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른 돼지들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20.06.22
leaflet_defectors_b 탈북자단체가 파주서 대북전단을 날리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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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북한의 갑작스런 대북전단지 비난 발작, 그에 따르는 대남삐라 공세에 한반도가 또 긴장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과거 냉전시대에는 남북 당국이 했었지만 지금은 당국이 하는 삐라살포는 완전히 멈췄고, 서로 전연지대에서 적대적인 방송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용을 좀 순화한 라디오 방송은 서로가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현재 북한이 문제를 삼는 것은 한두 개의 탈북자 단체들이 원시적인 방법으로 비닐주머니에 수소를 채워 북으로 바람을 탄 삐라를 날려 보내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것도 돈이 없어 매일 하는 것도 아니고, 1년에 많아서 10번 정도 하는 수준입니다.

미 달러화도 1달러씩 넣어 보낸다죠. 그리고 여러 외부소식을 담은 USB, 최신 전자매체들도 보내고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삐라내용일겁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왜 김여정까지 나서 경기를 일으킬까요. 그리고 군을 포함해 전국을 동원해서 1200만장이나 돼는 삐라를 남쪽으로 살포하겠다고 위협하는 것일까요?

삐라 내용을 좀 살펴보겠습니다.

‘핵 미치광 김정은놈 때려부셔요. 잔인한 살인독재자 김정은의 거짓 대화공세, 위장평화 공세에 속지말자.

김정은을 처단하자. 김정은을 쏴라. 인민은 굶주리는데 2019년 한해에만 11차례나 미사일을 쏘아대는 핵미치광 김정은을 끝장내자.

3대 세습독재 계속한다면 김정은, 인민의 준엄한 심판 면치 못한다. 300만 굶겨 죽인 인민의 원쑤, 김일성, 정일, 정은세습독재 끝장내자.

인민의 피를 짜 무수단 로케트 막 쏘아대는 핵 미치광이 김정은을 인류가 규탄한다. 3대째 지들만 살찐 독재 돼지들. 앞에선 우리민족끼리, 뒤에선 우리민족 살육하는 비열한 살인마 김정은.

북한민주화의 불길로 김정은독재정권 끝장내자. 광명성 3호 발사 실패 비용, 주민 2000만명 1년치 식량. 개성공단 달러박스는 게걸스럽게 챙기면서 이산가족상봉 가로막는 패륜아 김정은을 인류가 규탄한다.

고모부 장성택까지 처형한 사악한 패륜아 김정은, 온 인류가 규탄한다. 뭘 그래 우리 아빠는 300만 인민 굶겨죽였어.’ 등의 내용들입니다.

여기에 부인 이설주의 과거 사생활, 백두산줄기가 아닌 후지산 줄기의 김정은 가계 이력, 리비아의 가다피 등 독재자들의 말로가 있습니다. 북한에서 최고 존엄에 대한 도발로 경기를 일으킬만한 내용들이긴 하군요.

영국의 작가 조지 오웰이 1945년에 발표한 정치풍자소설 ‘동물농장’이 생각나는군요. 돼지들이 반란을 일으켜 두발가진 인간들을 숙청하고 정권을 잡은 후 어떻게 부패하고, 군림하고, 착취하는가를 다룬 책입니다.

당시 사회주의의 미래를 정말로 잘 예측하고 풍자한 소설로 유명합니다. 그때 집권한 돼지들의 구호는 ‘우린 다른 돼지들’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먹이도 더 잘 먹어야 하고, 더 잘 쉬어야 하고, 더 다른 대우를 받아야 마땅하다는 것이죠.

원래 인류의 자유세계에서도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북한에서 3대째 최고 존엄으로 권력을 세습하고 있는데 이들은 과연 얼마나 많이 부패해 있을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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