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제2의 ‘고난의 행군’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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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길 교문에서 체온 측정을 받고 있는 북한 학생들의 모습.
등교길 교문에서 체온 측정을 받고 있는 북한 학생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노동절까지 낀 긴 연휴를 보내시고 계시겠네요. 코로나 방역을 한다 어쩐다 하면서 온 겨울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던 보상으로 화창한 봄을 한껏 즐기시길 바랍니다.

날씨도 좋아지고, 추위도 물러가고 있지만, 반면에 북한의 환경은 점점 더 악화되는 것 같아 정말 가슴 아픕니다. 오늘 이 시간 저는 여러분들이 올해 고난의 행군을 대비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고, 아이들의 발육이 되지 않았던 그 ‘고난의 행군’ 시기를 떠올리면 정말 끔찍합니다. 고난의 행군이란 말도 입 밖에 꺼내기 싫습니다.

그럼에도 여러분 고난의 행군을 준비하십시오. 지금 그 이유를 이 방송을 목숨 걸고 들으시는 분들에게 알려드리려 합니다. 요즘 북한은 코로나 방역을 한다면서 전국을 꽉 통제하고, 방역 규율을 위반했다고 벌써 700여 명을 처형했다는 정보를 저는 들었습니다.

사실 김정은은 작년 말부터 궁지에 몰려 있습니다. 사상 최강의 대북제재로 명색이 국가인데 지난해 수출액은 2억 달러도 안됐습니다. 한달에 1700만 달러 수준으로 10년 전에 비해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합니다. 지난해 12월 해외에 파견된 노동자들이 철수하면서 큰 돈줄이 또 막혔습니다.

김정은은 이런 위기 상황을 공포 통치로 돌파하려 했습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은은 원래 올 상반기 여러 간첩 사건들을 조작한 뒤 여기저기서 공개처형을 진행해 사회에 두려움을 심어주려 했습니다. 총소리를 내면 사람들이 반항을 못하니까요.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이 계획을 바꾸었습니다. 이달 3일에도 김정은은 “방역조치가 길어져 해이되는 상황을 막고, 모여서 생일놀이와 결혼식 등을 벌인 사람들을 적들과 내통한 자들로 여기고 가차 없이 처벌하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습니다. 결혼식이나 생일잔치만 해도 간첩 취급을 한다는 뜻입니다. 21일엔 전국 각지에 코로나 검열단을 전국에 파견해 각 지역의 동태를 실시간 보고하게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굳이 간첩사건을 조작할 필요가 없는 겁니다. 이런 점 때문에 김정은은 초기에 코로나를 북한의 민심을 통제하는 좋은 기회로 보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코로나가 퍼지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심하게 사회를 조였던 것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김정은의 꿈도 산산이 부셔지고 재앙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북제재에 1월 국경까지 폐쇄하면서 수출은 1달러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수출을 못하면 달러를 전혀 벌어올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믿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바로 관광업입니다. 관광은 대북제재 항목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만 잘 활용하면 달러 고갈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에 작년에 시진핑이 김정은에게 관광객 100만 명을 올해 보내주겠다는 밀약을 했다고 합니다. 100만 명이 가서 500달러씩만 써도 김정은은 5억 달러를 벌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여부를 보면서 판단할 여유가 생기는 겁니다.

김정은은 그런 계획 하에 작년부터 관광 인프라 완성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12월에 양덕 온천단지를 만든데 이어 4월까지 원산갈마관광지구 완공하고 삼지연 관광구를 만들고 꾸리려 했습니다. 백두산, 양덕, 원산으로 이어지는 관광코스를 개발하려는 의도였습니다. 그게 유일하게 달러가 나올 구멍이고, 김정은의 유일한 희망이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가 장기화되니 이 꿈이 깨졌습니다. 지금처럼 스스로 봉쇄를 계속하면 북한은 말라 죽습니다. 문을 열면 코로나가 들어옵니다. 그런데 관광객 100만 명을 받으면 결과는 뻔하지 않겠습니까. 북한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집니다. 북한은 이를 막을 의료역량도 치료시설도 없습니다.

관광객을 보내준다고 해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니, 올해는 물론 내년, 내후년도 아무런 희망이 없습니다. 김정은은 지금 정말 미치고 환장할 지경일 겁니다. 이건 열지도 닫지도 못하게 된 상태입니다.

정보를 들어보니 벌써 원산갈마지구 건설이 중단됐고, 삼지연 건설도 중단됐습니다. 평양종합병원을 올해 10월 완성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계획대로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관광을 포기했으니 관광 단지 건설이 중단된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이것은 시작입니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상황은 더 악화만 될 뿐이고, 이대로 가면 북한이 굶어죽게 되고, 인민들의 원망이 하늘을 찌르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김정은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고, 고난의 행군이 불 보듯 뻔한데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 김정은이 20일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도 아마 뭘 할 의욕이 사라져서 우울증에 빠졌기 때문이 아닐까 이런 생각도 합니다.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보고서에 결제를 하지 않은지도 벌써 보름째입니다. 원산에 있는 김정은 특각 앞에는 고급 요트가 계속 바다에서 왔다 갔다 합니다.

만사 귀찮아, 일을 팽개치고 요트를 타고 넋이 빠져 사는 거 아닐까요? 그런데 아무리 화병에 걸려 술을 퍼마셔도 답이 없죠. 저도 마땅히 답이 없습니다. 이렇게 시간을 끌어도 시간은 김정은의 편이 아닙니다.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으면 미국의 제재는 절대 풀리지 않을 것이고, 관광을 통해 달러를 벌려는 꼼수도 코로나 사태로 막혀버리고, 그럼 돈을 어떻게 법니까.

돈이 없으면 중국에서 생필품을 사올 수도 없습니다. 비료도 사오기 힘들겠죠. 농사를 망칠 것이고, 그럼 올해 희망이 없고, 내년에도 없는 것입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핵 포기 선언을 하고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지원을 받으며 사는 길이 있는데 김정은이 그걸 과연 할까요. 참 답답한 이야기만 해서 미안하지만, 정말 저는 진지하게 여러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제2의 고난의 행군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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