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싱싱한 회를 택배로
2024.11.27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지난 한 주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순희: 얼마 전에 택배로 회를 배달시켜 먹었어요. 택배는 소포를 뜻하는데요. 회는 싱싱한 게 생명인데 택배로 받는다니 북한 청취자분들은 조금 황당하고 믿기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또 북한에서 회를 먹는 것도 흔치 않기도 해요. 제가 청진에서 먹어본 회는 오징어회가 전부였어요. 회라는 건 말하자면 날생선을 손질해서 생으로 먹는 방법인데요. 생선을 굽지 않고 날것으로 먹으면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죠.
기자: 날로 먹는 만큼 위생과 신선도가 중요한 음식이기도 하죠. 그래서 회를 뜬 즉시 먹는 게 가장 좋고 아무리 보관을 잘했어도 3일 안에 먹어야 하는데요. 그런 음식인 회를 배달이 아닌 택배로 받는다는 건 저도 처음 들어보네요. 어떻게 가능한 거죠?
이순희: 남한에서는 택배가 정말 빨리 배송돼요. 택배로 보내는 회 같은 경우에는 당일 아침에 잡은 생선을 바로 횟감 혹은 구이용으로 손질해서 보내주는 거예요. 그럼, 해안가에서 살고 있는 집까지 당일 배송할 수 있어요. 그날 아침에 잡은 회를 제가 집에서 꼼짝하지 않고도 그날 저녁에 바로 먹어볼 수 있는 거죠. 만약 부산에서 횟감을 시키면 제가 아무리 가까운 대구에 있다고 해도 차로 2시간은 걸려요. 회를 먹으러 가면 왕복 4시간은 걸리는데 이런 서비스 덕분에 편하게 집에 앉아서 당일 잡힌 신선한 회를 먹을 수 있었죠.
기자: 당일 아침에 잡아서 택배로 받아본 회의 맛은 어땠나요?
이순희: 바닷가에서 펄펄 뛰는 회 맛이랑 다르지 않았어요. 육지에 있는 일반 횟집을 가는 것과는 정말 다르더라고요.
기자: 또 어떤 상품을 택배로 받아보셨나요?
이순희: 엊그제는 포항 바닷가에서 파는 명란젓을 주문했는데 바로 다음 날 배송이 왔더라고요. 그런데 더 놀라웠던 건 상자를 뜯어봤는데 아이스팩이 녹지도 않고 그대로 배송됐더라고요. 그만큼 포장도 꼼꼼히 했고 배송도 빨랐다는 뜻이죠. 그 싱싱한 명란을 받아서 고춧가루, 마늘, 참기름을 넣고 맛있게 먹었죠. 심지어 아는 분은 집에서 전복을 주문했는데 그 택배를 받아서 뜯으니, 전복이 살아서 꿈틀댔대요. 얼마나 빠르게 배송됐으면 전복이 죽지도 않고 살아있었을까요.
기자: 남한에 새벽 배송이라는 것도 생기면서 그날 아침에 주문하면 당일 저녁 먹기 전에 배송되는 서비스도 가능해졌죠.
이순희: 제가 북한에 살 때 소포를 받으려면 한 달이 걸리던 게 생각이 나네요. 예전에는 그나마 기차로 소포를 배달했는데 요즘에는 기차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더욱이 도중에 소포가 없어지는 현상이 부지기수여서 소포도 잘 안 부친다고 해요. 다행히 손전화가 보급되면서 급한 연락은 손전화를 이용하면 되지만 예전에는 편지를 부치는 일이 많았거든요. 소포가 아닌 편지도 빨라야 일주일씩 걸리곤 했죠. 남한에서는 편지는 물론 택배도 빠르면 하루, 늦어도 3~4일이면 배송이 되거든요.
기자: 저도 남한에 가서 우편을 부칠 때 생각보다 빠르게 배달되는 걸 보고 놀란 기억이 있어요. 서울에서 광주까지 우편을 부칠 일이 있었는데 쾌속과 일반 선택지가 있었거든요. 쾌속은 하루 만에 가는데 일반으로 부쳐도 이틀이면 도착한다길래 깜짝 놀랐었죠. 이렇게 빠르게 배송하는데도 오배송 사고가 있었던 적도 거의 없었고요. 심지어 송장 번호라고 우편물 혹은 택배가 잘 배송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시스템도 있죠. 남북한의 전반적인 택배 시스템을 비교해 보면어떤가요?
이순희: 남한에서는 송장 번호만 있으면 온라인으로 내 소포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죠. 반대로 북한에서는 우편이 제대로 갔는지 확인도 할 수 없고, 없어져도 없어졌는지도 알 수 없어요. 제가 북한에서 우편과 관련해 겪은 일화가 있는데요. 제가 혜산 쪽에 장사를 갔다가 일주일에 한 번 오는 기차의 표를 못 사서 수화물 칸에 돈의 웃돈을 주고 탄 적이 있어요. 말 그대로 수화물 칸이라 각종 소포와 우편물이 가득 쌓여있었어요. 그런데 그때가 겨울인 데다 백두산 쪽을 지나는 기차라 추위가 엄청났어요. 수화물 칸이라 난방도 안 되는 거예요. 그 수화물 칸 가운데 난로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었거든요. 그 수화물을 관리하는 철도 일꾼이 춥다면서 난로를 지피는데 우편물 상자에서 편지를 한 아름 가져다가 땔감으로 쓰는 거예요. 순간 너무 충격받았어요. 그 일꾼의 태도가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 아무렇지 않아 보였거든요. 그 모습을 보고 한마디 하고 싶었는데 거기서 뭐라고 했다가는 그 수화물 칸에서 쫓겨날까봐 아무 말도 못하고 불에 타던 편지들을 바라보던 기억이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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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남한 현행법에는 우편배달부가 아닌 누구라도 우편물을 정당한 사유 없이 훼손하거나 은폐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요. 그만큼 중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이겠죠.
이순희: 네, 맞아요. 남한에서 연립주택 우편함에 꽂혀있는 남의 집 우편물을 함부로 건들지 않는 이유기도 해요. 또 우편에 ‘본인 외 개봉 금지’라고 쓰여있는 것도 있거든요. 잘못하면 절도죄에 해당하거나 우편법에 걸려서 징역살이할 수도 있는 거잖아요. 특히 우편배달부나 철도 일꾼처럼 자기 직업윤리를 지켜야 마땅한 거죠.
기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배가 오배송될 수 있는 위험이 있는데요. 이를 최대한 방지하는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이순희: 졸업장이나 표창장처럼 꼭 전해줘야 하는 우편 혹은 민감한 정보가 들어있는 주민등록증,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보내야 할 때가 있는데요. 이때는 우체국에서 등기우편이라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돼요. 등기우편은 받는 사람 손에 직접 쥐여주고 사인을 받아야 하는 우편이에요. 만약 배달부가 배송지에 찾아갔는데 이 우편을 받고 사인할 사람이 없으면 ‘물건을 수령할 사람이 없어서 전달하지 못했다’는 편지를 붙여놓고 그대로 돌아와서 다음에 다시 찾아와요. 다시 왔는데도 사람이 없으면 그 물건이 반송되기도 하고요. 만약 잃어버리면 안 되는 우편이거나 본인 외에 다른 사람이 수령하면 안 되는 물건이면 이런 등기 우편을 이용하는 게 좋죠.
기자: 편리하고 빠른 택배 시스템 덕분에 소상공인들의 물건 판매나 일반인들의 중고 거래가 간편해지기도 했죠?
이순희: 맞아요. 온라인으로, 소규모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하루 이틀이면 도착하는 택배로 판매가 쉬워지기도 했고요. 또 남한에서 최근 중고 거래가 많이 늘었는데 택배 시스템이 있으니 꼭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단돈 3~4천 원에 물건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됐어요. 여러모로 배송이 빠르다는 건 참 편리한 것 같아요.
기자: 네,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편리하고 빠른 배송 시스템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