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쿡 스토브 지원 사업은 CDM 접근법이라 대북 지원사업으로는 한계 있어’
2019.12.12
MC: 세계 각국은 18세기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경제 발전이라는 구호
아래 열심히 앞만 보고 뛰었습니다. 그 결과, 물질의 풍요와 생활의 편리성은 어느 정도 이루어 놓았지만, 지구 환경은 지금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습니다. 환경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에 그 심각성은 큽니다. 주간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는 세계 각국의 최신 환경 문제를 짚어보는 시간입니다. 오늘은 한국의 환경전문 민간 연구소인 ‘시민환경연구소’의 백명수 소장과 함께 최근 확대되는 한국-미얀마 환경협력과 북한에 던지는 시사점을 살펴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한국과 미얀마 환경당국이 환경분야 협력범위를 넓히고 있습니다. 한국 환경부는 얼마 전 미얀마와 '환경차관 회담'과 '환경기업 원탁회의'를 가졌는데요, 백명수 소장은 이번 회담과 원탁회의가 지난 11월 한국 환경부 장관과 주한 미얀마 대사가 확대, 보완한 한국-미얀마 환경협력 양해각서의 후속 조치라며 주요 내용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백명수) 양국은 환경정책과 기술, 생물다양성 보전, 기후변화, 폐기물 관리 등 다양한 환경분야의 협력을 확대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양국의 민간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환경협력단을 구성했습니다. 환경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환경협력단은 지난 12월 4일부터 5일간 일정으로 미얀마에서 한국 환경기업의 진출을 지원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또, 한국-메콩 정상회담에서 설립이 합의된 생물다양성센터 운영방안과 세부추진계획도 정상회의 성과사업의 후속 조치로 추진방안이 논의됐습니다. 오는 2026년 미얀마 네피도에 설치될 생물다양성센터는 표본수장고, 실험실, 천연물 연구실, 대량증식장 등을 갖추게 됩니다.
요즘 미얀마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반사이익을 누리고,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데요, 세계은행이 매년 발표하는 기업환경평가에 따르면, 미얀마는 190개국 중 개선 속도가 가장 빠른 상위 20개 국가에 들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동남아시아에서 떠오르는 별이죠. 하지만, 이런 미얀마도 고질적인 고민을 안고 있습니다. 바로 총체적인 환경문제라고 백 소장은 지적합니다.
(백명수) 특히, 자연재해와 사막화로 인한 피해가 심각합니다. 개혁개방 이후 각종 경제개발과 자원, 에너지 개발과정에서 환경파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환경성과지수는 국가정책에 의한 환경성과를 정량화하고 수치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유엔의 새천년개발목표에서 설정한 환경목표를 보완하기 위해 개발되었는데, 이 환경성과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2014년 현재 미얀마는 세계 178개국 가운데 164위로 최하위권입니다. 세부적으로는, 대기질 오염이 가장 나쁘고, 건강영향, 물과 위생, 생물다양성과 서식지 파괴 등이 심각합니다. 상하수도는 부적절한 수질, 부족한 공급, 시설낙후의 문제가 있고, 하수도는 부족한 시설과 서비스, 관리기관과 부서가 없는 상황입니다. 폐기물은 구체적인 폐기물 관리계획이 미흡하고 폐기물 수집장비가 매우 낙후돼 있습니다. 최근 들어 차량증가에 따른 교통체증과 대기오염과 소음공해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부 지역에서 사막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요, 건조지역에 남아있는 경작지가 침식, 과도한 방목, 도시화 등으로 파괴되고 있어 주민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music) 여러분께서는 자유아시아방송의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를 듣고 계십니다.
한때 돈독한 동맹 관계를 유지했던 미얀마와 북한. 오랜 기간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폐쇄체제를 유지한 미얀마가 현재 당면한 환경문제는 북한의 환경문제와 매우 유사합니다. 가장 큰 공통점은 산림 황폐화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산림황폐화가 19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와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난, 에너지난, 경제난이 겹치면서 더욱 심각해진 것으로 추정하는데요, 농지를 만들기 위한 개간과 연료 채취를 위한 과도한 벌목에 따른 결과라고 입을 모읍니다. 미얀마의 산림 황폐화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백 소장은 말합니다.
(백명수) 미얀마도 북한처럼 부족한 전력난으로 인해 땔감 등 과도한 벌목이 성행해 산림파괴가 매우 심각합니다. 미얀마는 석유, 천연가스, 광물자원이 풍부한데요, 이런 에너지 자원 생산은 주로 기술력과 자본력이 있는 외국인 투자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서방세계의 경제제재 이후 기술부족, 불투명한 규제, 해외 기업들의 불충분한 투자 등으로 에너지 자원의 개발과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또, 송배전 등의 에너지 인프라가 낮아 전력 보급률이 30% 이하로 만성적인 전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이렇게 심각한 전력사정 때문에 땔감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2010년 기준 미얀마의 에너지 공급량 중 땔감나무와 같은 산림자원에 의존하는 형태의 에너지가 75%를 차지합니다. 미얀마 주민의 70% 이상이 농촌에 살며, 산림에서 얻은 재료와 자원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는데요, 이 때문에 산림파괴가 매우 심각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국토의 48%가 산림이지만, 1990년 이후 매년 평균 1%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한국 환경부는 이번 미얀마 방문에서 한국 기업의 쿡 스토브 보급 사업의 수주를 지원하기로 했는데요, 쿡 스토브는 시멘트 소재로 만들어진 난로 형태의 조리도구로 나무땔감 사용량을 줄이고, 조리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해줍니다. 미얀마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이런 사업을 지원하면 어떨까요? 백 소장은 현재 여건으로는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백명수) 미얀마는 심각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농촌 주민 대부분이 땔감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이런 쿡 스토브 사용의 확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서 실내 대기오염으로부터 주민들의 호흡기 질환 발생을 줄이는 효과를 나타낼 수 있습니다. 환경부는 이번 쿡 스토브 보급사업에 대한 현지 지원으로 연간 최대 200만톤의 탄소배출권 확보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북한에도 황폐화된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쿡 스토브 보급이 업계를 중심으로 제안되기도 했지만,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쿡 스토브 지원사업이 주로, CDM, 즉 청정개발체제 사업으로 접근하고 있어 대외여건이나 남북관계에 따라 사업진행이 영향을 받는 대북지원사업으로는 접근에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미얀마의 경우처럼 일단 남북한이 환경회담이나 기업 원탁회의를 가질 방법은 없는 걸까요? 백 소장은 ‘겨레말 큰사전 편찬사업’의 남북 협력 사례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백명수) 한국과 미얀마는 한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의 환경협력을 확대하고 다양한 환경분야 협력을 약속했습니다. 이게 배경이 되어 구체적 사업이 추진된 것입니다. 정상간 합의나 선언이 어렵다면 남북한간 ‘겨레말 큰사전 편찬사업’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2004년 남측의 통일맞이와 북측의 민족화해협의회가 의향서를 체결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에 따라, 2005년 2월 남북의 편찬위원들이 금강산에서 결성식을 가졌고, 남북당국 차원에서도 2005년 9월 남북장관급회담에서 겨레말 큰사전 편찬사업을 지원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처럼 남북간에 환경실무회담이나 관련기업 원탁회의와 같은 상호간의 환경협력이 실질적으로 가시화되기 위해서는 상향식, 하향식 모두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미얀마 사례처럼 정상회담 개최를 통해 진행되는 하향식 접근이 보다 신속할 수 있겠지만, 현장의 주요관계자들의 필요에 의해 제안되는 상향식 접근도 더 실질적일 수 있습니다.
(OUTRO) RFA 기획 프로그램 ‘이제는 환경이다’, 오늘은 최근 확대되는 한국-미얀마 환경협력과 북한에 던지는 시사점을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기획, 제작, 진행에 장명화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