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와 협상 결렬에 답답한 한반도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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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로 덮힌 도심.
미세먼지로 덮힌 도심.
사진 -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돼 마음이 편치 않은 와중에 이번엔 기상관측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어 숨쉬기조차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부터 중국을 거쳐 내려온 미세먼지는 일주일 넘게 한반도 상공에 머물면서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놀랐던 점은 그동안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편서풍을 타고 와서 한반도 남쪽 지역에 주로 영향을 주었는데, 이번에는 개성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 미세먼지로 꽉 차버렸습니다. 북쪽도 이제 더는 미세먼지에서 안전하지 않은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선 미세먼지에 대한 교육과 대비를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명 죽음의 먼지로 불리는 미세먼지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위험한 환경 요인으로 꼽힙니다. 이건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건강에 더 해롭습니다.

미세먼지는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인 황산염, 질산염, 중금속 등으로 구성된 입자를 말하는데, 이 정도 크기는 머리카락 굵기의 7분의 1 정도로 눈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주로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화석연료가 탈 때 나오는데 숨 쉴 때 몸 안에 들어가 각종 병을 일으킵니다. 미세먼지 자체가 독성을 가지고 있으니 이 먼지가 들어가면 우리 몸에서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가 미세 먼지를 제거하려 싸우는데 이때 염증이 생깁니다. 그러면 호흡기, 심혈관계 등이 손상돼 폐암과 같은 각종 치명적 질병이 생기고, 치매와 우울증이 오는가 하면, 기형아도 낳게 만듭니다. 무엇보다 수명을 크게 단축시킵니다.

그래서 선진국에선 미세먼지 발생을 엄청 통제하는데, 중국은 아직 선진국이 아니라서 석탄을 많이 쓰니까 엄청 발생합니다. 이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넘어오는데, 보통 때는 지나가기 때문에 하루 이틀이면 없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일본 쪽에서 저기압이 강하게 발달하면서 편서풍을 막았습니다. 중국에선 넘어오지, 일본 쪽에는 못나가게 저기압이 막지 하니 고농도 미세먼지가 우리나라 상공에서 갇혀서 엿새 동안 빠져나가지 못했습니다. 이 와중에 중국의 미세먼지와 함께 한국 자체에서 생산된 미세먼지까지 합세하면서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 대란이 일어난 것입니다.

저도 이번 주에는 미세먼지 마스크를 끼고 다녔습니다. 마스크를 쓰면 숨쉬기 답답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보이지도 않는 독성 물질이 호흡기를 타고 내 폐에 쌓이는 것을 방치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마스크에 더해서 공기청정기라는 것도 사와서 방에서 틀었습니다. 이 공기청정기는 방안에 나쁜 먼지 입자를 잡아 걸러주어 공기를 깨끗하게 만드는 작용을 합니다.

이렇게 마스크 끼고 공기청정기를 틀면서 저는 “내가 한국에 온 덕에 공기까지 신경 쓰는 삶을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이렇게 미세먼지 잡는 마스크도 많고 공기청정기도 있으니 아무리 공기 나빠도 북한보다는 낫게 산다는 생각도 듭니다.

북한도 먼지가 끼면 마스크를 끼지만, 그건 큰 먼지나 잡지 미세먼지는 가려내지 못합니다. 미세먼지 마스크는 전문적으로 따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나마 북한이 믿는 구석은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베이징, 천진, 심양, 대련 이쪽의 대기가 편서풍을 타고 오다 보면 남쪽에 오게 되니, 북한 쪽은 안전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북한 역시 내몽고와 흑룡강 쪽에서 미세먼지가 날아오기 시작하고, 한반도 공기가 고기압과 저기압 사이에 끼면 고스란히 피해를 봅니다.

남쪽 사람들은 북쪽은 차도 없고, 공장도 다 멈춰서 있으니 공기가 깨끗할 것으로 짐작합니다. 하지만 제가 볼 때 북한의 주요 도시 미세먼지 수치를 재면 한국 지방 도시들보다 훨씬 더 높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저녁으로 모든 가정들이 연소가 채 되지 않는 질 낮은 석탄을 경쟁적으로 때다 보니 도시의 아침과 저녁은 뽀얀 석탄 연기에 묻혀 있습니다. 그게 대단히 나쁜 공기입니다.

먹고 사는 것이 더 중요하니 언제 공기를 신경 쓰지 않아서 그렇지 측정하면 황산, 질산 등이 엄청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인 점은 그나마 중국발 미세먼지까지 섞이지 않고 있고, 또 인구밀도가 낮아서 이런 나쁜 공기가 어쨌든 동해 쪽으로 벗어나니 결과적으론 한국보단 낫긴 할 겁니다.

하지만 미세먼지만 가지고선 북한의 삶의 질을 평가할 수는 없을 겁니다. 여기는 도시들이 깨끗해서 먼지가 나지 않지만, 북한은 포장된 면적이 많지 않아서 흙먼지가 많습니다. 또 남쪽 사람들 중에는 하루 종일 야외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지만 북한은 사무실보다 밖에서 일하는 비율이 여기 남쪽보다 몇 배가 많습니다. 농장에서 흙먼지 다 들이마시며 살고, 도시 사람들도 바람 불면 먼지 구덩이에서 살고, 또 수시로 동원을 다녀서 콧구멍이 새까매질 때까지 일합니다. 배고프지 않게 사는 것이 첫째 목표이니 언제 공기가 좋은 것까지 신경 쓸 여력이 못됩니다.

그래서 북한의 평균 수명은 남쪽보다 10년 넘게 짧은 겁니다. 선진국일수록 평균 수명이 길어지는데, 북한도 빨리 농경사회를 벗어나 미세먼지까지 신경을 쓰는 선진국으로 가는 발걸음을 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이번 하노이 회담을 보면 김정은에게서 그걸 기대하기도 그른 것 같습니다.

영변 핵시설 폐기를 놓고 대북제재를 다 풀라고 요구하는데, 대북제재가 시작된 이유는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했기 때문입니다. 핵무기와 영변 외의 핵시설, 그리고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폐기해야 미국은 대북제재를 풀게 될 겁니다. 그런데 그걸 계속 갖고 가겠다고 꼼수를 부리니 여러분들이 제재에서 벗어나 잘 살날은 그만큼 요원해 지는 것입니다.

제재도 갈수록 조여들지, 대기도 시간이 갈수록 탁해지지, 아무튼 인민에게 좋은 일은 생겨나지 않아 참 답답한 한주였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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