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홍수 방지 대책 없는 북한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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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heung_flood-305.jpg 홍수로 시가지가 물에 잠긴 함경남도 신흥군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달 중순에 북쪽 지역이 대규모 집중 폭우의 피해를 봤다는 소식이 남쪽에도 전해졌습니다. 원래 북조선 정부가 피해규모를 밝히는 적은 거의 없어서 이번에도 어떤 피해를 봤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개성 지역에도 50년 만의 폭우가 내렸다고 들었습니다. 개성의 피해정도는 알 수 없지만, 북쪽 지역에 매설됐던 지뢰들이 남쪽 지역에 밀려오는 바람에 여기선 주민 1명이 그것 때문에 사망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평소에 낚시꾼들이 많이 찾는 임진강 유역은 물론 멀리 강화도의 해수욕장들까지 봉쇄하고 지뢰탐지를 하느라 많은 군인들이 투입됐습니다. 아마 지뢰가 떠내려 오지 않았다면 여기 많은 언론은 북쪽 홍수 피해에 대해 언급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뭘 쓰려 해도 공개된 내용이 없기 때문이죠. 북조선 주민들을 통해 조금씩 흘러나오는 소식은 있습니다. 흥남에서만 120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하고 인명피해가 크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그러니 전국적으론 얼마나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겠습니까.

제가 북에서 살 때도 이웃 군에서 태풍에 이은 산사태가 발생해 병실을 덮치는 바람에 1개 대대가 몽땅 몰살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그냥 쉬쉬하다 지나갔습니다. 이런 소식을 노동신문이 싣겠습니까, 중앙방송이 보도하겠습니까. 외부엔 전혀 알려지지 못하죠.

북쪽에선 최근 몇 년간 특히나 홍수 피해를 많이 입습니다. 2006년 여름엔 양덕 쪽에서 큰 피해를 보고 그 지역에서만 3000명 넘게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2007년엔 평양에서 또 큰물 피해가 나서 1층까지 몽땅 잠겼었죠. 이런 홍수가 날 때마다 사망자도 많이 발생합니다.

여러분들은 왜 홍수가 이렇게 자주 나고 피해가 많은지 생각해보셨습니까. 똑같은 양의 비가 남북에 내리면 북에선 1000명이 사망할 때 남쪽에선 몇 명밖에 사망하지 않습니다. 한국이 잘 살기 때문에 자동차가 물에 잠기고 다리가 파괴되는 등 재산피해는 당연히 엄청 많지만 인명피해는 북쪽보다 훨씬 적습니다. 사실 남쪽이 북쪽보다 인구밀도가 거의 3배 많기 때문에 똑같은 태풍 피해를 봐도 사망자가 훨씬 더 많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북에서도 살아보고 여기 와서도 살아보니 역시 재해는 인재라는 말이 그른 말이 아니라는 점을 느끼게 됩니다. 여기 남쪽에 인명피해가 적은 이유는 홍수 방지와 예방을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하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몇 십 억 달러의 엄청난 돈이 홍수방지를 위해 쓰입니다. 선진국일수록 홍수로 사망하는 사람이 적고 후진국일수록 사망자가 많습니다.

저는 북에서 홍수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산에 가보십시오. 산사태를 막기 위해 세워진 구조물들이 일제 때 건설된 것 그대로인 지방이 많습니다. 기껏 하는 일이 홍수로 제방이 파괴되면 숱한 사람들이 동원돼 순수 인력으로 제방을 다시 쌓는 정도죠. 하지만 이런 것들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입니다.

북에선 지금 산에 나무가 없으니 쩍하면 산사태가 납니다. 그러면 그 토사가 어디로 밀려들겠습니까. 강에 흘러들죠. 강에 토사들이 쌓이면 강바닥이 높아지고 그러면 조금만 비가 내려도 강이 넘치는 것입니다. 이걸 막자면 항상 강바닥을 파내야 하는데, 여러분들 준설선을 구경하기가 쉽지 않죠. 평양의 대동강에는 몇 척이 있는 것을 봤는데 그 외 지방에는 거의 없거나 있다 해도 부속이나 기름이 없어 잘 가동되지 않는 실정입니다. 자재나 장비가 없으니 홍수 방지용 땜도 건설하기 쉽지 않습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언제 들이닥칠지 모를 홍수를 막겠다고 투자를 한다는 것이 사치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수해가 나면 고스란히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고 피해도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예전에는 수해로 피해를 보면 유엔과 같은 국제사회에서 지원이 적잖게 들어갔습니다. 그 지원을 받겠다고 어떤 지방에선 큰 비가 내리면 일부러 제방뚝을 터뜨려서 농경지를 침수시키기도 했죠. 그러면 유엔 사람들이 와서 보고 돈과 식량을 보내주니 말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홍수가 나도 지원이 이뤄지기 쉽지 않습니다. 워낙 국제사회에서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혀있으니 말입니다. 특히 홍수가 날 때마다 가장 열심히 지원을 해준 것이 남쪽인데 올해 홍수 같은 경우엔 한국 정부에서 일체의 지원이 없다고 이미 선포했습니다.

한밤중에 몰래 잠수함을 타고 내려와 남쪽 군함을 향해 어뢰를 쏘고 달아나는 바람에 46명의 해병이 희생됐습니다. 기껏 도와주었는데 그런 배은망덕한 짓을 하니 누가 도와주려 하겠습니까. 아마 정부에서 북에 쌀과 비료 또는 큰물 피해 복구를 위한 장비를 대주려고 해도 분노한 대다수 남쪽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는 선거를 통해 대통령을 뽑기 때문에 정부도 국민들의 여론을 보면서 통치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학교에서 “경애하는 원수님은 큰비가 내릴 때마다 남쪽 하늘을 바라보며 남녘 동포들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룬다”는 내용을 배웠습니다. 요즘도 그렇게 배워주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렇다면 참 웃기는 일입니다.

오히려 서울에 사는 제가 큰비가 내리면, 잠까지 못 이루는 정도는 아니지만, 고향사람들 생각에 너무 가슴이 아픕니다. 여기는 어제부터 또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비는 북쪽에 더 이상 큰 피해를 주지 않고 조용히 왔다 가기를 기원하면서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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