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 네, 안녕하세요.
기자 :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이순희 : 제가 한 10년 전에 남한에서 열차 시간표를 잘못 보고 기차역에 늦게 나왔다가 놓친 적이 있었어요. 원래 타려고 했던 기차는 고속열차였는데 그다음 시간 열차는 앉을 자리가 없길래 완행으로 달리는 남한의 무궁화호 열차를 타게 됐죠.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기차가 연착되면서 서울에서 대구까지 4시간이 걸려야 하는데 6시간 만에 도착했어요.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으니까 저는 아무렇지 않게 역을 빠져나가려고 했죠. 그런데 기차역에서 역무원이 다가오더니 저한테 "방금 이 무궁화 열차에서 내리신 분 맞죠?"라고 물었어요. 제가 "맞아요"라고 대답하니 열차표 전액을 현금으로 환불해 주는 거예요. 기차가 2시간 늦게 도착했다고 전액 환불이라뇨. 함께 열차를 탔던 친구와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나요. 북한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남한 기차에 관해 얘기해 보면 어떨까 해요.
기자 : 남한에는 기차 종류가 많죠. 어떤 종류가 있나요?
이순희 : 제가 처음에 남한에 왔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기차 종류가 많지는 않았어요. 무궁화호, KTX, 새마을호 등이 있었던 것 같아요. 무궁화호는 완행열차로 다른 열차에 비하면 빠른 편은 아니지만 정류하는 곳이 많아서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기 편리해요. 무궁화호가 1980년대부터 운행을 시작해서 장거리 노선이었다고 하는데요. 최근에 장거리를 달리는 더 빠른 열차들이 만들어지면서 이제는 2~3시간 거리의 지역을 이동할 때 많이 쓰는 열차로 자리 잡게 됐어요. 그리고 KTX라는 고속열차가 있는데요. 서울-부산과 같은 먼 거리를 이동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대중교통 수단이 바로 KTX에요. 서울과 부산이 430km로, 자동차로 이동하면 약 6시간 정도 걸리는데요. KTX를 타면 2시간 20분밖에 안 걸려요. 북한 평양에서 청진까지가 700km 정도거든요. 차로 가도 한 11시간은 걸려요. 만약 이 구간을 남한 KTX를 이용할 수 있다면 3시간 50분 정도 만에 도착할 수 있다는 거죠.
기자 : 11시간에서 4시간이라면 하루 종일 걸릴 여정을 반나절로 줄일 수 있다는 거네요. 그러면 새마을호는 어떤 열차인가요?
이순희 : 새마을호는 제가 남한에 정착하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빠른 편에 속하는 고속열차였는데요. 최근에는 무궁화호와 같이 완행열차로 취급받는 것 같아요. 다만 새마을호는 무궁화호보다 살짝 더 빠르고, 좀 더 쾌적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기자 : 이순희 씨께서는 여행도 좋아하신다고 하셨는데, 여행 갈 때 기차를 자주 이용하시나요?
이순희 : 네, 그럼요. 기차는 자동차처럼 운전할 필요도 없고, 지정 좌석이 있어서 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서 좋아요. 시간 맞춰 기차역으로 가기만 하면 웬만한 전국 각지에 3~4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고, 또 거의 모든 기차 역전 바로 앞에 대중교통이 잘 구비돼 있어서 원하는 곳으로 바로 이동할 수도 있고요.
< 관련 기사 >
[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다른 듯 같은 남북한의 추석 — RFA 자유아시아방송Opens in new window ]
[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비행기로 전국여행 — RFA 자유아시아방송Opens in new window ]
기자 : 설레는 기차 여행은 기차표를 예매하고 발급받는 것부터 시작하는데요. 남북한 무엇이 다른가요?
이순희 : 북한에서는 우선 기차를 타고 싶어도 여행증을 발급받아야 지역을 벗어날 수 있어요. 말하자면, 함경북도 청진시에 산다고 해도 경성에 가거나 함경남도 쪽으로 가려면 꼭 여행증을 발급받아야 하거든요. 또 기차 역전에 직접 나가서 언제 기차가 오는지 알아봐야 하고, 명절같이 수요가 많을 때는 기차표 발급받기도 힘들어요. 사람들이 많으니까 며칠씩 열차표 발급하는 창구에서 기다리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어렵게 탄 기차도 언제 떠날지, 언제 도착할지도 알 수가 없어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손쉽게 핸드폰 즉, 지능형 손전화기로 홈페이지에 접속하든지 아니면 애플리케이션을 깔아서 해당 시간대의 열차를 검색하고 결제하면 끝이에요. 줄 서서 기다릴 필요도 없고 집에서 예매할 수 있으니 간편하죠. 당연히 여행증 같은 건 발급받지 않아도 돼요. 남한 국민이라면 모두 이동의 자유가 있으니까요.
기자 : 기차를 탄 경험은 어땠나요?
이순희 : 남한에서 기차여행을 할 때면 북한에서의 경험과 비교되면서 정말 행복하고 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선 남한 기차역에는 북한처럼 여행증명서와 기차표를 검문하는 곳 자체가 없어요. 집에서 손전화기로 예매한 표를 갖고 시간 맞춰 기차역으로 나가면 큰 안내전광판에서 열차 시간과 타는 곳을 안내해 주고 있어요. 그럼 본인이 예매한 기차 시간에 따라 양심적으로 그 기차에 올라타는 거죠. 이 얘기를 들으면 "몰래 타는 사람이 있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있기야 있겠죠. 그런데 제 경험상 몰래 타는 분은 거의 없는 것 같았어요. 역무원이 가끔 기차를 돌아다니며 기차표를 확인하곤 하는데 적발되는 사람을 못 봤을뿐더러 다들 본인 자리에 앉아서 좌석 앞에 있는 잡지를 보거나 핸드폰을 보면서 질서 있게 움직이거든요. 그런데 북한에는 좌석표도 없고 정원수라는 것도 없어요. 그러니 먼 거리를 가는 분들은 남보다 먼저 올라가 앉을 자리를 차지하느라 밀고 다치고, 난장판이에요. 밀리거나 힘이 약한 승객은 서서 4~5일을 발이 퉁퉁 부을 정도로 서서 가야 하는 거죠.
기자 : 남북한의 열차 속도 차이는 얼마나 되죠?
이순희 : 북한의 열차는 30~60km 정도 속도로밖에 안 달려요. 그러니까 오죽하면 남한 언론에서 자전거 속도와 비슷하다고 했겠어요. 제가 느끼기에도 자전거를 조금 빠르게 달리는 속도와 비슷한 것 같았어요. 심지어 전기가 부족하니 가다 서기를 반복하고 연착되는 경우가 부지기수죠. 제가 살던 청진에서 평양까지 북한 기차 속도로 5~6일이 걸린대요. 남한에서는 4시간이면 갈 거리를 말이죠. 남한의 열차는 시속 300km나 돼요. 그야말로 쏜살같이 다니죠.
기자 : 북한 주민분들은 '이렇게 빠른 기차를 타려면 돈이 많이 드는 거 아니냐?'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차표 가격대가 어떻게 되죠?
이순희 : 북한에서 청진과 평양을 잇는 기차를 타려면 (국정가격으로) 7천 원을 내야 했어요. 7천 원은 당시 일반 노동자들 한 달 반 정도는 버는 돈이었거든요. 그런데 남한에서 서울-부산 거리를 이동하는 KTX를 타려면 5만 5천 원 정도를 내면 돼요. 요즘 남한 최저시급으로 계산해 봤을 때 한 5시간 반 정도를 일하면 벌 수 있는 금액이에요. 평양-청진 거리는 서울-부산 거리의 2배가 조금 안 되니까 한 10만 원 정도면 기차로 이동할 수 있다는 거겠죠. 또 KTX가 아니라 무궁화호같이 조금 더 저렴한 열차를 타면 2만 6천 원 정도만 내면 탈 수 있어요. 자동차로 이동해도 기름값만 10만 원이 훌쩍 넘는데, 기차를 타면 마음도 몸도 편하고 심지어 순식간에 이동할 수도 있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굉장히 저렴하다고 봐요.
기자 : 네,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기차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