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남한 물티슈보고 당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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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지난 한 주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순희: 지난주에 날이 추워서 따뜻한 국물이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따뜻한 국물에 밥 한 끼 먹으려고 친구와 식당을 찾았는데요. 식탁에 앉으니까, 물티슈를 가져다주는 거예요. 그걸 보는 순간 제가 처음에 남한에 와서 이 화장지를 보고 당황했던 기억이 나더라고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기자: 화장지를 보고 당황했던 일화라니,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한데요. 어떤 이야기인가요?

이순희: 화장지에도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남한에 와서 처음 알았어요. 제가 처음에 남한에 왔을 때 같은 탈북민끼리 식당을 찾았는데요. 그때 모든 게 낯설고 어리둥절했던 저희 앞에 종업원이 쟁반에 물티슈를 제일 먼저 가져다주더라고요. 그 물티슈는 생긴 것도 전혀 화장지 같지 않아요. 그 비닐봉지 안을 뜯어보니 비교적 딱딱하고 물에 젖은 종이가 나오더라고요.

기자: 남한 식당에서 흔히 쓰는 물티슈는 나무로 만든 게 아닌 플라스틱을 절반 정도 함유한 합성 섬유죠. 그래서 더 화장지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이순희: 네, 맞아요. 심지어 돌돌 말려있으니, 뭔가를 닦는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요. 별것도 아니지만 당시에는 "이게 뭐냐"고 물어보기에 창피해서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이 어떻게 하는지 지켜봤어요. 저희와 비슷한 시간대에 들어온 손님들이 그 물티슈를 펼쳐 들고 손을 닦는 것을 보고 그제야 '손을 닦는 거구나' 용도를 알아챘죠. 화장지인 줄도 모르다니 참 새삼스러웠던 생각이 나네요. 이제 식당에 가면 너무 자연스럽게 그 물티슈를 꺼내서 손을 닦죠.

기자: 물티슈 외에도 화장지 종류가 많은데 어떤 게 있나요?

이순희: 맞아요. 북한 청취자분들 중에서 화장지 종류가 다양하다는 말이 생소한 분도 계실 텐데요. 특히 남한 가정집이나 공공장소에 다양한 화장지 종류가 많아서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요. 우선 저희가 흔하게 알고 있는 용변을 본 후 쓰는 기본적인 두루마리 휴지가 있고요. 또 갑 티슈가 있는데, 갑 티슈는 보통 음식을 먹고 난 뒤에 입이나 그 주변을 닦으라고 만들어진 거예요. 그래서 비교적 다른 화장지들에 비해 부드럽고 얇아요. 생김새는 하얀색의 네모난 얇은 조각으로 된 종이를 말 그대로 휴지 갑에서 한 장씩 뽑아서 쓰는 형태에요. 물티슈는 플라스틱 봉지 혹은 덮개라고도 하는 곳에서 꺼내서 사용하는 물에 젖어있는 휴지예요. 말이 화장지지, 실제로는 물에 젖어도 형태를 유지해야 하니까 잘 찢어지지 않는 재질로 돼 있어요. 손을 아무리 박박 닦아도 이 물티슈는 잘 안 찢어져요. 물티슈는 앞서 말했던 일회용 물티슈뿐만 아니라 한 플라스틱 봉지 안에 여러 개의 물티슈가 들어있는 다회용도 판매해요. 보통 식당마다는 일회용 물티슈가 비치돼 있는데요. 물티슈가 아니라 물에 젖은 수건을 내어주는 곳도 있어요. 네모난 물에 적신 수건을 돌돌 말아 비닐 주머니에 넣어서 손님에게 주기도 하는데요. 이럴 경우에는 그 천을 다시 세탁해서 사용하는 거죠.

기자: 남한에 두루마리 화장지가 보급된 지도 50년이 채 안 됐는데요. 1970년대에 이 두루마리 화장지가 남한에 보급되어 오늘날처럼 널리 사용하게 됐죠.

이순희: 네, 남한에 화장지가 보급된 지 얼마 안 된 건데 화장지의 질은 정말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에요. 특히 남한 사람들이 외국에 나가 생활하면 종종 "남한 화장지가 질이 좋은 거였어"라는 말을 많이 해요. 두루마리 화장지 질이 안 좋으면 부드럽지 않고 거칠고, 잘 찢어져서 먼지가 훌훌 날리는데요. 남한에서는 높지 않은 가격에 부드럽고 질 좋은 화장지를 구매할 수 있어요. 심지어 화장지에 향료를 넣어서 꽃이나 나무 같은 좋은 향이 나게 만들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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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미국에서는 또 화장지마다 이름이 달라서 남한 분들도 미국에 와서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식당에서 쓰는 두꺼운 화장지는 냅킨, 화장실에서 쓰는 두루마리 휴지는 토일렛 페이퍼, 부엌에서 사용하는 두껍고 먼지 날림이 적은 페이퍼 타올 등이 있는데요. 남한에서도 이 제품들을 모두 사용하고 있죠?

이순희: 네, 맞아요. 다 사용하지만, 막상 영어로 화장지를 말할 때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 헷갈리더라고요. 종류별로 이름이 다 다르니까요. 그냥 티슈를 달라고 해도 알아듣지만 어떤 뜻인지 몰라 의아해하는 분들도 종종 있어요. 그리고 미국에서는 페이퍼 타올이라고 불리는 화장지는 남한에서는 흔히 키친타월이라고 불리는데요. 이 키친타월은 일반 두루마리 휴지는 작은 먼지가 날려서 요리할 때 쓰기 어려우니, 그 점을 보완해서 만들어진 휴지예요. 전, 이 제품이 꼭 북한 주민들에게도 널리 보급됐으면 좋겠어요. 행주로 닦기 곤란한 기름때나 한번 쓰고 버려야 할 때 유용하게 쓰이거든요.

기자: 앞서 남한에 와서 처음으로 물티슈를 접하게 됐다고 하셨잖아요. 탈북하는 과정에서 여러 나라를 거쳐오셨는데도 물티슈는 전혀 보지 못하셨던 건가요?

이순희: 네, 전혀요. 다른 나라에서는 이런 걸 못 봤어요. 제가 중국, 라오스, 태국에서 여러 식당을 다녔는데 남한에서 본 것처럼 물티슈나 갑 티슈가 구비돼 있는 식당은 본 적이 없어요. 당연히 구비해둔 식당도 있겠죠. 하지만 흔하게 찾아볼 수는 없는 것 같았어요.

제가 중국 동북 3성에서 라오스로, 탈북해서 한국으로 가던 길에 들른 한 식당이 있었는데요. 우리를 인도하는 탈북 브로커가 길가의 식당으로 안내해 줘서 그곳으로 들어갔어요. 식당 출입구 옆에 새까맣게 때가 묻은 수건이 길게 걸려 있더라고요. 어떤 용도인가 했는데 브로커들이 손을 씻더니 그 수건에다가 손을 닦는 거예요. ‘저 사람들이 손을 씻더니 왜 저 시커먼 수건에다가 손을 닦지’하고 생각했는데 밥이 나오자, 맨손으로 밥을 먹었어요. 그제야 왜 손을 씻고 그 수건에다가 닦았는지 이해가 되면서도 ‘이리 새까만 수건이 청결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죠. 저희는 맨손으로 식사하는 법을 모르니 수저 달라는 시늉했거든요. 그러니 종업원이 웃으며 수저를 가져다주더라고요. 나중에 남한에서 식사하면서 브로커를 통해 온 탈북민끼리 그때 생각이 나서 얘기하며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나요.

기자: 식당에서 일회용 물티슈를 제공해 주는 건 북한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생소한 문화인 것 같네요. 그럼, 이같이 북한과 다르게 남한에서 접할 수 있던 다양한 화장지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이순희: 북한에서는 남한의 갑 티슈 같은 하얀 종이로 입을 닦는다고 하면 놀랄 거예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식당에서뿐 아니라 일반 가정집에서도 식탁에 부드러운 갑 티슈를 올려놓고 사용하는 게 흔한 일이거든요. 또 북한에서는 아이들 천 기저귀를 몇 번이나 빨래해서 쓰는 경우가 많은데 매일 빨래하기 힘들어 비위생적일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아이들 일회용 기저귀뿐 아니라 강아지 기저귀까지 사서 쓰는 문화에요. 이런 걸 볼 때면 참 다르다는 걸 새삼 느끼곤 해요. 일회용품을 너무 많이 쓰는 것도 안 좋지만 건강과 위생을 위해서 일회용품이 꼭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북한 고향 분들도 위생적이고 부드러운 다양한 종류의 화장지를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기자: 네,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다양한 화장지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