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함경북도 무산 출신으로 올해 정착 10년 차인 박소연입니다”
“양강도 혜산 출신으로 이제 막 한국에 정착한 이해연입니다”
10년 차이로 남한에 입국한 탈북민 선후배가 전해드리는 남한 정착 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이해연 : 자동차 보험이 필요한 이유는 사고가 날 때마다 보험회사에서 보상을 해주기 때문인데요. 물론 무사고 운행이면 좋지만 사람 일이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사고 발생에 대처하기 위해서 보험을 필수로 드는 거 같아요.
박소연 : 제가 운전 면허 취득을 위해 연수를 받을 때 선생님이 '도로는 살아있다'는 얘기를 했어요. 설명을 들으면서 콘크리트 도로가 왜 살아있지? 라고 생각했어요. 알고 보니 내 부주의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이 와서 충돌하는 일이 발생하는 예측할 수가 없는 사고가 난다는 뜻인 거예요. 보험에 들게 되면 손해 금액을 보험사에서 다 지급을 해주잖아요. 그런 경우를 대비해서 정말 보험이 꼭 필요한 거죠.
이해연 : 보험을 드는 이유 중에는 비싼 차와 충돌했을 때 감당할 수 없는 금액을 보상해 주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인명피해가 났을 때 꼭 필요합니다. 사고 차는 수리를 하면 되지만,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할 경우 개인이 그 모든 책임을 감당하기에는 당연히 어렵습니다. 이 경우를 대비해서 무조건 들어 놔야 하는 게 보험인 것 같아요.
박소연 : 맞아요. 만일 사고가 났어요. 그런데 나는 보험이 있고 상대방은 무보험입니다. 이럴 경우 내가 잘못했으면 내가 든 보험으로 처리하면 되지만, 보험을 들지 않은 상대방이 잘못하여 사고가 발생할 경우 저는 피해를 보상받지 못하고 내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물론 사고를 낸 사람은 법적 처벌을 받지만 상당히 곤란한 거죠. 그래서 차를 소유한 사람은 모든 운전자가 자동차 보험을 가입하는 것은 의무입니다. 자… 지금까지 우리가 차에 대해서 조목조목 다 짚어봤는데 제일 중요한 게 남았어요. 아까 중고차를 샀다고 했잖아요. 이렇게 새파랗게 젊으신 분이 왜 중고차를 샀어요?
이해연 : 처음에는 새 차를 사고 싶었어요. (웃음) 생각해 보니 새 차도 중요하지만 사는 순간부터 큰돈이 나가기 때문에 굳이 소모품에 큰돈을 들이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보다는 내 집을 장만하는 데 비중을 두고 싶어서 좀 더 절약하자는 의미로 중고를 뽑았습니다.
박소연 : 쉽게 설명하면 떡이 두 개 있는데, 집이라는 큰 떡을 위해 자동차라는 작은 떡에 돈을 덜 투자했다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 기준에는 해연 씨가 왜 이렇게 실수를 했지?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6년간 차를 끌어본 선배로서 왜 휘발유 차를 샀어요… 지금 차를 사면서! 하이브리드를 샀어야죠!
이해연 : 지금 제가 선택해서 산 차가 그나마 연비가 좋으니까 선택한 거예요. 차를 사기 위해 홈페이지 검색을 많이 해봤어요. 그런데 하이브리드 차가 금액이 아주 비싸더라고요.
박소연 : 하이브리드는 영어로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요소가 둘 이상 뒤섞었다는 뜻으로 전기하고 휘발유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통합한 거예요. 배터리를 충전해서도 가기도 하고 휘발유를 넣어서 갈 수 있으니 연료를 아낄 수 있습니다. 지인이 얼마 전에 해연 씨가 구입한 아반떼의 하이브리드를 샀어요. 해연 씨는 본인 차에 5만 원어치 주유했더니, 430여km가 나온다고 했죠. 그런데 하이브리드는 1,000킬로미터 연비가 나온답니다. 그분이 2023년에 출시된 하이브리드 아반떼를 한국 돈으로 2,800만 원에 샀어요. 해연 씨가 산 찻값의 세 배죠. 제 기준에서는 세 배를 주더라도 연비를 절약하고, 또 새 차고, 더군다나 남한에서는 한 번에 다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할부라는 제도가 있잖아요.
이해연 : 요즘엔 이자가 너무 비싸요. (웃음)
박소연 : 그래도 하이브리드를 사서 연료비를 좀 절약하지… 아쉬움이 있어요. 그리고 차 안에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의자 시트 색이 밤색입니다. 북한에서 말하면 도당 간부들이 입는 그런 가죽 잠바 색깔에다가, 남한에서 생산한 차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실내 디자인이 외제차는 저리가라예요. 내비게이션이라고 도로를 알려주는 작은 화면을 말하는데 북한에서는 '길동무 앱'으로 부르죠? 내비게이션이 마치 텔레비전 화면처럼 쫙 펼쳐졌는데 정말 멋있는 거예요. 제가 차를 산 지 6년이 됐는데, 그 차를 보고 나도 타고 싶어서 제 엉덩이가 또 들썩거리는 거예요.
이해연 : 그럴 만하죠. 왜냐하면, 지금은 2023년이고 선배님이 차를 사셨던 건 2017년이잖아요. (웃음)
박소연 : 그리고 해연 씨한테 팁 하나 알려주고 싶은데, 휘발유를 덜 쓰면서 달릴 수 있는 시속이 있어요. 그런데 시내 주행에서는 좀 어렵죠. 도시에서는 시속 60km로 가고 싶은데 앞에 차가 많으면 맞추기 쉽지 않겠죠. 그러나 고속도로에 나가면 쌩쌩 달릴 수 있잖아요. 그때 시속을 80에서 100km로 놓고 달려야 해요. 그럼 우리 생각에 빨리 달리면 휘발유를 더 절약한다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아요. 시속 120km를 초과하면 휘발유가 많이 들어가요. 제일 경제적인 속도가 80에서 110km라는 걸 잊지 마세요. 또 운전할 때 급제동하지 않아야 휘발유가 절약돼요. 그러기 위해서는 앞에 차가 있으면 미리부터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서 천천히 세워야 하고요. 사고도 안 사고 안전하고 또 경제적으로 운전합시다!
이해연 :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박소연 : 우리가 지금까지 차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은 개인이 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이런 사실에 놀랄 겁니다. 북한은 개인이 차를 소유하는 것은 법에 위반되고 대부분 주민들의 경제 여력이 자동차를 구매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에 사는 대부분의 탈북민 가족들이 남한에서 가족이 승용차를 탄다고 하면 엄청나게 부자라고 생각해요. 남한에는 차가 2,500만 대 이상으로, 한 가정에 두 세대 이상의 차를 소유한 집들도 많습니다. 차가 있어야 직장도 가고, 출장도 갈 수 있고, 가족들이 여행도 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면에서 차에 관한 얘기를 해드리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차만 사면 끝인가? 아니죠. 남한에서는 자동차를 구매한 뒤 법적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습니다. 의무적으로 보험도 들어야 하고, 자동차에 관한 세금도 내야하고, 정기적으로 자동차 성능에 대한 검사도 받아야 합니다. 해연 씨, 북한에서는 차 사고가 나면 보통 어떻게 처리하죠?
이해연 : 형사 처분이나 필요한 행정 절차는 따로 없는 거 같아요. 그냥 개인들끼리 알아서 보상을 좀 해주거나, 가끔 권력이 있는 사람은 보상을 안 해주기도 하죠. 그러다 보면 싸움도 나고 난리도 아닙니다. 북한은 자동차가 많지 않아서 사고 상황을 자주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사고가 안 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럴 때마다 싸움으로 해결하기보다 남한처럼 보험으로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생기면 좋겠어요.
박소연 : 제가 오기 전에도 북한에서는 자동차 사고가 비일비재했어요. 북한에는 봄이면 얼음이 녹으면서 땅이 쉽게 꺼져요. 그러면서 차들이 중심을 못 잡고 많이 전복되는데, 주로 화물차 사고가 자주 발생했어요. 그러면 운전기사뿐만 아니라 적재함에 탔던 사람들이 거의 다 사망했어요. 북한도 자동차 사고가 발생하면 법으로 처리합니다. 우선 사고를 낸 운전기사는 감옥에 구류하고 다친 사람들은 병원에 입원해요. 피해자 가족들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운전기사가 징역을 갈 수도 있고 그냥 풀려나올 수도 있어요. 때문에 피해자 가족들은 운전기사를 상대로 보상금을 많이 받기 위해 의기투합하고, 심지어는 위력을 행사하기 위해 인민군대를 동원하기도 해요. 놀라운 사실은 북한에서 발생하는 자동차 사고는 대부분 음주 사고로 운전기사들은 겨울에 추위를 이기느라 술을 먹고 운전합니다.
이해연 : 맞아요. 북한에는 운전기사들이 술을 먹고 운전하는 것이 일상인 거 같아요.
박소연 : 그런 경우 운전사 잘못이잖아요. 그런데도 판결을 통해 해결하는 법적 제도가 없다 보니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사 측은 돈을 안 주려고 하고 피해자 가족들은 보상금을 받아내려고 난리가 나는 거죠. 가해자가 돈을 안 주면 집에 있는 5장 6기를 다 들고나오는 등 무지막지한 상황들이 벌어지는 거죠. 그런데 남한은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 모든 게 잘 해결되어 가는 것 같아요. 제가 만일 보험에 가입을 안 했으면 늘 조마조마하면서 운전할 것 같아요.
이해연 : 저도 그런 면에서 보험이 정말 필수적인 것이네요. 처음에는 금액이 커서 부담으로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를 위해서도 상대방을 위해서도, 또 안심해서 운전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입니다.
박소연 : 그런데… 자동차에 대해 신나게 말하는 해연 씨를 보는데 갑자기 슬퍼지네… 북한에 사는 해연 씨 또래 친구들은 지금쯤 허구한 날 먼 길을 걸으며 사느라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이해연 : 제가 방송 질문지를 작성하면서 들었던 생각도 그렇습니다. 북한에 살 때 내가 하고 싶은 것,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 남한에서는 이걸 버킷리스트라고 하는데요. 그 때 저의 버킷리스트가 남한을 가야겠다, 그리고 거기에 가서 다른 나라들 여기저기 다녀보고 싶다는 거였어요.
박소연 : 아니 북한에 있을 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이해연 : 네. 시험 칠 때 쓰는 하얀 16절지 종이에 첫째는 뭐다, 둘째는 뭐다 이렇게 썼어요. 그때는 허황한 꿈을 꾼다고 생각하면서도 마냥 행복했었어요. 그리고 그걸 몰래 감춰뒀는데 엄마가 우연히 그걸 보시고 웃으셨던 것도 기억나네요.
박소연 : 저도 만약 딸이 그랬으면 웃을 것 같네요. (웃음)
이해연 :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자세하게 썼어요. 그리고 그걸 자꾸 펼쳐보면서 반드시 이렇게 살 것이라고 다짐했어요. 그중에 아직 다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지금 제가 남한에 왔고 차도 샀잖아요. 꿈으로만 생각했고 적었던 버킷리스트에서 일단 두 개를 지웠습니다. 이렇게 하나씩 지워가는 성취감을 느끼면서 요즘 너무 행복하고 좋습니다.
우리 보통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 사람 일이다’라는 말합니다. 북한에는 상상도 못 했던 사고나 행운을 두고 자주 하는 말인데, 진짜 맞는 얘기 같습니다. 4년 전 해연 씨는 종이에 꿈들이 적으면서 진짜 이뤄지리라 생각하지 못 했을텐데 지금은 하나씩 이뤄가고 있으니 말입니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꿈을 현실로 이뤄가는 해연 씨의 정착 일기는 지금, 이 순간도 진행 중인데요. 다음에는 또 어떤 꿈이 버킷리스트에서 지워질까요? 그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갈게요.
지금까지 탈북 선후배가 나누는 남한 정착이야기
<우리는 10년 차이> 진행에 박소연, 이해연,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녹음 총괄, 제작, 에디터 : 이현주 웹팀 :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