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지난 2월부터 러시아 파병설 나돌아
2024.10.24
- 북한 내부에 지난 2월부터 ‘제대 앞둔 군인’ 러시아 파병설 제기돼
- 북한군 부상, 사망시 보상 받을 수 있을까
- 평양 상공에 한국 무인기 주장과 일치하는 러시아 파병 시기, 우연?
- 북한 주민들 무인기 사태에 ‘분노’보다는 ‘한국 기술력’에 관심
지난 8일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할 북한 특수부대 1천500여 명이 1차 수송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시작된 즈음, 북한은 평양 상공에 남한 무인기가 침범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금 북한은> 남북한을 흔들고 있는 두 가지 소식, 취재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지은, 안창규 기자 : 안녕하세요.
진행자 : 김 기자, 북한이 드디어 파병을 했군요. 북러 정상 회담 이후 파병 가능성에 대해 북한 내부는 물론 러시아 내부 소식통에게도 여러 차례 언급이 있지 않았습니까?
김지은 기자 : 네, 그렇습니다. 러시아에 북한 군을 보낸다는 소식은 올해 초부터 다양한 소식통으로부터 흘러나왔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지난 2월, 10년 만기 복무한 일부 군인들을 제대시키지 않고 러시아에 보낸다는 내용을 전해왔습니다. 북한 내에서도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며 제대를 앞둔 군인의 부모들이 자녀의 소속된 부대 확인한 결과, “로씨아에 콩농사 지으러 간다”는 설명을 부대로부터 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콩농사 지으러 가는 사람을 선발하며 왜 10년의 훈련을 모두 마친 제대 군인들을 보내는 지, 이 부분에 대해 주민들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또 러시아 농사를 지으러 가는 군인을 선발하는 데 있어 몇 가지 특이한 조건이 확인됐는데요. 일단 만기된 군인들에게 제대증을 주지 않고 러시아에서 농사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그때 군복무를 마쳤다는 제대증을 준다고 한 부분입니다. 최근 북한에서는 제대 이후 농촌에서 3년을 다시 일한 뒤 제대증을 주는데 이와 비슷한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당증’입니다. 그동안 북한은 해외에 인원을 파견할 때 대부분 입당하고 성분이 좋은 사람들로 선발했는데 이번에는 왜서인지(어떤 이유에서인지) 입당을 못한 군인들을 대거 포함한 것으로 전했습니다.
이런 조건들 때문에 내부에서도 농사가 아니라 전쟁터로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습니다.
또 군인들을 선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시기가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에게 고가의 차량을 선물했다는 보도가 나간 직후라 주민들 속에서 의구심이 컸습니다.
진행자 : 러시아 내부에서 전쟁에 투입할 대상들이 징집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김 기자가 보도한 내용을 보면 러시아는 군인을 징집하기 위해 군인 봉급도 대폭 인상했는데 그래도 징집이 안 되는 상황이고요. 그런데 명분 없이 남의 나라 전쟁에 동원되는 북한 군인에 대한 현지의 시각이 이례적입니다. 안쓰럽다는 반응이 나왔네요?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러시아 현지 소식통들은 지금 러시아에서는 전쟁에 징집되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는 인식이 농후하다고 전했습니다.
러시아 사람들은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을 가리켜 ‘사람을 갈아 넣는 믹서기’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믹서기 안에 왜 들어가나’ 하는 얘기를 한다는 것입니다.
또 러시아 각 도시는 물론 시골에까지 징집을 독려하는 포스터가 붙어있는데, 이 포스터를 보면 입대한 군인에 일시금 70만 루불, 미화로 7,275달러를 우선 지급하고 매월 20만 루불, 미화 2,080달러씩 지불한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청년들이 군징집을 기피하자 기존 27세까지의 입대 연령 상한선을 올렸습니다. 소식통은 복무 연한도 20개월에서 전쟁 종료시까지로 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진행자 : 올해 5월 러시아는 새로운 징집법에 발표한 것으로 확인되는데요, 강제 징집은 내부 여론 악화를 의식해 전반적으로 이뤄지진 않지만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지역에서는 징병 대상자를 지정하고 이들에 대한 강제 징집이 이뤄지는 현장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김지은 기자 : 그 부분에 대해서도 소식통은 2022년까지 강제 징집이 이뤄졌지만 지금은 대상자가 없어 자원 입대를 요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북한 군대를 러시아로 파병하고 있는 것인데요, 러시아 국민들이 북한군의 개입을 환영할 것 같지만 죽음이 불가피한 참전을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게다가 검게 그을린 얼굴, 마르고 왜소한 체격의 북한 군인들이 상관의 통제 하에 지급받은 군복을 입고 군 장비를 보급받는 영상을 본 러시아 사람들은 경악했습니다. 러시아가 시작한 전쟁이지만 러시아 국민들도 목숨을 지키기 위해 징집에 응하지 않고 있는 때에 북한 김정은의 명령으로 죽음의 전쟁터에 강제로 내몰리게 된 북한 군인들의 처지를 안쓰럽게 여기는 분위기라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진행자 : 이번 파병으로 북한 당국은 분명 챙기는 것이 있겠죠. 군인들의 경우는 전쟁 참전의 대가로 어떤 것을 보장받습니까? 부상, 사망의 경우에는 어떨 것으로 보입니까?
김지은 기자 : 적어도 김정은 위원장 입장에서는 러시아에 군인들을 파병한 대가로 얻는 것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 북한이 채 완성하지 못한 핵미사일 관련 군사기술은 물론이고 부족한 식량과 원유 등 러시아 당국이 징집 보상으로 정한 대가는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어떤 보상도 결국에는 김정은의 주머니로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또 러시아에서 부상자나 사망자에게 상당한 보상금을 지급하더라도 보상금이 북한 병사들이나 가족들에게 전달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과거 사례를 봐도 그렇습니다.
파병되는 북한 군인들은 소식통의 전언대로 만기복무를 마쳤다고 하더라도 군인 신분입니다. 북한 군인들이 군 복무기간에 사망하는 경우 대부분 ‘전사증’만 가족에게 전달됩니다.
진행자 : 물질적 보상을 한 경우도 있지 않았습니까?
김지은 기자 : 이번 경우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국가대상 주요 건설에서 사망한 경우 전사자 가족에게 텔레비전 등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전사증을 받고 시신은 집으로 가져올 수 없어, 사망자의 시신을 인도 받은 장소 주변에 묻고 다시는 찾아갈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파병 군인들도 비슷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창규 기자 : 이미 보도됐지만 전쟁 장기화로 병력 부족이 심각한 러시아가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네팔, 스리랑카, 브라질, 쿠바 등 유럽, 아시아, 심지어 남미 국적 병사들을 최전선에 배치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에 포로가 된 외국인 병사들을 보면 러시아에 유학을 왔다가 돈이 떨어져 절박한 심정으로 입대한 병사, IT회사에 취직하는 것으로 알고 러시아에 왔다가 군에 징집된 군인 그리고 러시아 시민권을 얻기 위해 제 발로 입대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병사들이 상당수가 전장에서 사실상 총알받이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대신 러시아가 이들에게 돈을 주는데 입대 시 2000달러를 일시불로 주고 또 매달2000달러 정도를 월급으로 준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물론 러시아에서도 적은 금액은 아닙니다.
러시아 자국 군인이 사망하면 사망 보상금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외국인 병사는 어떤지 아직 정확하지 않습니다. 외신에 보도된 네팔 국적의 한 병사의 경우 가족에게 사망 통보만 하고 보상금은 지급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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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이 지난 11일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세 차례 침범했다고 주장한 이후 남북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무인기를 문제 삼기 시작한 시점이 공교롭습니다. 북한은 이 즈음에 러시아에 파병을 시작했는데요, 북한이 의도적으로 무인기 사태를 키우고 있다면 어떤 의도일까요?
안창규 기자 : 3가지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우선 한국의 정찰용 무인기 침투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합니다. 2년전 북한 무인기 여러 대가 경기, 인천, 서울까지 침범한 일이 있었지요.
정확하진 않지만 이에 대한 보복으로 민간에서도 몇 번 무인기를 북한에 침투시켰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기술, 장비 면에서 깜도 안되는 북한을 손 봐주겠다는 의도였을 겁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9.9, 혹은 10.10을 맞아 북한에 무인기가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를 격추할 능력이 없는 북한의 심기가 매우 뒤틀렸을 겁니다. 그래서 북한이 무인기에 전단까지 더해 긴장과 공포를 조성함으로서 무인기 침투를 막으려는 의도일 수 있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김정은의 신변안전과 관련되는 문제로 보고 의도적으로 심각하게 키우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주장에 따르면 한국이 보냈다는 무인기가 ‘혁명의 수도’라고 하는 평양, 그것도 김정은 집무실이 있는 중구역 상공을 휘젓고 다녔습니다. 전단까지 떨구었다는 것이고요.
이는 무인기가 김정은에 어떤 공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북한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사태를 키워 차후 무인기 침투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군인 파병과 관련해 ‘벼랑끝 전술’을 취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쟁도 불사할 수준의 긴장을 조성하면서 북한군 파병과 관련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 무인기 침범을 주장한 이후 북한은 주민들에게 전쟁 준비 물자를 준비하도록 하고 방송에서는 남한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하고 있습니다. 정작 북한 주민들은 이 사태를 어떻게 지켜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창규 기자 : 북한 주민들이 공식 석상에서는 서로 경쟁적으로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는 주민들도 많습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고 사태를 복잡하게 만드는 건 우리야”라고 말하던 일이 생각납니다.
하도 오랜 기간 당국의 상투적 수법을 겪다 보니 알만한 사람은 진실을 아는 겁니다. 실제로 당국의 의도와 다른 반응도 나옵니다.
우선 평안북도 소식통이 전한 내용인데 한국 무인기가 평양까지 왔다는 보도를 들으며 분노보다는 “한국의 무인기 기술이 참 발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겁니다. 소식통은 함께 식사한 동창생도 “서울에서 평양까지 무인기를 띄우는 원격기술이면 한국의 국방력도 그만큼 발전한 것”이라는 의견이었다고 전했습니다.
민간 무인기 즉 드론 동호회(구락부)도 많고 누구나 드론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한국과 달리 북한 일반 주민들은 무인기나 드론에 대한 지식이 높지 못합니다. 당연히 한국에서 평양까지 무인기가 왕복으로 비행했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고 신기했을 겁니다.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 삼성, 현대 등 한국의 반도체 공업, 자동차 공업, 선박 공업 등이 발전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 북한 주민들이 이번 기회에 다시금 한국의 국방력과 기술을 알게 된 계기가 됐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또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북한 당국은 전국의 청년들이 군 입대와 복대를 탄원(자원)하게 했습니다. 북한에서 이런 탄원 모임이 자주 진행됩니다.
올해만 해도 지난 3년전부터 지속돼온 탄광, 광산, 발전소 등 어렵고 힘든 험지에 탄원하는 모임이 있었고 지난 7월 압록강 수해 때도 수해복구에 탄원하는 모임이 진행됐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군 입대 탄원 모임이 진행되었는데 청년들이 이번 탄원 모임을 여유로운 얼굴로 대했다는 겁니다. 이미 있은 탄원 모임 때와 달리 웃으며 장난하는 청년도 있었고 모임에 참가하지 않은 친구를 대신해 서명(싸인)하는 청년도 있었다고 합니다. 또 서명만 하고 집으로 가버린 제대 군인도 있었습니다.
이는 청년들의 태도가 당국의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는 걸 보여줍니다.
달리 분석하자면 북한 청년들이 다른 탄원은 실제로 현지에 파견되는 탄원이지만 이번 탄원은 서명만 하는 형식적인 행사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시기 북한에서 군입대 및 복대를 탄원하는 모임이 수차 있었지만 실제 청년들이 군에 입대하거나 복대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안 기자가 지금 언급한 탄원 모임은 노동신문에도 보도됐습니다. 평양 무인기 침투해 분노한 청년 140만명이 입대, 복대 탄원서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는데, 같은 지면엔 이런 분노를 농사일에 쏟아 부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기사도 여러 건 실렸습니다. 주민들의 분노가 향하는 지점이 평양 상공에 등장한 무인기인지 항상 부족한 식량 사정을 어쩌지 못하는 북한 당국인지 잘 보여주는 지난 16일자 노동신문이었습니다. <지금 북한은> 오늘 소식은 여기까집니다. 함께해주신 김지은, 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시간,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오겠습니다. 함께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