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안녕하세요? 저는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한국인 선교사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한국과 러시아 관계에 적신호가 켜진 걸까요?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지난 11일 한국인 백 모씨가 올해 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돼 구금됐고, 추가 조사를 위해 지난달 말 모스크바로 이송돼 레포르토보 구치소에 구금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통신은 백 씨가 국가 기밀 정보를 외국 정보기관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고 그와 관련된 형사 사건 자료가 '일급기밀'로 분류됐다고도 전했습니다. 백 씨는 러시아 극동 지역에 파견된 북한 벌목공 등 노동자들을 지원해 온 선교사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예진: 한국인이 러시아에서 간첩 혐의로 체포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더구나 러시아가 단순 추방이 아닌 간첩 혐의로 체포하고 언론에 공개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요. 러시아 입장에선 어떤 포석이 깔려 있는 걸까요?
김금혁:다수의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러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외교 관계의 지렛대로 삼기 위해 백 씨를 추방하지 않고 굳이 체포했고,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러시아에서 근무한 한 전직 고위 외교관은 "이런 일은 러시아의 전형적인 외교 방식"이라면서, "체포 발표 시점이나 방식, 내용 모두 러시아 스타일이고,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한 소식통은 "러시아 당국이 오래전부터 백 씨를 관리하고 인지하고 있다가 기획해서 붙잡고 때맞춰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이 서방 제재에 동참하면서 한러 관계가 수교 이래 최악으로 악화된 상황, 여기에 한국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라는 최후의 카드까지 들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 입장에선 한러 관계를 관리할 지렛대가 필요했다는 취지입니다.
또한 이번 체포 사건의 이면에는 북한과 러시아의 긴밀한 공조 관계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체포된 백 씨는 선교사로 활동하며 러시아에 나와 있는 북한 노동자들의 편의를 봐주거나 그들의 탈북을 돕는 일을 한 것으로 전해졌죠. 이 말은 곧 북한에게는 백 씨가 아주 껄끄러운 인물이었을 가능성이 있고요. 북한도 백 씨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었을 가능성 또한 존재합니다. 어쩌면 북한이 먼저 러시아에 체포를 요청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죠.
최근 러시아에서 탈북을 기획하다 붙잡히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고, 이들이 모두 북한으로 바로 북송되는 과정을 보면 러시아가 노골적으로 북한의 편을 들고 인도주의를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이번 백 씨 체포 사건도 그러한 연장선에 있다고 저는 판단합니다.
이예진: 이번 사건으로 앞으로 한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큽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보통 이런 사건들의 전개 과정을 보면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출구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협상이죠. 이 사건이 대대적으로 공개가 되었다는 것은 오히려 러시아가 협상을 원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그 협상의 목적은 결국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한국과 러시아 사이의 긴장 관계를 어떤 식으로든 풀어보겠다는 러시아의 의도가 담긴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테이블에 마주 앉을 기회를 마련한 것이죠. 물론 그를 위해 선택한 방식이 지극히 러시아스러운 스파이 검거일 지라도 어쨌든 러시아는 한국과 마주 앉을 명분이 생긴 것입니다. 한국 정부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백 씨 구출에 나서고 있는 점을 감안한다면 협상이 잘 흘러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가 무리한 요구를 하거나 시간을 끌며 협상의 피로감을 가져온다면 한국은 다른 출구를 생각해야 합니다.
그건 바로 한국도 강경한 태도로 협상의 틀을 다시 짜는 것입니다. 한국 내 러시아 스파이로 의심되는 사람을 체포하고,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죠. 스파이를 맞교환하는 방식을 택해 러시아의 명분을 무력화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러시아와 한국 사이의 갈등은 최고조로 치솟을 가능성도 분명 존재합니다. 따라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옵션입니다. 바로 앞 총선을 앞둔 윤석열 정부 입장에선 중대한 외교적 기로에 놓인 셈입니다.
이예진: 다음 소식입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 위성으로 찍은 한반도의 밤 사진, 북쪽은 암흑처럼 어둡고 남쪽은 대낮처럼 환했는데요. 이 사진은 얼마 전에도 화제가 돼 북한의 현실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죠. 이제는 AI, 인공지능이 북한을 들여다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북한 당국의 선전 선동이 안 먹힐 것 같은데요. 오늘의 두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지난해 말, 한국 카이스트(KAIST)는 기초과학연구원, 서강대, 홍콩과기대, 싱가포르국립대와 위성 영상을 활용해 북한처럼 기초 정보가 부족한 지역의 경제 상황을 분석하는 AI 기법을 개발했습니다. 2019년~2021년 북한 서부 지역 분석을 위해 연구팀은 17만3543장의 사진을 AI로 분석했습니다. AI는 북한 유엔 제재 강화 전후(2017~2018년)보다 코로나 발발(2020년) 후로 경제 성장이 더뎌졌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나 도심을 포함해 평양의 경우 역성장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통해서 코로나19가 유엔 경제제재보다 북한에 더 큰 재난이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예진: 분석 결과를 보면 대규모 주택 건설 등 북한이 그동안 선전했던 발전상과는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요. AI 분석결과는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건가요?
김금혁: BBC에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AI는 북한 내 주요 지역인 평양, 평안 남북도, 자강도 지역 등에 경제발전 점수를 매겼습니다. 연구를 진행한 김지희 카이스트 교수는 "새롭게 도시가 세워지려면 도로가 새로 만들어지고 넓혀지는 게 보이는데 이런 현상이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대북제재 기간 평양을 비롯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성장이 나타난 것과는 대조적이었죠.
흥미로운 분석은 또 있습니다. 북한은 유엔제재 당시 규제 대상이 아니었던 관광지 개발에 집중했고 AI 역시 관광지구 중심으로 경제 발전이 있었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성장을 보였던 관광지구 중에는 팬데믹 기간 경제 발전을 멈춘 곳도 많았습니다.
그 중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을 들였던 온천 휴양지도 있습니다. 지난 2018년 11월 건설을 시작해 2020년 1월 운영을 시작한 '양덕온천 문화휴양지'는 김 위원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관광사업 중 하나입니다. 북한은 노동신문을 동원하여 해당 시설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관심을 모아보려 애썼지만 연구팀에 따르면, 해당 지역의 경제 수치는 오히려 마이너스, 역성장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실제 온천 운영이 어려웠고, 북한이 기대했던 인근 지역 발전까지 이어지기 어려웠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입니다.
해당 AI 연구와 기존의 연구, 즉 탈북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진행됐던 북한 연구의 차이점은 표본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측면에서 뚜렷하게 대비됩니다. 기존 탈북민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오던 북한 연구는 3만 명 밖에 안 되는 탈북민의 한계, 특정 지역 출신의 과하게 많은 점, 기억의 오류 등 여러 가지 한계가 있어 그 정확성 측면에서 약간의 아쉬움이 있던 반면, 현재 진행 중인 AI 연구는 고해상도 위성을 통해 직접 촬영한 북한의 모습을 AI가 분석하고 그 어디든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확장성이 있다고 봐야겠죠.
이예진: 사실 내부 사정을 꽁꽁 감추고 있는 북한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은 거의 추정에 가까웠다고 할 수 있죠. AI의 북한 분석, 앞으로 어떤 활약을 할 수 있을까요?
김금혁:저는 인적 자원에 근거한 연구와 AI가 결합되어 보다 다층적인 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둘 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기존의 방법과 AI 연구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을 결합한다면 기존보다 훨씬 심도 깊은 북한 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우리에게 정보가 부족한 평양 내부, 핵저장 시설, 미사일 기지, 정치범수용소 위치 등 이런 기밀한 정보들까지도 AI를 통해 접근할 수 있고 실시간 분석을 통해 그곳의 위치와 크기 등을 비교하며 정교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한 AI가 더 발전한다면 예컨대, 김정은의 연설문을 읽고 그 심리 상태를 파악하고 김정은의 의사 결정 구조를 이해하고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결국 북한의 문을 여는 결정적인 도구가 될 것입니다.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평양 출신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