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성판을 메고 사는 경제 간부들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1-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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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판을 메고 사는 경제 간부들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
연합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달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이 올해 경제계획 수립과정의 문제점을관료주의와 허풍”, “보신과 패배주의의 씨앗등의 표현을 동원해 신랄히 비판했고, 그 여파로 김두일 노동당 경제부장도 임명 한 달 만에 잘린 내용은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김정은이 제시한 경제 분야 관련 목표 중엔올해 평양시에 1만 세대 살림집을 무조건 건설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김정은이 가장 야심차게 추진했던 평양종합병원 건설도, 몇 년째 힘을 쏟았던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건설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살림집 건설 목표가 지켜질 수 있을까요.

김정은은 지난해 3 17일 평양종합병원 건설 착공식을 열고 약 7개월 뒤인 10 10일까지는 완공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준공식은 아직까지 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지난해 7월 공사장을 방문해 총책임자를 비롯한 간부들을 전원 교체했음에도, 7개월 만에 완공한다던 병원은 1년이 돼가는 지금까지 언제 준공식을 올릴지 기약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나마 가짜 준공식을 올리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 해야 할까요.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은이 지난해 5월 준공식을 성대하게 열었던 순천린비료공장은 아직까지 가동되지 못한다고 합니다.

평양종합병원은 외형상으로는 건물이 완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11월 찍힌 위성사진에 이미 공사에 동원했던 장비와 차량이 철수하고, 외벽 색칠과 주변 조경도 마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럼에도 준공을 못한다면 내부 의료장비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채 껍데기만 건설됐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병원 운영에 필요한 장비의 3분의 1만 갖췄다고 해도 준공식을 벌이고, 사람들이 눈물 좔좔 흘리면서, 김정은을 찬양하는 선전을 질릴 정도로 내보내는 것이 북한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평양종합병원에 의료장비를 채우려면 돈이 얼마나 들까요? 도대체 얼마가 모자라서 온 국민들에게 큰소리치고도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지를 알면 현재 김정은의 주머니 사정을 가늠할 수 있는 겁니다.

평양종합병원은 가로 550, 세로 120m 부지에 20층으로 건설됐습니다. 병원은 병상 숫자가 중요하지만 이 자료는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평양 제1병원과 옥류병원, 평양산원이 1000병상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그것보다 두 배 이상 큰 평양종합병원은 2000~3000병상 정도 들어간다고 봐야 합니다. 이는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

한국에서 최다 병상을 가진 병원이 연세대 신촌세브란스병원이라고 있는데, 여기가 2615병상 정도 있고, 큰 축에 속하는 대학병원들도 1000병상 좀 넘습니다. 그러나 한국 병원은 병실이 널찍하니 그런 것이고, 북한은 비좁게 넣으면 같은 건물에도 많이 넣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평양종합병원이 2000병상이라고 가정하면 의료장비에 얼마의 돈이 들까요.

제가 한국의 경우는 얼마나 드는지 보려고 찾아보니 최근 10년 안에 건설된 한국의 병원들은 병상 1개당 대략 8만 달러 정도 의료장비가 든다고 추산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가난하니 비싼 장비는 피하고 싸구려 중국산을 주로 쓰겠지만 그래도 MRI CT라고 불리는 자기공명장비들처럼 워낙 비싸고 세계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 몇 개 기업에서만 만드는 의료기기는 북한이 반값으로 절대 사올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 것을 다 감안해서 북한은 병원에 드는 의료장비를 대략 한국의 반값에 해결한다고 가정하면 병상 1개당 4만 달러 정도 든다고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양종합병원이 2000병상 설치되면 장비는 8000만 달러 정도 들고, 3000병상이라고 치면 12000만 달러 정도 들 겁니다.

평균으로 치면 평양종합병원은 의료장비를 완전히 갖추려면 1억 달러 내외의 자금이 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계산이 정확하다고 볼 수는 없지만, 제가 이런 계산을 한 진짜 이유는 정확한 액수를 밝히려는 것이 아니라 도대체 김정은이 얼마가 없어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못하고 있냐 이걸 따지려는 겁니다.

대략 계산해보면 김정은이 1억 달러 미만의 자금이 없어 세상에 큰소리를 친 평양종합병원 건설을 마무리하지 못한다는 답이 나옵니다. 돈만 있다면 아무리 코로나 방역 때문에 국경을 폐쇄했다 해도, 김정은이 지시한 의료장비는 얼마든지 들여갔을 것입니다.

물론 좋은 최신 장비를 사서 들여가면 또 김정은과 가족 등 특권계층이 치료하는 봉화진료소에 보내고, 거기에 있던 기존 중고 의료장비를 평양종합병원에 보낼 수도 있습니다.

사실 봉화진료소도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그곳에서 진료를 받아봤던 공화국영웅 칭호까지 받은 공작원이 귀순해 한국에 있는데, 그가 1990년대 거기 들어가 치과 치료를 받아보니 그때 시설이 한국 동네 병원보다 장비가 못하더랍니다.

아무튼 평양종합병원은 언제 완공될지 모르겠지만, 문제는 김정은이 자기도 주머니가 텅텅 비어 공언한 약속들을 지키지 못하면서 간부들을 향해 자신이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현실입니다.

김정은이 무조건 경제 과제를 수행하라고 닦달질할 때 그 자리에 앉아있는 북한 간부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속으로너나 잘 하세요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해임된 김두일은 죽지 않았으면 다행이고, 후임인 오수용은 또 뭔 죄입니까.

당 비서로 경제와 재정을 담당했던 박남기, 홍석형이 비참한 죽음을 맞은 것이 어제처럼 생생하고, 또 작년 8월 경제부장이 중화군에서 화형을 당하는 등 그 자리는 죽을 자리입니다. 수령은 오류가 없으니 경제 실패는 늘 부하들이 죽을죄를 지었기 때문으로 결론이 납니다.

제가 인민들을 쥐어짜는 북한 간부들을 동정해 오진 않았지만, 요즘 보면 칠성판을 메고 사는 사람들이 또 그들인 것 같아 불쌍한 생각마저 듭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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