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쪽방촌 빈민보다 못한 북한 인민들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08.20
small_house-305.png 서울 용산구 보광동에 있는 쪽방촌의 모습. 작은 집들이 서로 공간을 두지 않고 다닥다닥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한국에선 정치인들 사이에 ‘쪽방 체험하기’라는 이색 운동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쪽방이라고 하면 여러분들도 짐작하시다시피 매우 작은 단칸방을 의미합니다. 이런 방에서 사는 사람들은 매우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쪽방체험은 국가가 지불하는 보조금으로 가난한 사람들이 과연 살아갈 수 있을지를 알기 위해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이 직접 그 돈으로 살아보는 일입니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되시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 자본주의 국가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국가가 생계 보조금을 줍니다. 사람이 굶어죽는 일은 최소한 막기 위해서입니다. 한국에도 기초생활보장제도라는 보조금 제도가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가장 많이 주는 곳은 유럽 특히 북유럽 쪽에서 많이 줍니다. 이런 나라들에선 일을 하지 않아도 국가에서 주는 것이 많기 때문에 일을 해서 월급받기보단 그냥 집에서 노는 편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세계 54위로 아주 잘사는 나라에 속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다른 자본주의 국가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보조금이 적고 받는 사람들도 많지 않습니다. 적다해도 혼자 사는 빈민은 국가에서 매달 한국 돈 50만 원, 2인 가족은 86만 원, 3명 가족은 111만 원, 4인 가족은 136만 원을 받습니다. 한국 돈 가치를 잘 모르시기 때문에 딸라로 다시 바꾸어 말씀드리면 1인 가족은 한달에 430딸라, 2인 가족은 730딸라, 3인 가족은 940딸라, 4인 가족은 1155딸라를 받습니다.

이렇게 나라에서 보조금을 받고 사는 사람이 인구 5000만 명 중에 146만 명입니다. 30~40명 중 한명이 보조금을 받는 셈입니다.

북에선 어떻습니까. 여기서 한 사람이 한달에 나라에서 받는 430딸라면 북에선 4인 가족이 1년을 충분히 먹고 살 수 있습니다. 물론 남쪽의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430딸라를 받아도 아주 가난하게 산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순전히 쌀값만 비교해보면 북에서 한 키로에 0.5딸라하는 쌀이 여기선 2딸라 정도입니다. 그러고 보면 쌀은 남쪽이 많이 비싼 것은 아니군요. 저도 한국에 입국하니 소득이 없다고 처음에 보조금을 받았습니다. 몇 달 뒤 월급 받는 직장이 생겼다고 끊겼지만 일단 받아본 바로는 먹고 사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받는 것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임대아파트라고 작은 방이 2개 정도 있는 아파트를 주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보조금으로는 집에서 먹고 자는 정도의 생활을 누릴 수 있을 뿐이지 그 이상의 생활을 누리려하면 엄두도 없습니다. 식당가서 사먹기도 힘들고 극장가서 영화보기도 힘들고 좋은 자가용차를 가지기도 어렵습니다. 그렇게 살려면 일자리를 가지고 일해야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여기선 보조금으로 사는 빈민도 북조선의 중산층보다는 훨씬 나은 삶을 산다는 것입니다. 수도가 콸콸 나오는 정전이라곤 모르는 집에서 살면서 천연색 텔레비도 보고 전화도 놓고 삽니다. 동사무소에서 공짜로 쌀도 나눠주기 때문에 하루 세끼 이밥을 먹고 살 수 있습니다. 아플 때 병원에 가면 웬만한 치료는 다 공짜로 해주고 옷도 북조선 중산층보다 훨씬 좋고 비싼 옷을 입고 살 수 있습니다.

그냥 직접적으로 비교해보면 북조선의 중산층도 이렇게 살지는 못합니다. 다만 여기는 다른 사람들이 이것보다 훨씬 더 잘살기 때문에 보조금을 받는 나는 상대적으로 매우 못산다고 느껴지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학교에서 사회주의는 모두가 골고루 잘사는 사회로, 자본주의는 부익부빈익빈의 약육강식의 사회라고 배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밖에 나와 세상을 둘러보니 이 지구에 부익부빈익빈이 없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북조선은 어디 안 그렇습니까. 북조선의 부익부빈익빈 수준도 자본주의 나라들과 못지않습니다. 평양의 중앙당 최고 간부들이 어떻게 사는지 아십니까. 그들이 좋은 아파트에서 살면서 외국에서 과일까지 수입해 먹고, 나라의 외화를 들여 사온 최고급 벤츠를 타고 다닐 동안 수많은 기차역들에는 배고파 쓰러진 꽃제비들이 즐비하지 않습니까.

오히려 북조선은 자본주의 나라보다 훨씬 못한 것들이 참 많습니다.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것이 바로 그러한 사례입니다. 자본주의는 그래도 굶어죽는 사회적인 약자는 있으면 안 된다는 양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라에서 보조금도 주고 치료도 공짜로 받게 하는 것입니다. 그걸 왜 주냐는 사람도 없고 오히려 더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쪽방체험을 하는 것도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을 느껴보고 정부에서 도와줄 수 있는 껏 도와주자는 취지입니다.

하지만 북조선은 어떻습니까. 숱한 사람들이 굶어 죽는 동안 나라에서 해 준 것이 무엇입니까. 오히려 굶주림을 견디다 못해 목숨만이라고 건져보려고 중국으로 건너가면 그런 사람들을 잡아다 감옥에 보내지 않습니까. 굶어 죽더라도 절대로 도망치지 말고 권력자들에게 충성을 바치다가 붉은기를 베고 죽으라고 강요하지 않습니까.

정말 불쌍한 북조선 인민들입니다. 남쪽에 와서 북녘 대다수 인민들이 한국의 쪽방촌 빈민만큼이라도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늘 듭니다. 그런 날을 하루 빨리 앞당기기 위해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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