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후 청산해야 할 자연 바위 글들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5-05-29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금강산 등산길에 있는 김일성 칭송글.
금강산 등산길에 있는 김일성 칭송글.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누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북한 정권으로서는 국보급 글발일지 모르지만 우리 민족 전체로 보면 거대한 낙서나 마찬가지죠. 언젠가 통일의 그 날에는 산천을 더럽힌 책임을 물을 날 / 수많은 명산의 아름다운 바위를 어지럽히며 크고 깊게 새겨진 흔적들은 우리의 후대들이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진면모를 별로 고민하지 않고도 생생하게 재현하고 평가할 수 있는 유력한 물증으로 될 것입니다.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의 서울문화 평양문화 통일문화 책 소제목 산천 각자 중  예술품인가, 낙서인가? 내용에서 ‘시인 고은 선생이 1998년 여름에 금강산을 돌아보다 ‘금강산 김일성’ 글발을 보고는 금강산은 누구의 금강산인가라고 반문했다’고 적고 있다. 또 ‘분단 50년을 넘어서 금강산은 절반의 산이 됐다. 오랜 정신 풍토로서의 그 산은 깊이 잠들어 버렸고, 그 잠의 외부에서 오직 유일사상을 표방하는 정치적 현장으로서만 여실하다.’ 며 바로 금강산의 정치적 훼손에서 느끼는 착잡함을 토로했다고 적고 있다. 또한, 미국에 있는 ‘큰 바위 얼굴’ 조각은 미국 대통령 네 사람의 얼굴을 화강암에 새긴 것인데, 세계 최대의 조각품으로 매년 300만 명이 관람하는 국가 기념물이 되고 있다’며 ‘산천 바위에 글씨를 새기든 그림을 넣든 남북한 온 국민으로부터 환영받는 내용이 되어야 할 것임은 불문가지이다’라고 했다. 이렇게 볼 때 북한 산천의 자연 바위 글발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훼손의 책임을 물을 날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채욱 선생은 ‘2000년 6월 남쪽 대통령 일행을 만난 자리에서 김정일은 ‘칠보산 개발 건의는 자연 파괴’라면서 반대했다는 말을 했다’며 그러나 칠보산 자연 바위에는 ‘김정일 장군의 노래’ 가사가 새겨져 있고, 김정일 우상화 글발들이 있다는 사실은 어떻게 설명되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한국 언론 보도를 보면 천연 글발과 관련한 기사에서 전국의 명산·명소에 새겨놓은 정치성 선전구호를 북한에선 공식적으로 "구호 바위"라 부르며 일반적으로는 천연바위 글발, 또는 자연 바위 글발이라고 일컫는다고 했다. 북한 각지 천연바위에 정치성 선전구호를 새기기 시작한 건 1972년 4월 김일성 주석 60회 생일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령님의 위대성과 불멸의 혁명업적을 널리 선전하고 후손만대에 길이 전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전국의 명승지 바위에 김 주석의 어록이나 이름을 새기기 시작한 것이 그 효시라고 했다. 한국의 산천 각자에 대해 한국 국민들은 신문 독자투고를 통해 찬반의 의견도 내고 있어 북한과는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다.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은 북한의 자연바위 글발이 시작된 동기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임채욱 선생: 북한은 우리 조상들이 바위에 글자를 새기기 좋아했던 전통을 이어 받았는지 온 산천에 글자를 새기고 있습니다. 새겨진 이 글자들을 두고 ‘자연바위글발’이라 말하지요. 북한에서 제일 처음으로 새겨진 자연바위글발은 1972년 4월 김일성 60회 생일을 축하하려고 황해도 수양산에 새긴 ‘김일성동지 만세’라고 합니다. 글자가 차지한 넓이는 가로가 96m이고 세로가 15m입니다. 이 수양산 글발 이후 금강산, 백두산, 구월산, 묘향산, 칠보산 등의 기암절벽에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찬양하는 글귀들을 새기기 시작하는데 수양산만 해도  1998년 10월 ‘위대한 김정일장군 만세’라는 글귀가 새겨졌지요. 이렇게 새겨진 글자가 북한 땅 전역에 4만자가 넘는다고 합니다.

북한 산들에 새겨진 자연바위글발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임채욱 선생: 금강산 초입인 온정리 어귀 매바위에는 ‘주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글자 한 획의 길이가 1.2m로 두 글자 길이가 12m에 이른답니다. 구령폭포 밑 구룡연에는 김일성 친필로 된 ‘금강산 김일성 1992. 4. 15. 새김’이라고 된 글발이 있습니다. 부근에는 글자 한자 길이가 6m가 되는 ‘주체사상 만세’도 보입니다. 김정일도 글자를 남깁니다. 비봉폭포 옆 바위에 ‘금강산은 천하절승 1992. 6. 5’가 새겨지고 외금강 옥녀봉 부근 바위에는 “금강산은 조선의 기상입니다. 김정일 1981. 6. 17”라는 글발이 보입니다.  내금강 향로봉에는 “금강산은 조선의 명산 세계의 명산입니다. 김일성 1947. 9. 27.”이 새겨져 있습니다. 이 글발에는 김일성이란 이름이 본문보다 크게 새겨져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1947년 9월 27일이라면 김일성이 아내 김정숙과 아들 김정일을 데리고 금강산을 오른 날이지요. 이날을 기념하려고 뒤늦게 글자를 새긴 것입니다. 김일성을 추모한다는 뜻인지 그가 죽은 날을 내세운 글발도 있습니다. 외금강 구룡연 부근 옥녀봉 바위에는 “조선아 자랑하자 5천 년 민족사에 가장 위대한 김일성 동지를 수령으로 모시었던 영광을! 1994. 7. 8. 새김”이 있고 내금강 만폭동 부근 법기봉 바위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 1994. 7. 8. 새김”이란 글발도 있습니다. 이 밖에도 금강산 국지봉에는 ‘항일의 여장군 김정숙’도 있고 만수봉에는 ‘주체의 향도성 김정일’, 또 만폭동 오선봉에는 ‘조선의 영광 민족의 자랑 김정일’이 보입니다.

자유아시아방송의 칼럼니스트 탈북자 출신 김현아 교수는 북한 김 씨 일가가 저지른 바위 글들은 우리 후세들에게 유력한 물증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아 교수: 앞으로 우리 모두가 역사무대에서 사라진 이후에 후대들이 자연바위에 새겨진 글을 보면서 어떤 평가를 할까? 수많은 명산의 아름다운 바위를 어지럽히며 크고 깊게 새겨진 흔적들은 우리의 후대들이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진면모를 별로 고민하지 않고도 생생하게 재현하고 평가할 수 있는 유력한 물증으로 될 것입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가슴에 사람들이 도려낸 깊은 상처를 안고 앞으로도 수수천년 이 땅에 서 있을 바위에게 우리는 이런 말밖에 남길 것이 없습니다. “천연바위야 정말 미안하다!”

탈북화가 송벽 씨는 김 씨 일가는 아름다운 산천 경치까지도 망가뜨리는 죄악을 범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송벽 작가: 그 사람들 볼 때마다 안타까워요. 북한의 산천 경치 얼마나 아름다운 곳 많습니까? 금강산 칠보산 백두산 묘향산 구월산 등 그 산 경치가 그렇게 아름다운데 그런데 김일성 시대 때부터 석공들을 시켜서 바위에다 글을 새겨서, 김일성의 교시라고 해서 말을 세기고 또 김정일의 말을 세기고, 진짜 이 김 씨 일가는 독재정권하면서 북한 주민들에게 괴로움을 주지만, 산천 경치까지도 망가뜨리는 진짜 이런 역적도 없거든요. 경치 좋은데 그냥 보면서 즐기는 건데 거기다가 왜 저들이 위대한 사람이라고 자기들 말을 세기고, 석공들은 그걸 파면서 돌가루 먹고 폐결핵 걸리고 잘못해 떨어져 죽고, 백두산도 올라가 보면, 거기다가 무슨 바위에다 글을 왜 씁니까? 김일성 일가는 하다못해 이제는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산천 경치까지 다 말아 먹는 사람이니, 나 그 걸을 보면서 아 이 사람들은 정말 역사의 되돌릴 수 없는 죄악을 범하고 있구나! 금강산도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거기 바위에다 찬양하는 글을 새기고 묘향산에다가는 김일성이 김정일의 선물관이라고 해 짓고 글 새기고요. 참 이것이 지금 북한 국민들은 속아서 살지만, 앞으로 이것에 대해서 북한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하나하나 깨어져 갈 때에 그 불만과 분노가 얼마나 극에 치달을 것에 대해서 김정은 정부가 아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되묻고 싶은 거에요.

임채욱 선생은 북한 글발들의 성격을 규정하며, 통일 때 산천을 더럽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임채욱 선생: 김정일은 이러한 글발들을 ‘기념비 서예의 한 구성분야’라고 규정하고 이 규정을 뒷받침하는 원칙을 몇 가지 밝히고 있습니다. 가령 이렇지요.

글 내용이 처음 발표된 날짜와 글자를 새긴 날짜를 밝힐 것. 글자 크기와 필체를 글 내용에 맞게 할 것, 눈에 잘 띄는 곳에 새길 것, 주위 색깔을 고려할 것 등입니다.

이 글발들은 당초에는 김일성의 업적을 남긴다고 시작됐지만, 김정일 자기 이름도 남기고 싶었던지 두 부자의 어록을 함께 새기다가 나중에는 가끔 다른 사람들의 어록도 새기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이 북한 정권으로서는 국보급 글발일지 모르지만 우리 민족 전체로 보면 거대한 낙서나 마찬가지죠. 언젠가 통일의 그 날에는 산천을 더럽힌 책임을 물을 날이 있을 것입니다.

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