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죽음의 미스터리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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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사망 26주기를 즈음해 김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모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김일성 주석 사망 26주기를 즈음해 김 주석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에 김일성 사망 26주년이라고 김정은이 금수산에 간 것을 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도 김일성 사망 소식을 접하던 일, 한반도에서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가장 더웠던 여름이라는 그때에 꽃을 구한다고 헤매고 다녔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김정은은 할아버지를 직접 보지 못했을 겁니다. 함께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지 않습니까. 또 할아버지의 사랑을 가득 받았던 손자라면 일찍이 형제들과 함께 스위스에 나가 숨어살 리 만무하겠죠. 김정일은 본처 김영숙의 소생이 아닌 고용희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들의 존재를 주변에서 알까봐 학교 다닐 나이가 되자 스위스에 내보냈습니다. 그러다보니 김일성도 김정일이 성혜림, 김영숙, 고용희로부터 차례로 자식을 얻어 사는 것을 알았을 것 같지 않습니다. 김정은은 보지도 못한 할아버지 미라를 보며 어떤 심정일지 궁금합니다.

김일성의 죽음은 지금도 북한에서 의문을 품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북에서 방영된 ‘위대한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기록영화를 통해 김일성이 7월 7일 오전까지 회의를 하는 장면은 누구나 봤습니다. 그게 무슨 회의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추가로 설명하면, 아들에게 실권을 빼앗기고 허송세월하던 김일성이 남북정상회담 일정을 잡아놓고 오랜 만에 주요 간부들을 불러 회의를 열었는데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배급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김일성이 화가 나서 “오후에 다시 회의를 하자” 하고 평생 습관인 오침을 하고 오후에 나오니 간부들이 다 사라졌습니다.

김정일이 아버지에게 거짓말만 하다가 배급을 못준다는 사실이 전해진 것을 알고 대노해 간부들을 몽땅 평양에 부른 겁니다. 김일성이 아들이 불렀다고 간부들이 다 사라졌으니 자기 신세가 얼마나 서글펐겠습니까. 여기까지 사실이고 이에 충격을 받아 새벽에 쇼크 왔다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날 밤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의료진을 태운 헬기가 가다가 추락했다는 말이 있는데, 추락 여부는 모르겠지만, 7월 7일 저녁 엄청난 폭우가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도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벼락이 계속 치면서 불과 2시간 남짓 만에 낮은 곳은 허리까지 잠기게 비가 왔는데 그런 비는 지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저도 아직 답을 찾지 못한 수수께끼가 있습니다. 김일성이 사망한 묘향산 특각이 김정일 시대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 특각은 생전에 김일성이 가장 애용하던 곳으로 노르돔 시하누크도 와서 묵었죠.

묘향산 특각은 가로 200m, 세로 100m 정도의 건물인데, 산기슭에 위치한 흰색의 서양풍 건물로 내부에는 전면이 유리로 된 원형 식당이 있어 경치를 내다보며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마당엔 호수도 있고 맞은편에는 국제친선전람관이 있습니다. 여기에선 인공지구위성으로 찍은 아주 선명한 사진을 통해 북한을 손금 보듯 볼 수 있는데, 묘향산 특각 구조도 선명하게 볼 수 있죠.

그런데 이 특각이 2004년 찍은 위성사진에선 있었는데 2013년 사진에선 완전히 철거돼 흔적도 없어졌습니다. 건물 자리는 평지가 됐고 나무만 드문드문 심어져 있는 모습입니다. 저는 매우 놀랐고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에서 그 특각을 허물라고 지시할 사람은 김정일 밖에는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에 김일성, 김정일이 쓰던 특각은 정말 많고 관리하는 인력도 전혀 부족함이 없습니다. 다른 특각은 다 멀쩡한데, 아버지가 죽은 저런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을 굳이 없애버린 이유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김일성은 북에서 신처럼 추앙받고, 김 씨 일가가 방문한 곳은 다 사적지처럼 취급받아 북한 어딜 가나 빨간 ‘누가 다녀간 집’이란 현판이 붙어 있습니다. 김일성이 업무를 봤던 주석궁은 지금 금수산태양궁전으로 변모돼 으리으리한 참관지가 됐습니다. 이런 북한이라면 김일성이 죽은 묘향산 특각은 당연히 최고의 혁명사적지가 돼야 되지 않겠습니까. 위대한 수령님이 생애 마지막까지 조국통일과 인민을 위해 열정을 불사르다 쓰러진 역사적 장소가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묘향산 특각은 지어진지도 30년 밖에 안 된 새 것인데 김정일은 왜 다른 특각은 놔두고 굳이 아버지가 죽은 특각을 없애라고 했을까요. 다른 특각은 다 허물어도 아버지가 생전에 제일 좋아했고 또 마지막 숨을 거둔 곳은 남겨두려 하는 것이 아들의 마음이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김일성 관련된 모든 것은 우상화물로 만드는 북한인데, 아버지가 죽은 장소가 김정일에게 없애버려야 할 곳이라면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제가 북에 있을 때 이미 김정일이 아버지를 죽였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으로 남북이 가까워지고, 심지어 통일이라도 된다면 김정일이 권력을 빼앗기고 제일 피해자가 되니 아버지를 죽였다는 것이죠. 앞서 말씀드렸듯이 말년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사이도 매우 안 좋았고, 김일성이 김정일에게 너무 실망해서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일에게 넘겼던 권력을 다시 빼앗아오려 시도했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물론 이것은 제가 증명할 수 있는 사실은 아닙니다. 다만 저는 사라진 특각을 보면서 아버지를 독살한 아들이라면 그 죄의 현장이 남아있는 것이 두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습니다. 특각을 없앤 이유를 유일하게 알 김정일은 지금 미라가 돼 아버지 옆에 누워있습니다. 김정일은 생전에 자기가 죽은 뒤 아버지 옆에 미라가 돼 누워있고 싶었을까요.

김정은은 1년에 몇 번씩 태양궁전에 갈 때마다 자기가 죽어 저렇게 누워있는 모습을 상상해보지 않을까요. 사람이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인데, 북한은 산 사람의 우상화를 위해 죽은 조상의 시신마저 이용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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