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사상과 외국인제일주의

김광진∙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원
20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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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평양지하철도를 소독하는 방역원들.
사진은 평양지하철도를 소독하는 방역원들.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은어와 유머를 통해 북한사회를 이해하는 ‘김광진의 대동강 이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김광진씨가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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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에서는 지하철 리모델링이 한창입니다. ‘에네르기 절약형거리, 록색형거리로 면모를 갖춘 려명거리가 일떠설 때 전승역, 삼흥역의 지상역들이 개건된 데 이어 개선역과 통일역의 모습이 차례로 일신’ 됐다네요.

사실 지하의 평양, 지하궁전으로 북한이 자랑하는 지하철의 변모를 보면 북한 핵심계층이 살고 있는 수도평양, 북한의 핵심부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평가할 수 있습니다.

환해진 조명과 손님들을 위한 의자 배치, 외부 역 출구의 울긋불긋한 변신, 모자이크벽화 재 설치와 선전물들의 변화, 이런 것들은 충분히 가능하고 이해가 되지만 열차 시간도착을 알리는 곳곳에 설치된 스크린TV, 깊이 100m가 넘는 에스컬레이터 좌우를 누비는 전광판은 너무도 파격적인 변화 같습니다.

과거 노동당 6차대회, 전국노병대회와 같은 정치행사 때 참가자들에게 컬러TV를 선물해 특권층의 특혜를 최고로 과시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적어도 평양시에서 컬러TV는 보통인 것 같고 CD, DVD기기, 컴퓨터 확산도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IT기술이 세계 최고로 발전된 서울지하철에서나 볼 수 있는 전광판들이 여기저기 설치되어 있으니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하긴 드론공연을 대규모 집단체조에서 펼치고 가상현실 영화관도 개관했으니 아무리 대북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경제적 시련에 처해있지만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염원, 발은 자기 땅에 붙이고 눈은 세계를 보라는 북한의 노력은 평양의 일각일지라도 분명히 진보의 맛을 보고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지하철의 변신은 북한이 절대적으로 추구하는 정치적인 색채, 선전도 놓치지 않고 있는데요, 통일역에는 제주도와 독도까지 표시된 한반도를 형상한 조명지도가 설치됐고, 개선역에는 김일성 동상이 새로 설치됐습니다.

전승역의 지하 홀과 연결 복도, 계단승강기에는 삼지연시와 중평남새온실농장, 양덕온천문화휴양지의 모습, 창전거리와 미래과학자거리, 려명거리 등을 볼 수 있다고 하네요. 김정은시대 중점적으로 추진된 애민정치의 결과들이 모두 전시된 모습입니다.

변화하는 시장메커니즘 경제,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현실도 반영되었습니다. 사회 전반에 독립채산제가 확산하면서 지하철 운영을 통한 수입을 창출해야 하는 사정도 있겠죠.

그래서인지 아주 소규모적이던 매장도 역 지하 내에 설치되기도 했습니다. 자본주의적인 수익측면에서 설계되고 상품을 판다면 대규모 인구유동이 있는 이 지점에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겠죠.

평양의 지하철은 이렇게 특별한 공을 들여서인지 외국에서도 인기가 있습니다. 어느 한 세계적인 규모의 여행정보 웹사이트는 서구 관광객들이 올린 후기와 사진들을 전하면서 ‘평양지하철은 북한 최고 명소 가운데 한 곳’, ‘서양에서 지하철은 보통 지저분하고 더러운데 북한 지하철은 질서정연했다’고 극찬하고 있습니다.

전쟁준비, 체제선전, 과시를 위한, 사실 많이 비효율적인 평양의 지하철! 제가 경험한 바로는 인민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라고는 하지만 외국의 관광객들이 오면 평양시민들은 모두 찬밥신세가 되기 일쑤죠.

물론 손님대접, 동방의 예의지국이라는 필요도 당연히 있겠지만 그래도 외국 사람을 북한 현지인들보다 더 특별히, 잘 대접하는 것이 진정한 주체사상의 구현일까요?

대동강이야기’의 김광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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