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화와 평양문화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19.12.30
snk_unesco_b 지난 2018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문화재청 주최로 열린 '씨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남북 공동등재 기념식'에서 씨름 시범단이 남과 북의 씨름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통일문화산책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겨준 전통문화가 광복 이후 남과 북으로 나뉘어져 지금도 생성돼 오는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단면들을 살펴봅니다.

TEASER: 언어생활에서도 남북한이 문법이나 음운체계는 같은데도 단어나 어휘가 달라졌다고 해서 이질성이라고 규정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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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19년도 다 갑니다. 통일문화산책도 어떤 때는 산책하듯이 했지만 어떤 때는 달리듯이 숨차기도 한 것 같습니다. 소곤대듯이 읊조리기도 하고 외치듯 했던 적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마지막 길목에서 만족한 듯, 아쉬운 듯, 서운한 듯한 느낌입니다. 오늘은 통일문화산책에서 만났던 남북한의 문화, 다시 말해서 서울문화와 평양문화를 뒤 돌아 봅니다. 오늘도 북한문화평론가 임채욱 선생과 함께합니다.

임채욱 선생: 네, 올 한해 민족사의 여명을 다루면서 시작해서 서로 다르면서도 화합하는 정신을 알고자 화쟁 사상을 살펴보기도 했고 조국 강토의 모습을 확인하는 백두산, 한라산 풍경도 봤습니다. 또 우리말을 다뤘고 우리 옷과 음식을 짚어 보았습니다. 춤과 노래와 문학을 비교했고 3.1운동100주년 기념을 확인했습니다. 또 남북한에서 우리 역사상의 유명한 인물들을 어떻게 보는가를 가늠하려고도 했습니다. 결국, 서울문화와 평양문화는 국민과 인민이 만들어 낸 모자이크 사회와 주체 일색의 사회를 반영하듯이 서로 달랐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인식했습니다. 그러나 통일문화를 이루려는 염원을 따라 남북한이 대동사회를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읽어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국민의 나라나 인민의 나라는 국가주의에 앞서 통일민족주의 정신으로 매진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굳게 다짐하기도 합니다.

네, 올 한해 다룬 주제들을 훑어 보셨습니다. 통일문화를 두 기둥인 서울문화, 평양문화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해 봅니다. 서울문화와 평양문화로 개념규정이 돼 온 과정을 들어봅니다.

임채욱 선생: 서울문화와 평양문화는 한마디로 말해서 분단 후의 남북한 문화에 다름 아닙니다. 광복 후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평양이 서울에 대항하는 도시가 돼 갑니다. 결국, 평양은 북한지역의 정치 중심지뿐 아니라 문화중심지로까지 돼 갔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평양으로 대표되는 북한 땅에는 남쪽과 다른 ‘사회주의적 민족문화’가 형성되게 됩니다. 이는 두말할 나위 없이 서울문화로 대표되는 남쪽의 한국 문화와 이질적인 것으로 돼 간 겁니다. 그러다 보니 이 이질성을 두고 골이 깊어져서 동질성은 깡그리 소멸됐다고 진단하기도 하고 혹자는 아직은 그래도 동질성이 더 많다고도 말하고 있지요.

동질성이니 이질성이니 하는 개념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요?

임채욱 선생: 어려운 질문이군요. 동질성이니 이질성이니 할 때 그것을 우리나라 문화전통을 기준으로 본질적인 것을 말하는가!, 현상적인 것만을 말하는가! 에 따라 개념규정이 달라질 수 있겠지요. 가령 남북한에 사는 국민과 인민이 다 같이 밥을 주식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두고 동질성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밥을 주식으로 하더라도 북한에서 밥공장 신세를 지는 가구들이 많다고 해서 이질성으로 규정할 것인가 하는 게 다르지요. 언어생활에서도 남북한이 문법이나 음운체계는 같은데도 단어나 어휘가 달라졌다고 해서 이질성이라고 규정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가 있지요. 이처럼 동질성이니 이질성이니 하는 문제들은 남북한의 문화 대상들을 본질적으로 보느냐, 현상적으로만 보느냐에 따라 그 개념의 내포와 외연이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지요.

동질성이니 이질성이니 하지만 이것도 고정불변한 것은 아니잖습니까?

임채욱 선생: 그렇습니다. 그게 고정불변한 것은 아니지요. 현재 남북한에서 문화적으로 다른 현상도 언젠가는 동질성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지요. 또 반대로 동질성도 이질성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지요. 여기에서 분명한 이치는 남북한 간에 존재하는 동질성은 더욱 확대, 심화시키고 이질성은 빠른 시간 안에 동질화시켜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동질화시킨다고 해서 문화의 다양성이란 면까지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동질화하는 부분은 본질적인 면이지, 현상적인 면까지 다 포함할 필요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 동질성을 확대, 심화시키자고 말하는데, 지금까지 서울문화, 평양문화의 이질화 모습을 봐 왔다면 앞으로는 동질화에 관심을 쏟아야 하겠지요. 그러자면 서울문화와 평양문화가 어떻게, 얼마나 이질화됐느냐 하는 정확한 바탕 위에서 동질화 방향을 찾아야 되지 않을까요?

임채욱 선생: 네, 맞습니다. 동질성이니 이질성이니 하는 문제를 가늠해 볼 때 어느 것이 더 좋다 나쁘다 하는 비교 우위의 시각은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있는 그대로 파악하되 다만 민족 문화적 정통성에 과도하게 벗어나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는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서울문화와 평양문화를 통일문화로 융합하고 통합 해가기 위해서는 큰 방향과 방법들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에 이르기 위한 길이 지름길이든 돌아가는 길이든 있게 마련일 테지요?

임채욱 선생: 네, 그렇습니다. 어떤 일이든 그것을 추진하는 데는 추진이념이 있고 이 이념을 달성하기 위한 추진방향이 있고 이에 따른 구체적인 추진방안이 마련되지요. 이런 내용들을 추진하려면 치밀한 계획뿐 아니라 이를 달성하려는 연습도 필요할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통일문화 형성연습이라고 할까요? 이런 연습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숭고한 목적을 달성하려 할 때 가져야 할 관점이랄까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요?

임채욱 선생: 남쪽 사람들은 북쪽의 문화가 ‘주체일색의 문화’ , ‘통치자 어록 중심의 훈고학 문화. ’자기 충족적인 환상의 문화‘로 비판합니다. 그러다 보니 북한문화가 남쪽에 비해 열등하다고 비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데올로기가 다르다 해서 모든 정책이 나쁘다거나 그 정책에 따른 문화내용이 다 열등하다는 인식을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인민의 나라 문화에서도 통일한국의 문화 폭을 넓히는데 유용한 내용들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남북한 문화에 다름은 있어도 우열은 없다는 관점에서 평양문화 중에서도 가치 있는 내용들을 끄집어내서 활용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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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올해 통일문화산책 방송내용을 돌아보면서 통일문화를 이끌어 낼 방향이나 관점들을 살펴봤습니다. 뭣보다 개인적으로는 8월에 남북한 대동사회 문제를 방송하면서 대동강을 낀 평양은 대동사회의 이상을 실현시킬 의무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봤던 것이 큰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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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문화산책 함께 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기획과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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