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과 김정일의 일본인 요리사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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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북한의 고(故)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전속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달 12일부터 23일 사이에 김정일의 요리사로 일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은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이 사람은 1989년부터 13년 동안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로 일했습니다. 김정일이 일본요리는 일본 요리사가 해야 맛있다며 직접 수소문해 엄청난 돈을 주고 후지모토를 고용해 평양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아마 김정일은 중국 요리를 만들기 위해 중국 사람도 요리사로 썼을 것이고, 프랑스 요리를 만들기 위해 프랑스 사람도 불러다 썼을 겁니다.

인민이 굶주려 죽어가고 있는 동안에 인민을 위해 쪽잠에 줴기밥을 먹고 다닌다고 선전하는 김정일은 실제론 이렇게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습니다. 하긴 제가 북에 있을 때도 쪽잠 자고 줴기밥 먹는 사람의 배는 왜 저리 남산만한가고 사람들이 수군거렸죠. 외국에서 요리사를 불러들이고 요리에 필요한 식자재도 프랑스, 미국, 일본에서 직접 공수해서 먹는 것도 모른 채 말입니다.

후지모토는 2001년 도망쳐 일본으로 돌아왔습니다. 북에 있을 때 김정일이 직접 엄정녀라는 가수를 아내로 줘서 결혼하고 아들과 딸까지 낳았지만, 숨 막히는 독재 국가의 삶을 더 이상 견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후지모토 정도면 북에서 거의 장관급 대우를 받았습니다만 자유를 경험한 사람은 북한에서 절대 살 수 없습니다.

일본에 온 후지모토는 ‘김정일의 요리사’라는 책을 써서 자신이 겪은 일을 폭로했습니다. 김정일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그 책은 한국과 일본은 물론, 전 세계에서 엄청나게 팔렸습니다. 김정일로서는 정말 큰 배신을 당한 것이고 공개되지 말아야 할 비밀이 수없이 폭로된 것입니다.

김정은이 북한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제일 먼저 예측한 인물도 후지모토입니다. 김정은 위에는 김정일과 성혜림 사이에서 태어난 김정남, 그리고 김정일과 고용희 사이에서 태어난 형 김정철이 있습니다. 셋째 아들이 북한 통치자가 될 것이라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고 외부에서 김정남일까, 김정철일까 하고 저울질할 때 후지모토는 김정은이라고 찍었습니다. 김정은의 성격이 포악해서 김정일이가 정치할 녀석이라고 좋아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후지모토를 김정은이가 집권해서 1년도 안됐던 2012년 7월에 찾았습니다. 용서해 줄 테니 들어와서 아내를 만나라 이랬다는 것입니다. 김정일의 요리사라는 책을 보면 후지모토와 어린 김정은은 꽤 친했던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아무리 왕자로 자라 부러운 게 없어도 친구는 없었죠.

그래서 후지모토와 놀러도 많이 다녔고, 10대 중반에 몰래 담배도 함께 피웠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김정은의 사춘기 친구가 후지모토인데, 북한의 왕이 되니 자기 권력을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하긴 김정은이 초청한 첫 외국인이 그 괴상한 옷차림과 행동으로 미국에서도 이상한 인간이라고 손가락질을 받는 미국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후지모토 초청하는 정도는 약과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튼 2012년에 평양에서 환대를 받았던 후지모토는 돌아와서 넉 달 만에 또 김정은과 만났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냈습니다. 제목이 ‘찢어진 약속’인데, 이 책에는 김정은과 이설주를 만난 이야기, 김정은의 성장기와 성격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아무튼 후지모토란 사람도 책을 내기 무척 좋아하나 본데 사생활이 폭로되기 싫어하는 김정은 입장에선 멀리 할 사람 같은데 이번에 또 찾았습니다.

벌써 70살이 된 후지모토가 평양을 다녀와서 며칠 전에 일본 언론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평양에 아내와 자식들이 있고, 또 김정은을 만나러 가야 하는 사람이니 최대로 말조심해서 했겠죠. 그런데 몇 마디 안했는데 참 재미있습니다. 12일에 평양에 도착해 숙소인 고려호텔 현관에서 기다리는데 김정은이가 직접 벤츠를 운전하고 왔더랍니다. 그날 밤 김정은과 여동생인 김여정, 그리고 최룡해까지 3명이서 3시간 동안 만찬을 함께 했답니다.

만찬장에서 김정은이 후지모토에게 “일본은 지금 우리나라를 어떻게 보고 있냐”고 물었고, 후지모토가 “최악”이라도 답하자 “그러냐”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고 합니다. 김정은은 밥 먹으면서 “전쟁을 할 마음은 없지만 외교 쪽 사람이 미국에 가면 생트집을 잡혀 갖고 온다”며 “미사일도 미국의 태도에 울컥해서 쏘는 것”이라고 했답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후지모토가 한 말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몇 마디에서도 김정은의 성격을 볼 수 있습니다. 아니 지금 핵과 미사일 놀음 때문에 세계의 제재를 받아 인민의 삶이 곤궁해지고 있는데, 그 이유가 고작 울컥이라니 참 어이가 없습니다. 정말 어린애 사고방식이 아닙니까. 뭘 해달라고 했다가 거절당하면 물건 마구 집어 던지면서 생떼를 쓰는 철부지와 다름없습니다. 이런 인간이 지금 북한을 통치한다고 생각하니 진짜로 울컥하는 것은 접니다. 정말 화가 나고 분합니다.

그리고 호텔에 직접 차를 몰고 온 것은 또 뭡니까. 인민은 당대회에 충성을 바치라면서 낮이고 밤이고 강제노동에 내몰고, 갖은 명목으로 돈을 뜯어내면서 자기는 일본인 운전기사 노릇이나 합니다. 정말 철이 없어도 여간 없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이런 김정은을 위대한 영도자라고 억지로 환호하면서 미래가 없는 삶을 사는 인민들이 정말 불쌍합니다.

끝으로 김정은에게 한마디만 하고 싶습니다. 철이 없는 거야 어쩌겠습니까. 갑자기 철이 들게 할 방법은 저도 없습니다. 그러나 김씨 일가의 호화생활을 폭로한 후지모토에게 이리 잘해주는 김정은이 부하와 인민에겐 왜 그리 악독하게 노는 겁니까. 말 한마디 잘못했다고, 불평 좀 했다고 잔인하게 총살당하고 감옥에 갑니다. 일본인 후지모토에게 베푸는 그 대범함과 아량을 인민에게 반에 반만큼만 제발 베풀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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