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자살로 보는 남북의 판이한 삶

주성하∙ 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0.10.22
yellow_tape-305.jpg 지난 8월 30대 부부와 딸이 투신해 숨진 것으로 알려진 전북 정읍시 북면 오산리 한 아파트 공사현장이 통제된 채 경찰이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번 시간에 이어 오늘도 북쪽에서 남조선을 많이 비판하는 자살이라는 소재를 한번 다뤄볼까 합니다. 북에서는 남조선을 가리켜 항상 ‘자살공화국’이라고 비난하고 있죠. 북쪽 선전이 황당한 것들이 많지만 사실 자살이 많다는 말은 틀린 말은 아닙니다.

지구상에서 좀 잘산다는 선진국 32개 나라가 가입돼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 일명 OECD의 가맹국 중에서 한국은 자살률이 1위라고 합니다. 그러니깐 선진국 중에선 자살자가 가장 많은 셈입니다. 작년도에 한국의 자살자 숫자는 10만 명당 31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인 11.5명보다 3배나 많습니다. 자살자 수 2위인 헝가리가 19.6명, 3위인 일본이 19.4명이니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살자 숫자가 10만 명당 2.5명에 불과한 그리스보다는 한국이 무려 12배 정도 많은 셈입니다.

한국에선 노인 자살자가 특히 많은데 최근 10년 새 2배 넘게 폭증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 75세 이상 노인의 자살자수는 10만 명당 160명으로 OECD 국가 평균의 19.3명에 비해 8배 이상 많습니다. 한국 자살률이 높은 이유는 전문가들마다 다 분석이 다르지만 경제 발전에 비해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제가 보건대는 한국이 너무나 급격하게 발전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 같습니다. 1970년대 초반만 해도 남쪽보다는 북쪽이 더 잘살았답니다. 그런데 불과 30년 남짓한 기간에 한국은 세계 경제 강국이 됐습니다. 그렇게 빨리 발전하려고 하니 사람들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겠습니까. 정말 한국 노동자의 근로시간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휴식이라는 것도 모르고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개미처럼 아등바등 일하며 살다보니 정신적으로 받는 압박도 정말 심합니다. 오죽하면 북에서 온 어떤 탈북자는 “내가 북쪽에서 여기서처럼 일했다면 아마 노력영웅 칭호를 받았을 것”이라고 하더군요. 그만큼 여기선 열심히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북에선 어떻습니까. 30년 전에는 남쪽보다 더 잘살던 북쪽은 지금은 세계적인 빈국이 됐습니다. 왜 그럴까요. 일 하나 안하나 똑같이 배급을 주던 사회주의 경제체제 때문이죠. 이런 체제에선 남보다 열심히 하나 안하나 크게 차이가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국가 일에 열심히 매진할 동기가 생기지 않는 것이죠. 여러분들도 장마당에 가서 자기 밥벌이를 할 때면 정말 눈에 불을 켜고 열심히 하다가도 공장이나 농장에 나가면 대충 시간을 때우지 않습니까.

남과 북의 노동 강도는 정말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깐 먹고 사는 수준도 하늘땅 차이죠. 그렇지만 남쪽은 경제가 빨리 발전하느라 사람들 서로 간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례 들어서 어느 동네에서 내가 상점을 운영하는데 누군가 저쪽에 좀 더 큰 상점을 차려놓습니다. 그러면 나는 망하지 않기 위해 정말 죽기 내기로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거죠. 이런 식의 경쟁은 패자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스러운 점은 한국은 패자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많이 미흡하긴 해도 그래도 어느 정도는 구축돼 있습니다. 그래서 빈털터리가 되면 국가에서 아주 작긴 하지만 아파트도 주고 굶어죽지 않게 먹고살 돈도 주고 병원비도 무상으로 보장해 줍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그럭저럭 살다가 나이가 들어 돌봐 줄 사람도 없는데 불치병에 걸려 고통스러우면 사람들은 더 살아갈 의욕도 잃고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많이 하게 됩니다. 특히 우울증에 걸리면 살아갈 의욕을 잃어버리고 자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하나 자살이 많은 원인은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체면을 중하게 여겨오다 보니 명예를 더렵혀졌다고 생각하면 죽음을 택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한국 사회에는 해마다 유명인물들이 자살해서 떠들썩한데 특히 재작년엔 노무현 전 대통령도 자살하고, 북한 같으면 오미란 정도의 유명 여배우도 자살하고 해서 정말 충격이 컸습니다. 이렇게 유명 인물이 자살하면 다른 사람들이 따라 자살하는 경우가 많아 그해에는 자살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저는 자살하면 남은 가족에게 ‘빨간 딱지’가 붙는 북에서 살다 왔습니다. 북에선 누가 자살하게 되면 체제가 싫어서 자살한 것이라면서 자식이나 형제들이 성분이 걸려 대학도 못가고 출세도 못하죠. 그래서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사람들이 죽고 싶어도 드러내놓고 자살을 못하고 벼랑에 버섯이나 나물 따려 올라갔다 굴러 떨어져 죽은 것처럼 위장해 자살을 많이 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하도 생활이 어려워 죽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제는 타당한 이유가 있으면 좀 봐주긴 한다고 들었습니다.

남에선 경제가 너무 빨리 발전해서, 북에선 너무 빨리 후퇴해서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이 많으니 참으로 가슴 아픈 남과 북의 판이한 현실입니다. 대다수 여러분들은 남조선이 참 잘산다고 화려한 면만 생각하기 일쑤이지만 화려함 뒤에는 그늘도 있습니다. 통일이 되면 적어도 굶주림은 당장 없어질 것이지만 빠른 시일 내로 남조선만큼 잘살게 될 것이라는 환상은 가지진 마십시오. 잘 살게 되는 과정은 정말 죽고 싶은 생각이 자주 들 정도로 엄청나게 열심히 일해야 하는 험난한 과정입니다.

그렇지만 일을 안 하고 빈둥거리며 인민을 등쳐먹는 엄청난 수의 간부들이 없어진다는 것만으로도 통일은 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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