻으면 되잖아요. 근데 남한은 아니에요. 꼭 세차장에서 돈을 내고 세차해야 합니다. 북한처럼 강이나 집 앞에서 세차를 하면 법에 걸려요. 신고당합니다. 왜냐하면 세차하면서 나오는 물은 생활 폐수가 아니라 공업용 폐수이기 때문에 허가된 곳이 아니면 벌금을 내야 하는 거예요. 제가 아는 어떤 탈북민분이 정착 4년 만에 차를 샀어요. 아내가 너무 좋아서 중고차인데도 다음날에 시장에 뛰어가서 레이스를 사서 차 앞에다가 달았어요. (웃음) 해연 씨 뭔지 알죠? 북한에서는 자동차마다 앞에다 레이스를 달고, 의자 등받이에 하얀 레이스를 다 씌우잖아요. 그리고 아내 분은 겨울에 북한에서처럼 양동이에 걸레를 헹궈서 집 앞에서 매일 차 청소를 했대요, 지나가던 이웃 주민이 여기서 세차하면 안 된다고 말했더니 대판 싸웠다는 거예요. 그분도 저나 해연 씨처럼 세차를 왜 세차장에서 해야 하는지 몰랐을 때 생긴 일입니다. 지금은 꼭 세차장에서 세차를 한답니다. 이쯤에서 해연 씨, 솔직히 말해보세요. 설마 차에 레이스를 달아놓으신 건 아니죠?
이해연 : 절대 아닙니다. (웃음) 그리고 선배님! 북한도 옛날에나 자동차에 레이스를 달았지 지금은 그렇게 하는 사람이 없어요.
박소연 : 우리가 차 이야기를 신나게 하다 보니 주제가 또 옆길로 샜는데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시다. (웃음) 자동차 연비나 가격은 어때요?
이해연 : 저는 연비가 뭔지 몰랐어요. 요즘에 차를 운전하면서 알게 됐습니다. 지금도 솔직히 연비에 대해 자세한 건 몰라요. 연비가 좋은 차는 휘발유가 적게 드는 차를 말한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습니다.
박소연 : 그게 정답입니다. 휘발유 1리터에 차가 몇 킬로미터를 달리느냐 이게 연비입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서 어떤 차를 소개할 때, 연비가 7~15킬로미터라고 적혀있어요. 이것은 휘발유 1리터당 그 차가 15킬로는 달린다는 얘긴데 속도나 도로 사정에 따라 달라지긴 하죠. 해연 씨가 구매한 국민차 아반떼도 남한에서 연비가 좋다고 알려진 차입니다. 연비는 시내를 주행할 때와 고속도로를 달릴 때 다르게 나옵니다.
이해연 : 고속도로 같은 경우에는 신호등도 거의 없고 브레이크도 거의 밟지 않고 가기 때문에 연비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박소연 : 그렇죠. 요즘 휘발유 가격이 워낙 비싸니까 사람들이 더 연비에 민감합니다. 해연 씨, 차 연비가 얼마나 되는지 아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최근에 휘발유 5만 원어치를 차에 넣어보셨죠? 그때 몇 킬로미터 갈 수 있던가요?
이해연 : 430㎞ 정도 나오던데요.
박소연 : 그러면 연비가 한 15킬로는 돼요. 올해로 6년째 차를 타보니까 휘발유를 넣게 되면 연비 계산이 금방 나옵니다. 1리터에 15㎞가 나올 정도면 연비가 좋은 차예요. 그러면 자 이제 연비는 땅,땅,땅 끝났으니까. 제일 중요한 게 이 차를 얼마에 샀어요. (웃음)
이해연 : 한화로 1천만 원 정도고요. 달러로는 한 8,500달러 정도가 돼요. 근데 남한은 자동차를 사면 다양한 명목의 세금이 붙더라고요. 취득세를 내라고 하던데요. 남한이 세금이 많은 나라라고 했었는데 이번에 자동차를 사면서 실감했습니다. (웃음)
박소연 : 그렇죠. 취득세는 자동차를 사고 꼭 내야 하는 세금입니다. 탈북민들은 북한에서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살다 보니 남한에 와서 세금 문제에 예민해요. 왜 내야 하는지 이해가 잘 안되는 거죠.
이해연 : 취득세뿐 아니라 보유세, 양도세를 내는데, 아직도 저는 세금을 이해를 못 하겠어요.
박소연 : 저도 이해를 못 한 채 11년을 살고 있어요. (웃음) 솔직히 자동차 세금은 우리가 내는 세금 중에 정말 작은 퍼센트에 속합니다.
이해연 : 자동차에 관한 세금이 차량 구매 금액의 7%라고 해요. 이게 적은 금액이 아니지 않나요?
박소연 : 그것뿐이 아니에요. 일 년에 자동차세를 두 번 내는 건 아세요? 상반기와 하반기. 해연 씨는 금방 뽑았으니까 아직 갈 길이 머네요. 해마다 자동차세 두 번 냅니다. (웃음) 아시겠죠?
이해연 : 자동차세를낸다는 건 알았는데 두 번 내는 걸 몰랐어요. (한숨)
어디 자동차 보유세만 내나요? 자동차 보험도 들어야 하고 주차 비용도 나가도 기름값도 만만치 않죠. 한국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 당 1,900원, 1달러가 조금 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를 굳이 사서 운전하는 이유… 내가 원하는 곳을 원하는 시간에 갈 수 있고, 운전이라는 기술을 익히는 재미도 있고요, 무엇보다도 자유를 만끽하게 합니다. 정착 3년 만에 과감하게 자동차를 사버린, 해연 씨의 얘기,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녹음총괄,제작,에디터 :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