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업, 나의 미래: 은행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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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북한에서는 이런 소리 듣기 어렵습니다. 돈 세는 소립니다. 남한처럼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돈 세는 소리 듣기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돈이 있는 곳. 그곳은 은행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리는 사람은 은행에서 일하는 직원을 은행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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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의 외환은행에서 일하는 은행원 - AFP PHOTO/JUNG YEON-JE

북한에서는 은행원을 재정사업일꾼 또는 재정지도원으로 부르고 있죠. 은행은 북한의 공산주의식 경제체제로 볼 때 선 뜻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일을 하는 곳이 은행입니다. 내가 돈을 가지고 있으면 은행을 찾아가서 그 돈을 맡깁니다. 은행은 내가 맡긴 돈을 맡아서는 돈을 더 많이 불려줍니다.

내 돈을 은행이 돈 떼어 먹지 않을 만한 곳을 골라서 빌려주고 내 돈을 쓴 대가로 이자를 받습니다. 공산주의 사회에서는 이자를 받으면 악덕 한 사람 즉 나쁜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은행원은 그런 이유에서 보면 왜정시대 때 고리대금업자 같은 인상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은행 자체가 깨끗하고 안전한 직장으로 여겨져서 남한에서는 대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이 가장 들어가고 싶어 하는 직장으로 손꼽힙니다.

조현성씨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경쟁률이 백 대 1을 넘는 남한에서도 좋은 은행 몇 번째에 꼽히는 기업은행에 들어갔습니다. 더 놀라운 일은 조현성씨는 탈북잡니다. 그의 하루 생활을 들어볼까요.

조현성: 은행문이 9시30분에 열리고 4시 30분에 닫혀요. 그런데 은행 준비를 하려고 하면 최소한 8시 30분에 나와서 돈 뽑아 쓰는 기계에 돈도 준비를 하고 고객들이 돈을 내달라고 하면 내드릴 수 있도록 각종 시제도 준비를 하고 4시 반에 분을 닫으면 그때부터 고객님들이 가지고 오신 돈을 정산을 하고 그런 것들을 다 맞추다 보면 보통 7시, 8시쯤 되고...

조현성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은행원의 좋은 점은 다양한 고객을 상대하면서 그들에게 우리 은행에 맡긴 돈이 한 푼이라도 더 이자가 붙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따라서 보람도 있다. 그러나 그 고객들에게 더 좋은 조건으로 이자를 많이 받게 하려면 은행원인 나는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한다고 말입니다.

조현성: 남한에서 직장 생활 해보니 쉬운 일이 하나도 없습니다.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요..

북한으로 눈을 돌려볼까요. 북한의 은행원은 어떤 가요? 북한은 은행원의 약 70 퍼센트가 여성이지요. 선발과정에서 뇌물이나 배경 등이 상당히 작용을 한다고도 그러네요. 그렇지만 은행원을 택하려는 젊은이들은 많지 않다고 하는 군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직업에 대한 인식도의 차이에서 나타난다고하는데요.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의 북한 전문가인 문성민 차장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문성민: 기본적으로는 안주는 것뿐만 아니라 북한이 제도적으로 이자라는 것에 대해 고리대 그래서 이자를 받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북한이나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착취 수단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고 해서 이자를 부정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한의 은행은 저금을 해도 제대로 이자를 안주는 것이 기본이 돼있다고 볼 수가 있죠.

실제로 한 탈북여성은 달러를 전문 취급하는 평양의 외환은행 이외에는 북한에서는 은행을 전혀 이용하지 않았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탈북여성: 개인이 많이 저금을 했을 경우는 수입과 지출이 맞지 않게 돈을 많이 넣어서 왜 이 사람이 돈이 많은가 해서 검열이 붙어요. 시끄러워요. 저금을 해도 찾을 수도 없거니와 마음대로 쓸수도 없거니와 찾는데도 자기 돈임에도 국가 돈인 것처럼 조금밖에는 안주고..

남한의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어릴 적부터 저축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빨간 색의 돼지모양을 한 저금통을 주고 돼지저금통이 꽉 차면 바로 은행을 찾습니다. 이런 저축을 통해 어린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돈을 아껴 쓰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어떻게 하면 돈을 소중하게 쓰는 가를 배우게 되는 것이지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3명의 자녀를 둔 한 학부형의 말입니다.

신계철: 예전에는 설날이나 추석에 할머니나 부모님들에게 받은 용돈을 모아서 돼지 저금통에 넣었다가 은행에 저축해서 학교 갈 때 쓴다거나 사용을 했지만 지금 아이들은 자기에게 필요한 물건 예를 들어서 노트북 컴퓨터를 구입한다든가 게임기를 구입하는데 많이 쓰고 있지요.

이렇게 돼지 저금통을 가지고 은행을 찾는 어린고객을 맞는 것도 은행직원의 몫입니다. 이때 은행 직원의 역할은 중요합니다. 어린이들이 은행을 자주 찾는 습관을 어려서부터 길러줘야 하기 때문에 어린이 고객일수록 남한의 은행원들은 더 반갑고 정중하게 맞습니다.

은행원이 되려면 이렇게 어린이 고객까지 알뜰하고 세심하게 맞아줄 수 있는 사교성과 여유로운 마음이 필요하고요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컴퓨터 지식입니다.

북한에서는 큰 은행이라 할 수 있는 조선중앙은행이나 무역은행 등에서 마감 업무만 컴퓨터로 처리 된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대부분의 은행 업무는 아직 손으로 처리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은행원은 물론이고 은행을 이용하는 손님도 자동화된 기계로 돈을 뽑기도 하고 돈을 저축하기도합니다. 사실 은행을 찾아서 처리할 일은 점점 더 줄고 있지요. 이처럼 컴퓨터에 관해서 더 많은 지식이 요구되는 남한의 은행원은 컴퓨터 때문에 손님을 맞는 일은 점차 줄고는 있지만 컴퓨터 때문에 손님을 끌어들이는 이자를 많이 주는 금융 상품의 종류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어서 공부를 안 하면 버티기 힘든 직업이 돼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