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러시아 방문을 어떻게 봐야 하나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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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한 뒤 러시아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4일 오후(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역에 도착한 뒤 러시아군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엔 김정은의 러시아 방문과 북러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북에선 울라지보스또크라고 발음하는데, 남쪽에선 블라디보스토크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보면 보통 러시아 지명 발음은 영어식 발음에 많이 근거하는 남쪽보다는 현지 발음법을 우선하는 북한이 더 정확한 것 같습니다.

이 블라디보스토크의 루스키섬에서 25일 김정은과 푸틴이 만났습니다. 루스키섬은 제가 재작년 가을에 친구 몇 명과 함께 여기 놀려가려고 비행기표까지 사놓은 적이 있습니다. 가서 배를 빌려 낚시 실컷 하려 했는데, 일행 중 한 명의 가족이 돌아가셔서 결국 못 떠났습니다. 아쉬운 기억인데, 김정은이 이번엔 저보다 먼저 갔군요.

김정은이 러시아에 간 이유야 뻔하죠. 손 내밀려 간 것이죠. 정상회담 선물로 러시아는 이미 밀 10만 톤을 요즘 북에 지원해 주었지만 그 이상 해주긴 어려울 겁니다. 러시아도 유엔 상임이사국인데 유엔에서 채택한 제재 결의를 앞장서 위반할 수는 없죠.

러시아엔 임업과 건설로 4만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들어가 일했는데, 대북제재 때문에 다 쫓겨 나와 1만 명 정도만 남아있고, 그마저도 올해 말까지 다 철수해야 합니다. 러시아는 봐주지 않고 철수시킬 겁니다.

물론 지금 김정은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노동자 비자 연장은 아닐 겁니다. 러시아에 간 노동자들의 1년 충성과제가 6000달러인데, 1만 명이면 한 6000만 달러 정도 나오겠지만, 거기서 또 파견회사가 떼고, 또 어디서 떼고 하면 당 자금으론 많이 잡아야 3000만 달러 정도인데, 솔직히 김정은에겐 그리 큰 돈은 아닙니다.

김정은이 가장 바라는 것은 아마 원유와 전력, 즉 에너지 해결일 겁니다. 사실 북한은 대북제재 받기 전에 이런 것들을 협력해 할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김정일이 그 많은 기회를 날려버렸습니다.

가령 사할린에는 원유와 천연가스가 엄청 묻혀 있습니다. 러시아는 이걸 팔고 싶은데, 멀리 유럽에 팔기엔 채산성이 잘 안 맞아서 주변에 파는 게 제일 좋습니다. 북한이 가장 가까운데 문제는 사줄 능력이 없습니다.

대신 한국은 원유의 100%를 외국에서 사오는데, 1년에 원유 사오는데 쓰는 돈만 600억 달러나 됩니다. 천연가스까지 치면 더 많은 돈을 쓰겠죠. 한국은 중동이 아니라 사할린에서 원유나 천연가스를 들여오면 더 좋습니다.

한국으로 원유 천연가스 수송관만 연결시키면 러시아는 몇 백억 달러를 벌 수 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 때부터 러시아는 계속 북에 이거 하자고 제안했고, 그럼 송유관 통과비용으로 1%만 받아도 북한은 몇 억 달러를 벌 수 있다고 얘기했죠. 물론 한국도 북한이 좋다 하면 당연히 건설 시작했을 겁니다.

그런데 김정일이 거절했습니다. 러시아가 송유관 안전보장을 이유로 북한에 내정 개입할까봐 우려했던 것입니다. 이렇게 김정일이 인민 경제는 안중에 없고 자기 독재 유지만 우선적으로 생각한 결과 지금 아무 것도 이뤄진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왔을 때는 차버리고, 제재로 거지가 되니 또 가서 구걸합니다.

여러분들도 기억하시겠지만, 김정일은 2011년 8월 생애 마지막 해외 방문에 나섰는데 그게 러시아였습니다. 뇌중풍 후유증으로 절뚝거리며 힘겹게 나흘 동안 열차로 3900km를 이동해 아무르주에 가서 발표한 계획이 빈 땅 20만 정보를 빌려서 농사를 짓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해 10월에 아무르 주지사를 평양에 불러 도장도 찍는 가 했는데, 덜컥 김정일이 사망했습니다. 2013년 북한은 아무르 주에 1000정보 규모의 작은 시범농장을 시작했는데, 대북 제재로 대규모 인력 파견이 쉽지 않아 이것도 흐지부지 됐습니다.

또한 당시 김정일은 극동에서 최대로 크다는 부레이 수력발전소를 방문했습니다. 러시아 원동 지역은 수력발전 자원이 풍부해서 여기서 전기를 생산해 북한에 들여가면 북한이 쓰고 남을 뿐 아니라 한국과 배전망을 연결해 남쪽까지 같이 쓸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 역시 이걸 개발해 팔고 싶은데, 북한이 일단 호의적이지 않고, 또 사줄 능력도 없습니다. 결국 한국에 전기나 원유를 보내야 하는데 이거 북한을 건너뛰어서 보낼 방법이 없는 겁니다. 오죽하면 동해 한가운데 수천 미터 해저로 송유관을 연결하는 계획까지 나왔겠습니까?

김정은은 이번이 첫 방문이니 기대하는 건데, 아버지와 달리 실리를 따져보길 바랍니다.

사실 러시아는 원동과 연해주를 개발하려고 해도 사람이 없어 못합니다. 연해주만 해도 한반도의 3분의 2나 되는 큰 면적에 불과 190만 명만 삽니다. 러시아는 유럽 쪽에서 사람들을 이주시키려 하지만 누가 외진 연해주에 오겠다고 하겠습니까? 그렇다고 중국에서 노동자들을 데려다 쓸 수도 없습니다. 왜냐면 연해주는 150년 전까지 중국 땅이었는데, 아편전쟁 때 러시아가 서방과 중재를 서준 대가로 자기 땅으로 만들었습니다. 만약 중국 사람들이 연해주로 밀려들어가 인구의 다수가 되면, 나중에 중국이 러시아보다 국력을 한참 키워서 그때 가서 우리 땅이니 되찾겠다고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니 러시아는 무서워서 중국에선 인력을 못 데려오고, 결국 싼 노동력을 데려올 데는 북한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북제재로 북한 인력이 러시아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김정은은 빨리 핵을 버리면 큰 판을 벌일 잠재력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러시아의 지하자원을 한국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 이렇게 결합해 개발해 나눠 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북한은 순식간에 부자가 될 겁니다.

결국은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가 인민을 생각하냐 자기만 생각하냐 그 차이일 뿐입니다. 김정은이 이번에 푸틴과 좋은 관계를 맺어서 그런 큰 그림을 그리길 바랄 뿐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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