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탈북민, 올림픽 중계 “아쉬워”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4.08.14
[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탈북민, 올림픽 중계 “아쉬워” 11일 프랑스 생드니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폐회식에서 북한 기수단 옆으로 남한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이순희: 오늘은 얼마 전에 폐막한 파리올림픽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33회였던 2024 파리올림픽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1일까지 15일간 진행됐는데요. 저는 개막식부터 폐막식까지 놓치지 않고 다 챙겨봤어요. 개막식은 한국시간으로 7 27일 토요일 새벽 2시 반에 시작됐죠. 마침, 다음날 쉬기도 하고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적인 대회니까 밤을 새우면서 지켜봤어요.

 

기자: 북한에 계실 때도 올림픽의 인기가 뜨거웠나요?

 

이순희: 아뇨. 북한에 있을 때는 올림픽이 이렇게 큰 규모의 경기인 줄 몰랐어요. 저는 세계선수권대회가 가장 큰 규모의 경기라고 생각했어요. 남한에 와서야 세계선수권대회보다 올림픽 경기가 종합 체육 경기로써 규모가 더 큰 경기인 걸 알았죠. 북한에서는 생중계는 고사하고 경기가 다 끝난 다음에야 일부 멋있는 장면을 보는 정도였거든요. 북한에 있었다면 올림픽이 어떤 경기인 줄도 몰랐을 텐데 지금은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모든 올림픽 경기를 중계를 통해 시청하고 있네요.

 

기자: 세계선수권대회는 매년 혹은 2년에 한 번씩 개최하면서 각 종목의 최고 선수를 가리는 대회라면, 올림픽은 4년에 한 번씩 종합 체육대회라고 할 수 있죠. 이번 올림픽은 예술과 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개최가 됐죠?

 

이순희: , 맞아요. 파리올림픽은 개막식부터 예술적이더라고요. 매번 올림픽 주최국이 바뀌기 때문에 서로 자기 나라의 특색 있고 멋있는 개막식을 보여주려고 노력해요. 개막식에서 각 나라의 문화와 위세를 자랑할 수 있거든요. 이번 개막식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상징 에펠탑에 올림픽의 상징인 오륜기가 빛이 나는 장치가 돼 있었고요. 새롭게 선보인 열기구 형태의 성화대에 불이 들어오는 것에 맞춰 전설적인 샹송 가수 셀린 디옹의 사랑의 찬가가 흘러나올 때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어요. 저도 셀린 디옹의 노래를 듣곤 했거든요. 그분이 나오는 순간에 ! 이분이구나 하고 낯이 익더라고요. 그리고 다른 나라와 달리 올림픽 참가 선수들이 경기장이 아닌 파리에 위치한 센강에서 대형 선박을 타고 입장하는 방식이었는데요. 아쉽게 비가 왔지만, 올림픽 개막식이라는 열기에 뜨거워 선수들도 쏟아지는 비를 개의치 않는 것 같았어요. 선수들이 비옷을 입고 자기 나라 깃발을 흔들며 센강을 지나가는 모습이 참 아름답고 멋있었어요. 개막식 생중계를 보고 있자니 저 자신도 마치 그 올림픽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기자: 북한에서는 올림픽 경기 생중계뿐 아니라 개막식도 보기 힘드니 북한 청취자분들은 개막식에 대해서 궁금했을 것 같은데 현장 분위기를 잘 설명해 주신 것 같네요. 그런데 개막식에서 주최 측이 한국을 북한으로 소개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죠?

 

이순희: , 그랬어요. 대한민국 선수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입장하는데 실수로 북한을 표기하는 문자로 표기하고, 북한 선수단이 등장할 때는 북한이라고 제대로 소개했어요. 이에 대해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유감을 표하기도 하고,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됐고, 올림픽위원회에서 정식 사과도 했지만, 저는 한편으로 한국과 북한이 한 나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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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한국은 금메달 13,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총 32개의 메달을 획득했고요. 북한은 은메달 2, 동메달 4개로 총 6개를 따냈는데요. 이번 올림픽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경기는 어떤 거였나요?

 

이순희: 저는 태권도 경기가 가장 인상 깊었어요. 한국이나 북한이나 모두 태권도의 모국 아니겠어요? 그런데 요즘은 한국, 북한뿐 아니라 다른 나라 선수들도 엄청난 실력을 보이고 있어요. 한국 태권도 감독들이 초청받아 다른 나라 선수들의 역량을 키워주다 보니 오히려 다른 나라 선수들이 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지난 12년 동안 남자 58kg 체급에서 한국 선수가 1등을 못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 선수가 1등을 했어요. 태국의 한 태권도 선수가 도쿄올림픽에 이어서 이번 파리올림픽 여자 57kg급에서까지 연속으로 메달을 쟁취하자 한국인 최영석 감독에게 달려와 큰 절을 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이었어요. 그런 모습을 보니까 한국이나 북한이 아닌 태국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응원하게 되더라고요. 이번 올림픽이 끝난 다음에 가장 감동적인 장면은 그 선수가 감독에게 절하는 장면이라고 세계 여러 나라들도 대서특필했거든요. 이게 바로 올림픽이 추구하는 세계 단결의 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기자: 올림픽을 지켜보면 공정한 스포츠 경기 속에서 동지애도 생기고 또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도 커지는 것 같은데, 올림픽의 순기능 중 하나겠죠. 그럼, 태권도의 결과는 어떻게 됐나요?

 

이순희: 우선 남자 58kg 경기에서 한국의 남태준 선수가 금메달을 땄고요. 여자 57kg에서는 한국 김유진 선수가 금메달을 땄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이 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선수는 한국계 캐나다 태권도 선수인 스카일러 박이었어요. 한국인 아버지와 칠레·이탈리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할아버지는 합기도를 가르치고, 아버지는 태권도장을 운영했다고 해요. 금메달은 한국에서, 동메달은 한국계 캐나다인 선수에게서 나온 거죠. 그리고 여자 67kg 경기에서는 프랑스 선수가 금메달을 차지했고, 한국의 이다빈 선수는 동메달을 따게 됐어요.

 

기자: 한국은 금메달 13개로 역대 최대 기록을 남기면서 종합 8위를 차지했는데요. 아쉽게도 북한에서 이번에는 금메달이 나오지 않았죠. 또 종합 순위 68위로 역대 최저 기록이었는데요. 한국과 북한의 결과를 보면서 복잡한 마음이 들었을 것 같아요. 어떤 심정이었나요?

 

이순희: 세계적인 경기에서 메달을 많이 따는 것도 그 나라의 국력이라고 생각해요. 한국은 크기로나, 인구로나 작은 나라지만 스포츠 정신만큼은 강한 나라라 양궁 (활쏘기), 펜싱, 사격 등 여러 종목에서 큰 나라들을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잖아요. 국민들도 이 경기를 보며 자랑스럽고 또 스포츠산업에 더 투자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이렇게 한국 선수들이 잘 뛰어주는 걸로 행복하면서도, 북한 선수들도 충분히 지원받고 더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자: 그런데 올림픽 경기를 보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고요?

 

이순희: , 맞아요. 제가 남한에 온 뒤로 올림픽 경기를 모두 챙겨봤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한국에서 중계해 주는 올림픽 경기는 한국 선수 위주다 보니까 북한 선수들의 경기를 찾아보기는 어려웠어요. 이번 올림픽 탁구 혼성경기에서 북한 선수가 은메달을 거머쥐었잖아요. 북한에서 이 경기를 녹화 중계해 줬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해당 경기를 보기가 어려웠어요. 대개 뉴스나 나중에 공개된 영상으로 볼 수 있었죠. 그래도 은메달을 딴 북한 리정식, 김금용 선수가 한국 임종훈, 신유빈 선수와 함께 시상식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니까 뭉클했어요. 30여 년 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북단일팀을 꾸려 영에의 금메달을 차지하고 서로 부둥켜안고 울던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언젠가 또 남북한이 단일팀을 꾸려 그 위력을 빛내는 날이 오겠죠? 저는 그날이 꼭 오리라 생각해요.

 

기자: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한국에서 시청한 파리올림픽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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