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대중문화계 결산

워싱턴-이장균 leec@rfa.org
2020.12.30
2020년 대중문화계 결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4개 부문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이 트로피를 들어오리고 있다.
/AP

여러분 안녕하세요,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2020년 한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유례없는 코로나 바이러스, 코로나 비루스 사태로 얼룩진 한해 사회 전반에 그 피해가 큽니다만 대중문화계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한 해였습니다. 3월부터 본격화한 코로나 19사태는 영화계, 공연계, 음악계, 그리고 미술, 방송계 전반을 크게 위축시켰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문화는 유례 없는 악조건 속에서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방탄소년단 BTS 등 K팝의 활약으로 세계에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한 해이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극장가가 문을 닫았어도 전 세계를 연결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우리나라 영화나 드라마가 널리 알려지게한 한해였고 가요계는 트로트 열풍으로 암울한 코로나 시대에 위안을 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집에만 머물러 있어야 하는 집콕 시대에서 의외로 출판계도 선전을 한 한해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의 위력 앞에서도 선전을 거둔 2020년 올 한해 한국 대중문화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오늘 열린문화여행에서 한국대중문화의 결산을 통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한국 영화 101년, 오스카 92년의 역사를 새로 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올 2월 봉준호 감독은 2020년 한국, 아니 세계 영화사를 다시 썼다. 봉 감독의 일곱 번째 장편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봉 감독은 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까지 모두 4개의 트로피를 안으며 아카데미 시상식의 주인공이 됐다. 아카데미 92년 역사상 비영어 영화가 최고상인 작품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생충’은 2019년 5월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인 칸영화제에서도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것은 1956년 나온 미국 영화 ‘마티’ 이후 두 번째다.

코로나 19 여파 속에서도 2020년은 오히려 K팝의 성장에 중요한 분기점

올해 K팝 스타들은 강력한 지지층을 등에 업고 팝의 본고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빠르게 영토를 확장하며 한국 대중음악의 가능성을 넓혔다.

K팝은 이제 주변부 문화를 넘어 미국의 주류 대중문화에서 소비되는 음악으로 변모하고 있다. 영·미 중심의 팝음악계 구도에 균열을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방탄소년단(BTS)은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핫100’ 정상에 오르며 K팝의 기세를 과시했다. 지난 8월 발표한 첫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핫100’ 1위를 차지하며 BTS의 대박 행진은 시작됐다.

10월에는 한국어 가사로 피처링에 참여한 조시 685와 제이슨 데룰로의 ‘새비지 러브(Savage Love)’ 리믹스로 1위에 오르며 흥행을 이어갔다. 11월 발표한 미니앨범 ‘BE’와 타이틀곡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은 앨범ㆍ싱글 차트를 석권하면서 빌보드 62년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어 곡이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것도, 비영어곡이 발매 첫 주차 1위에 오른 것도 모두 처음이다.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이들을 ‘올해의 엔터테이너’로 선정했다. 코로나19로 세상이 멈춘 상황에서도 온라인 콘서트로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아미, 즉 방탄소년단을 지지하는 팬들을 연결하고 흑인 인권 운동 캠페인을 위한 릴레이 기부를 끌어내는 등 사회적 변화에도 앞장서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다음 달 열리는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후보에 오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수상도 유력한 상황이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걸그룹' 으로 등극한 블랙핑크 활약도 두드러져

정규 1집 '디 앨범'(The Album) 발매를 앞두고 차례로 미리 공개한 싱글 '하우 유 라이크 댓'(33위)과 '아이스크림'(13위)이 K팝 걸그룹 핫 100 최고기록을 연이어 깼다.

이어 10월 자신들의 음악 색깔을 종합적으로 담아 발매한 '디 앨범'은 K팝 걸그룹으론 첫 밀리언셀러, qo백만장 판매를 달성하며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 2위까지 올랐다.

이들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전 세계 가수 중 두 번째로 많다.

세계적인 사회적 관심사나 갈등이 있을 때마다 케이 팝 인용돼 영향력 과시

K팝 스타들이 정치·사회적 이슈에 소환되는 사례도 잦아졌다. BTS는 '블랙 라이브스 매터' 캠페인에 기부하고, 유엔 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에 부딪힌 청년 세대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건넸다. 블랙핑크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행동하자고 팬들에게 독려했다.

2020년 국내 인기 음악 프로그램은 트로트 천하

미국에서 유행하던 음악의 한 형태가 한국인의 정서와 결합한 트로트 음악이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충격으로 큰 시름에 빠진 이들에게 큰 위로와 즐거움을 선사한 한 해였다.

한동안 쇠퇴일로를 걷던 트로트는 ‘듣던 트로트’에서 ‘보는 트로트’로 진화하며 2020년 대한민국을 사로잡았다.

트로트는 일상에 지친 우리 어깨를 다독여준 정서적 동반자 역할을 했다. 무엇보다 특유의 ‘한’의 정서로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가하면 흥으로 2020년 한 해 전국을, 시대를 위로했다.

방송가에서는 "2020년 코로나19만큼 놀라운 게 트로트의 선전"이라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나왔다.

트로트 외에도 음악 예능의 흥행이 지속했다. JTBC는 '히든싱어6'와 '싱어게인', '비긴어게인 코리아' 등으로 수준 높은 음악 예능 강자의 자리를 지켰다.

‘제 3차 한류’를 견인한 올해 한국 드라마 코로나 시대 불구 ‘전화위복’ 이뤄내

K-드라마는 올해 코로나 위협 속에서도 SF 판타지, 사회고발, 현실풍자 리얼리티 등 다양하게 제작됐고 ‘집콕’이 일상이 된 시청자에게 변화된 일상을 소재로 따뜻한 위안과 감동을 선사했다.

한국의 드라마는 코로나 장기화 상황에도 불구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더 확장되는 추세를 보였다.

선두주자는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 분)과 대한민국 재벌 상속녀 윤세리(손예진)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사랑의 불시착’이다. 올 2월부터 일본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한 ‘사랑의 불시착’은 10주 동안 ‘일간 톱10’ 자리를 지키며 선전한 데 이어 지난 14일 일본 넷플릭스가 발표한 ‘2020년 일본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작품 톱 10’에서 1위에 올랐다. 이 리스트에는 JTBC ‘이태원 클라쓰’(2위),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6위) 등 5개의 한국 드라마가 포함됐다. 악화한 한ㆍ일 관계 속에서도 콘텐트 시장은 ‘이상없음’을 확인한 셈이다.

‘사이코지만 괜찮아’는 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 등에서 넷플릭스 ‘일간 톱10’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남미와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도 톱10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K-좀비’를 유행시킨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즌 2’도 한류 바람의 주역으로 빼놓을 수 없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020년 최고의 인터내셔널 TV쇼 톱 10’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문학부문은 한국 여성 작가들이 해외 무대에서 약진한 한해

3월 ‘구름빵’(2004)의 백희나 작가는 67개국, 240명 후보를 제치고 스웨덴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받았다.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꼽히며 상금이 500만 크로나 미화로 50만 달러가 넘는 상이다.

조남주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82년생 김지영’(2016)은 올해 미국에서 영어판이 출판된 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의 ‘올해 꼭 읽어야 할 책 100’에 선정됐고 하성란 작가의 소설집 ‘푸른 수염의 첫 번째 아내’(2002)도 역시 올해 영어판이 미국에서 출간되면서 ‘퍼블리셔스 위클리’의 ‘올해의 책 톱 10’에 꼽혔다.

김이듬 시인의 2014년 시집 ‘히스테리아’는 미국 문학번역가협회 주관 전미번역상과 루시엔스트릭 번역상 등 2관왕에 오르며 “사회적 규범에 저항하며 한국 여성 시학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란 심사평을 받았다.

김금숙 작가의 그래픽 소설 ‘풀-살아있는 역사,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2017)의 영문판도 지난달 미국 만화계의 대표적인 상인 하비상(최우수 국제도서 부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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