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북한의 황당한 6.25전쟁 진실 조작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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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_museum_guide-305.jpg 2004년 평양시 강동군에 새로 개관한 봉화리 혁명박물관.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며칠 뒤 27일이면 조국해방전쟁승리 기념일이라고 또 하루를 휴식하겠군요. 여기 한국에선 7월 27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무슨 기념일이나 행사 같은 것도 없고 그렇다보니 이날이 무슨 날인지도 모르는 청소년들도 많습니다.

6.25전쟁의 진실은 북에서 먼저 침공한 남침이었습니다. 남한을 먹어보려다 계획대로 안됐으니 사실 실패한 전쟁인데, 실패한 쪽에서는 승리했다고 기념일을 정해 축하하고, 침공을 성공적으로 막아낸 쪽에선 별다른 자축 행사를 안 하고 하니 외국인들이 보건대는 참으로 이상한 일일 겁니다.

북조선의 역사책에는 6.25전쟁이 북침이라고 주장하는 사례처럼 조작되고, 은폐되고 심지어 진실을 완전히 바꾸어놓은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일일이 다 말하기엔 끝이 없으니 오늘은 6.25전쟁의 조작된 기록들 몇 가지만 말씀드리려 합니다.

모든 직장과 학교마다 있는 혁명역사연구실의 도록에 보면 6.25전쟁의 전과를 보여주는 도표가 나옵니다. 교과서에도 당연히 있고요. 여기 보면 적 병력 156만7128명을 살상·포로했고 이중 미군은 40만5498명을 포로했다고 나옵니다. 저는 북에 있을 때부터 “아니 그 전쟁통에서 어떻게 행방불명자도 없이 저렇게 정확한 숫자를 집계할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을 품었습니다.

지금도 그런 숫자를 누가 창작해냈는지 궁금합니다. 한국에 와서 한국군 사상자는 32만 명이고 미군은 14만 명 유엔군은 1만6000여명이라는 기록을 봤습니다. 전부 합쳐봐야 북에서 주장하는 사상자의 3분의 1도 안됩니다.

여기는 대부분의 자료들이 공개됐기 때문에 몇 십 명이나 몇 백 명 정도는 틀릴 수 있겠지만 저렇게 백만 명 단위까지 거짓으로 지어낼 수는 없습니다. 어디 사상자만 그렇습니까. 적기도 1만2200여대를 격추시켰다고 배우죠. 그런데 6.25전쟁 때 미 공군이 동원한 비행기 전체 숫자를 합쳐도 1100대밖에 안됩니다. 아마 당시에 전 세계에 있던 비행기를 다 긁어모아도 1만대 넘어갈까 말까 한 상황인데 무려 1만2200대를 격추시켰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입니다.

그리고 군함도 560척을 격침·격파했다고 선전하죠. 그런데 언제 어디서 격침·격파했다는 기록도 없습니다. 제가 여기 와서 전쟁 관련 책들을 보니 560척은 고사하고 대여섯 척이나 침몰시켰는지 의심이 듭니다. 군함과 관련해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1950년 7월 2일에 북조선 어뢰정 4척이 강원도 주문진 앞바다에서 1만8000톤급 미 해군 중순양함 ‘빨찌모르’를 침몰시키고 경순양함과 구축함을 대파시켰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배우고 있죠. 당시 어뢰정을 탔던 영웅이라는 사람이 TV에 나와서 전투경험담을 씩씩하게 이야기하고 이런 내용을 줄거리로 한 영화도 있습니다.

저는 북에 있을 때부터 여기엔 의문을 품었습니다. 7월 2일이면 인민군대가 충청도까지 내려왔던 상황인데 미국 대규모 함대가 북조선의 선전처럼 한가하게 아무 병력도 없는 강원도 어촌이나 포격하고 있었다는 것이 제 머리로는 이해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여기 와서 보니 이건 전혀 근거도 없는 황당한 조작입니다.

얼마 전에 제가 말씀드린 월미도 전투는 황당하게 부풀리긴 했어도 그래도 상륙작전이나 전투가 있은 것 자체는 사실이지만, 빨찌모르호 격침은 전혀 없었던 사실을 너무나 진실처럼 생생하게 배우고 있으니 문제인 것입니다.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이라는데 가면 심지어 그때 전투에 참가했다는 어뢰정을 전시해놓고 여성 강사가 “경애하는 장군님의 영군술에 따라 세계 해전사에 유례없는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하면서 해설합니다. 말이 안 나옵니다.

반미교육에 적극 활용하는 신천대학살도 그렇습니다. 북에선 미군 중위 해리슨의 지휘에 따라 신천 한 개 군에서 3만5000여명이 학살됐다면서 해리슨 중위가 “어머니와 아이들이 함께 있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다. 따로 떼어내서 서로 찾다 말라죽게 하라”고 명령했다는 식의 자세한 묘사까지 등장합니다.

그런데 당시 미군은 신천에 딱 이틀 주둔했던 것이 전부이고, 그나마 재령과 신천을 거쳐 진격했던 미군 24사단 19보병연대 3대대엔 해리슨이라는 이름을 가진 중위도 없었습니다.

신천에서 몇 만 명이 학살됐다는 것도 터무니없는 과장입니다. 신천은 인민군이 후퇴하면서 우익인사들을 학살하고 다시 우익이 그 보복에 나서 좌익을 학살하고, 그리고 인민군이 재진격해 돌아온 뒤에 다시 좌익이 우익을 학살한 동족학살의 현장입니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6.25전쟁 때 우리나라 대다수 지역에서 이처럼 우익과 좌익 사이의 유혈 학살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사례 외에도 조작된 사례는 참 많습니다. 몇 개나 조작됐나를 세보기 보단 차라리 진실이 몇 개나 되는지 세보는 것이 훨씬 쉬울 것입니다. 어차피 그래봐야 몇 개 안될 것이니 말입니다.

인류 역사가 보여주는 교훈은 거짓은 잠시는 득세할지라도 결코 오래가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훗날 여러분들이 진실을 접하는 순간이 오면 정말 많이 혼란스러울 겁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보면 거짓을 버리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습니다. 거짓은 설사 아무리 오랫동안 주입됐다고 해도 진실 앞에선 버틸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남과 북이 다 함께 똑같은 역사를 교육받는 날은 머잖아 반드시 올 것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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