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뉴스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빨리 모이는 인터넷 소통공간 SNS. 지금 한국의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소식은 과연 무엇일까요? 한국인들이 관심 갖고 있는 남북한의 뉴스를 분석해 보는 <화제성 갑>. 안녕하세요, 저는 이예진이고요.
김금혁: 안녕하세요? 저는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입니다.
이예진: 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해킹대회에서 북한 대학생들이 상위권을 휩쓸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최근에는 북한의 강도 높은 해킹 사건에 대한 전 세계 언론의 집중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의 첫 번째 소식입니다.
김금혁: 북한 해커집단이 러시아 주요 미사일 개발업체의 방화벽을 비밀리에 뚫는데 성공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 7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로이터는 보안 전문가들과 함께 분석한 결과 "2021년말 북한 정부와 연계된 사이버첩보팀이 백도어 프로그램을 설치해 러시아 방산업체인 NPO 마시노스트로예냐(이하 NPO) 시스템을 칩입했다"고 전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모스크바 교외의 한 소도시에 있는 NPO 산하 로켓 설계 부서가 통째로 공격당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러한 해킹 사실은 2022년 5월에 발각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예진: 먼저 NPO 마시노스트로예냐가 어떤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방산업체인지 알면 북한이 구체적으로 원했던 게 뭔지도 짐작이 갈 것 같은데요. 소개 좀 해주시죠.
김금혁: 네. 이 업체가 처음으로 만들어진 것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 벌어지던 시기인 1944년입니다. 이후에 쭉 성장을 거듭해서 현재는 탄도미사일, 순항 미사일, 대륙간 탄도미사일, 우주 발사체 개발 등에 깊게 관여하고 있으며, 현재도 극초음속 미사일과 위성 기술, 또 차세대 탄도탄 개발의 주도적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이 현재 실전 배치하고 사용 중인 초음속 순항 미사일인 P-800 오닉스도 이 회사 제품입니다. 또한 최근에는 마하 9의 속도로 1천km 이상을 비행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치르콘'을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최첨단을 자랑하는 러시아의 전략무기 상당수를 만들고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예진: 북한은 2021년 해킹과 비슷한 시점에 미사일 연료 앰플화에 성공했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이후로 탄도미사일 기술에 발전이 있었다는 발표까지 했습니다. 해킹한 정보를 어느 정도 활용한 게 아닌가 싶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네. 북한의 이 같은 해킹 작전은 대략 2021년 말부터 시작돼, 해커 활동이 외부로 드러나기 시작한 2022년 5월까지 계속됐습니다. 어떤 데이터가 얼마나 유출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살펴봐야겠지만, 비슷한 시간대에 북한이 수십 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초음속 미사일 시험 등을 줄지어 진행한 것을 미루어 보았을 때, 북한이 어떠한 자료들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저희가 유추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NPO가 개발한 무기 중에는 방금 기자님께서 말씀하신 '연료 앰플화' 기술이 적용된 액체연료 ICBM인 UR-100N이 있는데요. 이 액체 연료 미사일은 발사 직전에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까닭에 신속한 발사가 불가능한데, 제조 단계에서 엔진에 연료를 주입해 밀봉하는 기술인 앰플화를 이용하면 조금 더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고체연료 미사일과 비슷한 시간대로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기술입니다.
공교롭게도 북한 해커들이 NPO에 진입해서 성공한 것과 비슷한 시점에, 북한은 미사일 연료 인프라에 성공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이러한 해킹한 정보를 사용해 어느 정도 도움을 받았다고 의심할 수 있는 부분인 것이죠. 이뿐만이 아니라, 북한의 최신형 ICBM 화성-18의 경우, 러시아의 최신형 ICBM인 ICBMSS-27M2 ‘토폴’과 매우 유사하다는 분석도 이미 나온 바가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그동안 축적한 미사일 기술로 자체 개발에 성공했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이른 시간에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물리적으로 봤을 때 그런 기술들을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은 결국 훔치는 것 말고는 없다고 많은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이예진: 러시아의 주요 방산업체가 해킹됐음에도 얼마전 러시아의 국방장관이 방북해 열병식에 참석하는 등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했는데요. 이쯤 되고 보니, 과연 이게 해킹된 게 맞나 하는 의문까지 듭니다. 관련 기사를 본 인터넷 이용자들도 비슷한 생각인 것 같죠?
김금혁: 네. 해당 기사에 달린 인터넷 이용자들의 의견을 종합한다면 "이거 알면서 해킹 당해준 거 아니냐, 해킹을 가장한 기술 이전이겠지. 러시아가 바보인가? 저런 극비 정보를 북한이 해킹하게. 알고도 보복 안 하고 무기 정보를 주고 싶은데 제재 빌미를 줄까 봐 해킹 당한 척 하는 거다" 등이 있었습니다. 굉장히 어떻게 보면 예리한 분석들이 많았죠. 저도 비슷한 의심을 지울 수는 없었습니다. 현재 북한은 강력한 유엔 제재를 받고 있다 보니 어떠한 군사적 기술도 이전할 수 없습니다. 만약 어떠한 국가가 북한과 군사적 교류를 했다면 그건 명백한 유엔 제재 위반이고, 위반 국가 역시 동일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대놓고 정보를 주는 것보다 해킹을 당하는 척 핵심 기술들을 넘겨줬을 가능성이 역시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있다는 것뿐이고, 또 다른 반론도 존재합니다. 러시아에게 있어 해당 기술들은 매우 중요한 전략적 자산인 만큼 공짜로 그것을 넘겨줄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그러한 기술들을 대가를 지불하고 살 수 있는 그런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해킹을 통해서 도둑질을 하지 않았나 라는 그런 의심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예진: 러시아가 북한의 해킹을 눈감아 준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온 이유를 좀더 살펴보면 우크라이나를 침략해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로서도 무기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 아닐까 싶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네. 그렇습니다. 지적하신 것처럼 현재 러시아는 심각한 무기 부족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속전속결로 끝내려고 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해를 넘기고, 매일 소모되는 탄약은 러시아의 조달 능력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서방 세계의 빵빵한 지원 덕분에 제때에 탄약과 무기를 보충받고 있지만, 러시아는 제재를 받고 있어 쉽게 러시아를 돕겠다고 나서는 국가도 없는 형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평소에는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것 같았던 북한에게 무기 지원을 요청하고 나서는 일까지도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실제 여러 차례에 걸쳐서 북한산 무기와 탄약이 러시아로 전달되었고, 얼마 전에는 아이러니하게도 러시아로 가려던 북한 다연장 로켓이 압수를 당해 되려 우크라이나 군이 이것을 사용하는 영상도 공개된 적이 있죠.
북한의 일반적인 무기들은 여전히 수준 미달인 경우가 많습니다. 병사들의 개인 화기나 또 보호 장구도 열악하고, 당연히 필요한 스코프와 같은 전술 장비들은 달려 있지 않은, 말 그대로 깡통들이죠. 러시아는 그것도 없어서 북한에게 요청하는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최근 러시아는 수십만 명을 추가로 징집할 수 있는 법을 마련했는데, 이들을 무장시킬 무기가 없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상황이니 러시아가 북한의 해킹을 방조한 것이든, 나중에 알고도 모른 척한 것이든, 북한의 무기 개발은 러시아에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북한을 들락날락 거리면서 무기 구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예진: 오늘의 두 번째 소식은 짧게 짚어보죠. 최근 북한 열병식에서 헬멧을 쓰고 방패를 든 '시위 진압' 부대가 등장해 관심을 모았는데요. 이게 정말 북한 주민들의 시위에 대비한 부대가 맞을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금혁: 저도 열병식을 보면서 이 부대가 나왔을 때 조금 놀랐습니다. 사용하는 장비나 군견들의 상태를 봤을 때 이 부대의 목적은 누가 봐도 시위 진압이라는 것이 너무 명백해 보였거든요. 북한은 그동안 사회주의 지상낙원임을 강조하면서 북한이 어떠한 안정적인 사회 유지에 자신감을 보여왔었는데,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무자비한 폭력 도구를 꺼내는 것은 그만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포감을 갖게 하려는 의도, 즉 현재 북한의 내부 상황이 어수선한 때 이를 확실하게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시위 진압 부대가 공개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해 4월에도 등장을 했었는데요. 그때는 군견과 함께 소총을 든 군인만 있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방패와 헬멧을 쓴 중무장한 병력들을 내세웠다는 점에서 북한이 노리는 공포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위 진압 부대 자체를 만든 이유가 뭐겠습니까? 시위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북한 지도부 역시 하고 있는 것이고, 그전에 강력하게 진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서 사회 전체에 긴장감을 불어넣겠다는 것 말고는 없거든요. 그만큼 북한 사회 내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더 지켜보시길 바랍니다.
이예진: 오늘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화제성 갑, 진행에 이예진, 시사평론 유튜버 김금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