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알기 쉬운 남북 경제생활’을 진행하는 장명화입니다. 지난 한 주간 경제생활 잘 하셨습니까? 청취자 여러분들 중에 최근 들어 중국이나 러시아, 몽골, 베트남 등지를 방문하신 분들 계시죠? 다른 나라를 방문할라치면, 그 나라의 물가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헷갈릴 때가 많으실 거예요. 중국 베이징과 북한 평양, 혹은 남한 서울에서의 한 끼 식사 값 중 어디가 더 비싼지를 가늠하기 어렵잖아요?
이럴 때 유용한 잣대가 '빅맥지수(Big Mac Index)'라는 것입니다. 나라마다 쓰는 돈이 달라, 적당한 환율을 계산하기 어려워서, 하나의 '대표 상품'을 통해 자기 나라 돈의 적당한 가치를 결정하는데요, 여기에 다국적 기업인 미국 맥도널드사의 '빅맥'이란 햄버거가 사용된 거죠. '빅맥’은 햄버거 이름으로, 세계 120여 개 나라에서 팔리고 있습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빅맥'이 세계 각 나라 매장에서 똑같이 판매된다는 데서 착안해서 지난 1986년에 이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세계적으로 품질, 크기, 재료가 표준화되어 있어, 값이 거의 일정하다는 판단 아래 '빅맥'을 적당한 환율인지 아닌지를 평가하는 상품의 기준으로 삼은 겁니다.
지난해 '빅맥 지수'를 보면, 미국의 '빅맥' 가격이 3.10달러인데, 가장 비싼 스위스는 5.21달러에 달했고, 한국은 2.59달러였습니다. 이를 활용한 적정 환율을 계산해보면 이렇습니다. 현재 한국의 '빅맥' 값이 2,900원이고 원,달러 환율은 23일 현재 940원입니다. 미국의 '빅맥' 값이 3달러라면, 한국의 '빅맥' 환율은 2천9백원 나누기 3을 해서, 966.7원이 됩니다. 따라서 실제 환율은 '빅맥' 환율에 비해 27원 정도 높게 평가(고평가)돼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환산한 '빅맥' 환율은 각 나라의 인건비, 세금, 경쟁업체 등 다른 가격 결정요인이 무시된 것이어서 단순히 참고 자료로만 활용되고 있습니다. 맥도널드 한국본사의 염혜지 홍보팀장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염혜지: 한국은 사실 그런 지표에 비해서 사실 '빅맥' 가격이 싸요. 저희가 예전에 가격책정을 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정책상 '빅맥' 가격을 조금 낮추었었기 때문에, 사실은 이게 지수로서, 한국같은 경우에는 한국경제를 반영한다고 보기에는 조금 그러네요.
또 다른 함정은 이겁니다. 체코나 러시아에서 햄버거는 미국에서처럼 아무 때나 먹는 음식이 아니라 특별히 사먹는 음식입니다. 이런 나라들의 경우에는 당연히 '빅맥' 값은 어느 정도 과대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한국의 경우, 지난 1988년 맥도날드가 서울 압구정동에 첫 매장을 열면서 20년도 채 안 돼 한국인의 입맛을 점령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은 동네 맥도널드 매장에 가서 한 끼를 해결하는 서울 송파구의 중학생 장연규 학생의 말을 들어보시죠.
장연규: 저는 맥도널드에 자주 가는데요, 가면 꼭 '빅맥'을 먹어요. 고기 두 개도 들어가 있고, 치즈랑 토마토가 들어가 있어서 아주 맛있거든요. 다 먹으면 배불리 잘 먹은 셈이 되죠.
서울에서 2,900원하는 '빅맥,' 평양과 비교하려고 해봤는데, 불행인지 다행인지 현재 북한에는 맥도널드 매장이 없습니다. 햄버거의 북한식 표현은 ‘고기겹빵’인데요, 이 용어는 지난 2005년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한 노동당 간부에게 ‘지금 세계적으로 이름이 있다고 하는 한 빵에 못지 않은 고급 식빵과 감자튀기(튀김)를 우리식으로 생산해 공급하라’고 지시하면서 등장했습니다. 북한은 이후 평양 김일성 종합대학과 김책공대를 중심으로 '고기겹빵'을 보급했고, 최근에는 평양시내에 '고기겹빵' 판매점까지 생겼다는 소식입니다.
미국의 유력 신문인 뉴욕 타임즈의 논설위원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주장을 빌리면, 맥도널드를 상징하는 간판이 서있는 두 국가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서울과 평양의 ‘빅맥지수’를 비교해, 물가를 쉽게 산정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워싱턴-장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