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지금] 캐나다의 동쪽끝 ‘가스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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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은 8월 더위를 식히려 어디로 다녀들 오시나요? 저는 이번 여름에 캐나다의 동쪽끝 대서양에 다녀왔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대서양 해변으로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는 말인데요.

제가 사는 캐나다 토론토에서 동쪽으로 끝없이 가면 맨땅 끝자락에가 닿은 곳에 바다가 있는데요. 그곳이 바로 대서양입니다.

북한에서 살때는 걸어서 두세 시간이면 동해안에 가 닿을 수 있어서 해마다 여름철이면 해수욕을 가곤 했는데 여기서 바다를 보려면 차를 몰고 장장 이틀을 쉬지 않고 가야 합니다.

토론토 주변에는 한반도 크기보다 더 큰 호수도 있고 천연의 밀림도 많은데 굳이 그먼 곳까지 간 이유는 지인이 추천을 해서 입니다.

함경북도 어랑이 고향인 친구는 낚시를 참 즐기는 사람인데요. 어랑이라는 말처럼 고기잡는 사람이 많다고 해서 붙은 이름답게 어부 이상으로 고기 낚는 것을 좋아합니다.

친구는 온타리오 호수에서 고기를 낚는 것이 성차지 않아 북한에서처럼 바다에서 고기를 낚고 싶어서 그먼 길을 운전해 해마다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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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아래 물개들이 노니는 대서양 바닷가 /RFA Photo - 장소연

그렇게 다른 몇몇 지인들과 함께 제가 이번에 다녀온 곳은 가스페 반도라고 하는 캐나다 동쪽끝, 대서양입니다. 가스페라고 하면 전혀 들어보지 못한 분들이 많으실텐데요.

그럼 혹시 “빨강 머리 앤”이라는 소설은 읽어보셨지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정말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캐나다 소설인데요. 그 빨강 머리 앤이 살던 프린세스 에드워드 섬에서 멀지 않은 곳이 바로 가스페 반도랍니다.

참고로 멀지 않은 곳하면 걸어서 한두시간 거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곳 캐나다에서는 보통 자동차로 몇시간 거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가스페는 천연원시림과 바다가 있는 캐나다 오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와 몬트리올 그리고 퀘백을 지나 점점 대서양 쪽으로 다가가면 바다와 잇닿은 세인트 로렌스 강이 나오는데요. 그 강을 따라 가는 길은 그야말로 황홀경 이상입니다.

깎아지른 바위절벽 밑으로 난 굽이굽이 고속도로 길옆에는 파도가 넘을 듯 솟구치고 끝도 없이 펼쳐진 물은 비취색으로 빤짝입니다. 그리고 그위에 가끔 보이는 햇빛에 검게탄 어부들이 하얀 고깃배를 타고 둥둥 떠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한폭의 그림입니다.

절벽이 끝나는 곳에는 하얀벽에 빨간색, 초록색 등 여러가지 색깔의 지붕을 얹은 집들이 초록색 초원에 널려있는 동화 속 바닷가 마을이 펼쳐지는 데요. 그렇게 끝도 없이 펼쳐지는 광경을 자동차를 타고 가면서 장장 8시간이나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도착한 가스페 반도는 이곳 원주민 말로 땅의 끝이라는데요. 저는 옛날에 “빨강 머리앤”을 읽으면서 앤이 감탄했던 빛나는 호수, 하얀 환희의 길은 과연 어떤 곳일까 상상했었는데바로 그런 곳이 가스페에는 곳곳에 있었습니다.

밤비에 물방울이 가득 맺힌 봇나무 잎이 아침햇살에 반짝이는 숲속 길을 따라 내려가니 절벽 아래 물개들이 옹기종기 모여 해볕쪼임을 하고 그 반대편에는 낚시군들이 긴 낚싯대를 드리우고 서있는 모습이 참 평화롭습니다.

저녘에는 수림에 천막을 치고 잡아온 고등어를 구워 먹고 우등불을 피우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하며 온타리오에서는 맛볼 수 없는 독특한 퀘백 맥주를 마시며 밤을 보냈는데요. 북대서양의 밤하늘에 보석처럼 빛나는 수 많은 별 또한 장관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