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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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서울을 다녀가자마자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또 담화를 냈습니다. 이번에는 매우 장문의 내용입니다.
제일 먼저 언급한 것이 미북정상회담 관련 가능성에 대한 의견인데요, "조미수뇌회담가능성까지 시사하게 된 미국사람들의 심리변화를 TV보도를 통해 흥미롭게 시청하는 것은 아침식사시간의 심심풀이로서는 그저그만이였다."고 한 것을 보면 김여정이 매일 대미, 대남 뉴스를 직접 TV로 시청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그것도 남한TV를 시청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기 부하들이 대부분의 원고를 만들어 준다고 해도 여기에 김여정 자신의 생각이 상당히 많이 반영되고 있다는 것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왜냐면 김여정이 아침 식사시간에 TV를 통해, 그것도 남조선TV를 시청해 정세를 파악한다는 것을 누구도 함부로 알 수도 없고, 또 안다고 해도 표현할 수가 없기 때문이죠.
북한TV가 아침에는 방영하지 않고 또 외부정세를 실시간으로 전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 아시죠?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북한에 무익하기 때문에 올해 안에는 가능성이 없다고 했고, 미국의 속셈은 대선전야에 북한이 큰 말썽을 일으키지 말기를 바라는 정치적인 이해관계 때문이지 북한에는 전혀 실익도 없을 것이고, 또 기대하지도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의 태도여부에 따라 전략적 도발을 할 수도 있다고 예고했네요.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질 경우 확실하게 도발을 하겠죠. 그래도 아직 눈치를 봐야하기 때문에 김정은과 트럼프 미 대통령사이 친분관계는 확실하게 인정했습니다.
북한과의 대화재개 비용, 비핵화 비용도 껑충 뛰었군요. 이제는 하노이에서 시도했던 영변시설 대 일부 제재해제는 더는 하지 않겠다는 것, 그리고 제재해제문제를 미국과의 협상의제에서 완전히 배제해버렸다,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지난 기간의 조미협상 기본주제가 지금부터는 적대시철회 대 조미협상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 다네요.
북한이 수십 년 동안 주장해온 대북적대시정책 철회를 비핵화 조건도 아닌 대화재개 전재로 던졌습니다. 결국 비핵화대화는 더는 바라지 말라는 거죠.
북한이 철회를 주장하는 미국의 대북적대시정책 내용들에는 주한미군철수, 한미연합훈련 중단, 유엔사 해체, 인권문제 제기 않기, 대북제재는 당연히 해제, 북한 최고 존엄의 정치적 지위와 지도력 절대 인정, 북한체제 인정, 미국과의 관계정상화 등이 담겨있습니다. 아마도 미국이라는 나라가 없어져야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미국이 결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 개인 뿐 아니라, 내일의 미국, 미국전체를 대상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마지막에는 뜬금없이 미 독립절 기념행사 DVD를 얻고 싶다고 했죠. 부하들을 시켜 얼마든지 구입가능한데, 왜 그 얘기를 했을까요?
일반 주민들은 자기 개인의 사생활 포함, 모든 불행의 원인을 '미국 놈이 원수지'라며 입버릇처럼 외우는데 말이죠. 지도자가 미국 독립기념일에 흥미를 가진다! 아마도 한번 만나고 싶다는 게 아닐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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