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남북 미용시술 체험기
2024.10.3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이순희: 남한에 유명한 것이 많은데 그중 하나가 성형 기술이에요. 남한의 성형 기술이 워낙 뛰어나서 해외에서도 수술받으러 오기도 하잖아요? 심지어 중국에서는 남한으로 성형 관광을 오는 여행상품도 있어요. 오늘은 남한의 성형에 대해서 이야기해 볼까 하는데요. 북한에도 성형은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성형이라고 하면 기껏해야 눈썹 문신이나 쌍꺼풀 수술 정도였어요. 그런데 그마저도 의사도 아닌 비전문가들이 기술을 배워서 마취도 안 하고 하는 거예요.
기자: 북한에서 성형이나 시술을 경험해 본 적이 있으신 건가요?
이순희: 네, 제가 북한에서 눈썹 문신을 한 적이 있는데요. 한번 하고 너무 아파서 다시는 안 하겠다고 했었죠. 당시에 주먹을 꽉 쥐고 참는데도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팠어요. 북한에서는 마구 찔러대서 피가 막 흘러요. 남한에서는 실선을 그려서 눈썹 한올 한올을 정교하게 만들어주더라고요. 북한에서는 눈썹 문신하고 딱지가 앉는데요. 그 딱지가 떨어지기까지 거의 한 달이 걸렸어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눈썹 문신한 직후에 바로 돌아다닐 수 있을 만큼 자연스럽고 지속력도 좋아요.
기자: 이순희 씨께서 생각하는 남한의 대표적인 성형에는 어떤 게 있죠?
이순희: 성형에는 대중적인 쌍꺼풀 수술부터 시작해서 코 수술, 눈 밑 지방제거도 있고요. 또 턱이 주걱처럼 나온 사람들을 위한 양악수술도 있어요. 특히 양악수술같이 턱관절을 다시 맞춰주거나 치아를 교정해 주는 수술은 꼭 미용상의 목적이 아니라 기능적인 목적도 있어요. 아래턱이 위턱보다 더 나와서 이가 서로 제대로 부딪히지 못한다거나 치아가 들쑥날쑥한 경우에도 충치도 잘 생기고 식사 등 일상생활에도 불편함이 있죠. 심지어 임플란트라고, 아예 못쓰게 된 이를 빼고 그 자리에 인공 치아를 넣어주는 수술도 있어요. 나이가 들면 치아가 점점 망가지기 마련이거든요. 임플란트는 60대 이상인 분 중에 흔하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대중적인 수술이에요.
기자: 성형수술로 콤플렉스 즉, 본인의 심리적 문제도 해결하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있죠. 이순희 씨께서도 이런 사례를 실제로 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순희: 제 주변에 성형수술로 극적으로 변한 분은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한 남한 방송프로그램에서 그런 신체적 콤플렉스가 있는 분들을 모아서 전체적으로 성형시켜 주는 내용을 다룬 적이 있었거든요. 남들이 기피할 정도의 외모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성형 대상자로 나오는데요. 전문가들의 성형수술로 본인이 말하지 않으면 동일 인물인지 모를 정도로 대변신에 성공해요. 전 그 방송을 보면서 ‘남한의 성형 기술이 이 정도구나’라고 감탄했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실제로는 과하게 성형하는 사람은 많이 없어요. 자기만족을 위해서 성형하고 관리하는 사람들은 많이 봤죠.
기자: 남한은 성형 강국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성형 기술도 뛰어나고 흔하게 접할 수 있기도 한데요. 남한의 성형 문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순희: 사람들에겐 자기의 아름다운 모습을 더 향상하고 싶은 마음이 (있죠). 콤플렉스, 말하자면 작고 길게 찢어진 눈이라던가 납작하고 콧날이 없는 코 등을 성형과 시술을 통해서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고 장려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콧날이 낮아서 코가 납작한 사람들, 눈이 너무 작아서 ‘저 사람 눈 뜨고 있나 없나?’ 생각되는 사람들은 성형을 통해서 변화를 불러오고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전 그런 건 좋다고 생각해요.
기자: 성형의 부작용과 같은 단점도 있겠지만, 장점도 많은 게 사실이죠. 그럼, 한국이 성형 강국이라서 좋은 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순희: 우선 수술을 집도하는 수술실이 북한과 다르게 굉장히 청결하고 믿음직스러워요. 북한에서는 공식으로 허가받고 하는 장사도 아니니까 청결을 엄격하게 지키기 어려운데요. 북한에서는 소독이라는 건 생각도 안 하고 가정집에서 (손님을) 눕혀놓고 수술해요. 남한에서는 워낙 수요도 많지만, 공급도 많다 보니 성형외과들끼리 경쟁도 치열하거든요. 그래서 손님을 한 명이라도 유치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기본 중의 기본인 청결도 지키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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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자기관리, 특히 성형수술과 시술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요. 성형 자체는 여성분들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놓긴 하지만 남성분들이 주로 받는 수술도 있죠?
이순희: 남성분들은 코 수술을 많이 받아요. 남한에는 “남자 얼굴에서 코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거든요. 남자에게 코는 그 사람의 매력을 가장 많이 부각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사시 절단 연장술이라고 키를 늘려주는 수술이 있어요. 아무리 남자는 20대 초반까지 큰다지만, 그런데도 본인 키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들이 있거든요. 제가 보기에 남한 분들은 키가 쭉쭉 빠졌어요. 그래도 자기 키가 작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다리뼈를 잘라내면 자연스럽게 뼈가 붙어서 키를 늘려주는 수술을 해요. 듣기에는 기괴한 것 같아도 다 과학적인 원리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 남성분들은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빠지니까 모발을 이식해 심는 수술도 있어요.
기자: 머리카락을 심는 수술은 어떻게 가능한 거죠?
이순희: 예전에는 머리가 벗겨지는 사람들은 가발을 쓰거나 가리기 혹은 그냥 포기하고 있는 그대로 살았었는데요. 요즘에는 다리털이나 필털 아니면 목뒤에 있는 털로 머리를 심을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어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이 기술을 잘 쓰고 있는데요. 북한에도 이런 기술이 보급되면 좋겠네요.
기자: 이순희 씨께 가장 흥미로웠던 성형수술은 어떤 거였나요?
이순희: 저는 지방흡입이 가장 흥미로웠어요. 북한에서는 못 먹어서 굶는 사람이 많은데요. 오히려 남한에서는 먹을 게 풍족하고 앉아 있는 생활을 하는 분이 많다 보니 비만을 겪는 분이 많아요. 만약 운동과 식단으로도 살이 잘 안 빠지면 성형외과에 가서 바로 지방제거 수술을 할 수 있어요. 말하자면 몸의 지방 즉, 기름층을 수술로 떼는 기술인 것도 놀랍지만 남북한의 다른 사정이 보이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기도 하고요. 북한 사람들은 못 먹어서 여위었는데 남한에는 너무 뚱뚱해서 지방을 제거하는 수술이 있다니까 너무 대조적이잖아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남한의 성형 문화와 관련해서, 자기관리가 워낙 뛰어나다 보니 남한 사람들은 보통 어려 보이는 것 같아요. 북한의 20대가 남한의 40대처럼 보이고요. 북한의 40대는 남한의 70대 정도로 보여요.
기자: 성형수술이 너무 과해도 안 되겠지만, 성형수술이 꼭 필요한 분들이 있죠?
이순희: 네, 맞아요. 북한에 언청이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 있는데 겉으로 보이는 특징이다 보니까 그 콤플렉스로 학교도 못 가곤 해요. 한국에서는 언청이 수술로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그게 안 돼서 오랜 시간 동안 고통받는다는 게 안타깝죠. 북한 아이들도, 주민들도 남한의 성형수술 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기자: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성형 강국 남한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