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식량난과 대북 식량지원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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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공동 조사단이 지난 4월 북한 황해북도에서 현지 조사하는 모습.
사진은 공동 조사단이 지난 4월 북한 황해북도에서 현지 조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에 한국 정부가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표를 듣고 제가 든 첫 느낌은 “김정은은 참 운이 좋구나” 이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식량 지원해달라고 요구도 안하는데 먼저 주겠다고 발표부터 하는 이런 남쪽 정부를 어디 가서 또 만나겠습니까? 주겠다고 발표부터 해버리면 아무래도 북한이 받는 입장에서 갑이 돼서 배를 내밀고, 이왕 이런 것도 주고 저런 것도 달라 이럴지 모릅니다.

대북제재가 강력해 지면서 국제사회에선 북한의 식량사정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 근거는 앞서 유엔이 이달 3일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의 북한 현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올해 1000만여 명이 식량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곡물 총 생산량이 490만톤으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올해 136만 톤의 곡물 부족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올해 3월 하노이 회담이 끝난 직후에 북한 당국은 유엔식량농업기구에 급히 연락을 했습니다. 식량이 부족하니 지원해달라는 것이었는데, 유엔식량농업기구는 현지에 가서 조사는 해봐야 가능하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북한이 빨리 들어와서 보라면서 비자도 급히 발행해줬고, 그래서 유엔 관계자들이 3월말부터 보름 동안 북한 6개 도를 돌면서 조사했습니다.

조사라는 것이 그래봐야 북한이 제공한 차량으로 총 155개 농가를 살펴보고 농민들을 만나 물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장마당은 가보지 못했습니다. 가보겠다고 요청은 했지만, 그 장소에서 마라톤을 한다는 등의 이유로 허가가 나지 않았답니다. 그러니 제가 이런 조사를 믿지 못하는 것입니다.

유엔 사람들이 북한이 마련한 차를 타고 조사를 한다면서 돌아다니는 장면은 1990년대 제가 북에 있을 때도 봤습니다. 그들이 들어가는 집이란 것이 다 사전에 짜고 준비한 곳이죠. 제가 살던 동네에도 한 번 방문을 왔는데, 먼저 북한 관계자들이 마을을 돌며 가마를 열어보면서 밥이 있으면 당장 꺼내 숨기라고 했습니다.

지금이라고 다르겠습니까? 유엔 관계자들이 들릴 농가에 가서 최대한 죽는 소리를 하라고 미리 포치를 해놓았겠죠. 정 급하면 장마당 보여주지 않을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장마당에 가면 식량 가격을 숨기기 어려우니 못 가게 막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북한이 식량 달라고 유엔에 요청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듯 보이고, 내부 사정이 아무래도 작년보다 급한 것은 사실인 것 같은데, 그렇다고 인민들이 굶어 죽을 형편으로 내몰렸을까 이거에 대해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듣는 정보에 따르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유엔의 발표가 나자마자 한국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국제기구가 북한의 식량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같은 동포로서 인도적 차원에서 식량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예, 물론 좋습니다. 저는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북에 식량을 지원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여기 남쪽에도 핵개발에만 미쳐서 인민생활 내팽개치고, 유엔 제재를 스스로 자처하는 김정은 정권이 뭐가 곱다고 식량지원을 하느냐는 여론이 거셉니다. 그럴 때도 저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도 북한 인민이 굶어 죽어가는 상황은 있어선 안 된다, 식량 지원은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저이지만, 이번 경우는 그런 말 하기가 애매합니다. 아니, 급하면 북한이 직접 남쪽에 쌀 좀 달라고 하면 되지, 요청도 안했는데 우리가 먼저 주겠다고 이러면 주객이 바뀐 것이 됩니다. 남쪽은 1995년에 쌀 15만 톤을 처음으로 지원한데 이어 2007년까지 총 265만 톤의 쌀을 북한에 무상지원하거나 정부간 차관 방식으로 지원해 왔습니다. 이미 그런 전례가 있는데 지금이라도 다시 못줄 이유도 없습니다.

심지어 미국 백악관도 한국의 대북 식량지원을 막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얼마나 좋은 환경입니까? 이럴 때 과감하게 달라고 사정하면 한국에서도 동정론이 일면서 많이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북에서 요청도 안했는데 지원한다고 하면 보수층에서 왜 북한 앞에만 서면 저자세냐 하면서 반발이 일게 되고, 그럼 문재인 정부는 여론을 의식해 많이 줄 수 있어도 주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기 남쪽에는 북한에 쌀 30만 톤을 두 달 안에 가공과 포장, 선적 과정을 거쳐 현지에 배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 정부가 보유중인 쌀 재고는 130만 톤인데, 이중 가난한 사람들에게 공짜로 주고, 또 군부대에 보급되는 물량을 빼면 30만 톤 정도가 남습니다.

이것도 모자라면 외국에서 사다가 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비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유엔 제재로 북한에서 석탄이나 수산물을 팔지 못하니 돈이 없어 비료도 외국에서 사갈 여유가 없을 겁니다. 비료가 없으면 농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습니다.

그런 사정을 여기선 다 알고 있으니 북한이 손만 내밀면, 그 태도 여부에 따라 북에 들어가는 식량 규모가 결정되고, 비료까지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왜 안합니까. 오히려 식량을 주겠다고 발표한 날에 북한은 미사일을 쐈습니다.

북한은 입만 열면 우리민족끼리를 외쳐왔습니다. 그런데 유엔에는 손을 내밀면서 남쪽에는 달란 말을 안 해도 주겠다고 먼저 나서는 우호적인 정권이 있는데도 요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뭘 말해줍니까? 여전히 북한은 김정일 때나, 김정은 때나 정권의 안전, 자존심 이런 것을 먼저 생각하지, 인민생활은 늘 뒷전에 놓고 있다 이걸 말해줍니다.

이런 식의 사고를 하는 북한 정권이라면 김정일 시기와 마찬가지로 김정은 시대에도 고난의 행군에 들어가지 말란 보장이 없습니다. 결국 삶의 책임은 여러분 자신에게 있습니다. 당연히 그러겠지만, 다시 한번 말씀드리니 김정은 체제엔 기대하지 마십시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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