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무식한 수출·수입 금지령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5.11.27
electric_rail_kimjongun-620.jpg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북한 기술로 개발한 지하전동차의 시운전 행사에 참석해 만족감을 표시했다고 조선중앙TV가 20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랑하는 북녘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달에 김정은이 주민과 군인들에게 먹이겠다고 수산물 수출 금지령을 내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저는 상당히 놀랐습니다. 김정은이가 경제에 무지한 것이야 알고 남음이 있지만, 어떻게 몰라도 저렇게 모를 수가 있을까 싶어서 놀랐습니다. 당 창건 기념일에 인민이란 단어를 97번이나 외쳤으니 뭔가 내가 인민을 위해 일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아니, 수산물 수출을 금지시키면 그 물고기가 인민과 군인에게 갑니까.

당장 어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십시오. 그들이 기름과 부속을 장마당에서 비싸게 사고 여름에 밤잠도 못 자고 바다에 달려나가 낙지를 잡는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돈을 벌기 위해서이죠. 여름 한철 열심히 낙지를 잡아 말려서 팔면 1년 식량이 나옵니다. 그런데 만약 낙지가 수출이 되지 않는다고 해보십시오. 낙지 가격이 폭락하면 어부들이 자기 돈을 들여 배를 운영하면서 피발이라고 불리는 그 고된 일을 할 동기가 없어집니다. 인민과 군대가 딸러를 주고 낙지를 사먹을 리 만무하죠. 남 좋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아무리 노동당이 어부들을 채찍질해가며 바다로 내몰아도 이들이 안 나갑니다.

그럼 어떤 결과가 초래될까요. 어부는 어부대로 쫄쫄 손가락만 빨게 되고, 인민과 군대는 또 나름대로 물고기 구경도 못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단순한 김정은의 머리로는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나 봅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김정은이 지난해부터 군부대를 돌면서 고기를 잡아다 군인에게 먹이라고 배도 선물하고 하지만 과연 그런 공산주의식 어업으로 성과가 나던가요.

이제는 북한의 경제는 장마당 원리에 의해 돌아갑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자기가 가서 지시하면 인민들이 알았습니다 하고 충성심을 발휘해 열심히 지시를 집행하는 줄로 아나 봅니다. 경제성과 동떨어진 김정은의 지시는 요즘 부쩍 늘어나고 있습니다. 역시 지난달에 그가 김종태전기기관차공장에 가서 거기서 새로 만들었다는 전동차를 보고 만족해하는 것을 보면서도 저는 김정은의 머리속엔 효율성과 경제성이란 개념이 과연 있는지 의아했습니다.

일단 만들었다는 전동차를 보니 겉보기엔 그럴 듯해 보이지만 과연 그 전동차가 잘 달릴 수 있을까요. 전동차 기술은 얼핏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상당히 까다롭고 고장이 나면 대형 사고로 연결되기도 쉽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쓰는 전동차 1대가 100만 달러가 넘는데 그만큼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더구나 북한은 불안정한 전압 때문에 부품 고장이 매우 잦을 텐데, 북한제 전동차는 늘 정비창에 박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평양의 전동차는 동독에서 쓰던 것을 1990년대 중고로 들여온 것인데 너무 오래돼 지하철 운영이 잘 되지 않았을 것이란 점은 짐작이 갑니다. 그나마 세계에서 기계를 제일 잘 만든다는 독일 사람들이 만든 것이니 지금까지 버텼던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가 무조건 당창건 기념일까지 우리식 전동차를 만들어내라고 지시를 하니 아래 사람들은 죽기 싫어서 뭔가 만들어 냈겠지만 그렇게 급히 만들었다면 품질은 안 봐도 뻔하죠.

물론 북한이라고 전동차를 만들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문제는 경제성이죠. 한국 같은 경우 주요 대도시마다 다 지하철이 있습니다. 역전이 몇 개인지는 매달 몇 개씩 새로 생기니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서울과 인근만 해도 500개는 훨씬 넘습니다. 전국적으로 보면 거의 1000개 가까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이 정도면 자체로 전동열차를 생산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북한은 지하철이 평양밖에 없고, 노선은 만경대선과 천리마선 두 개밖에 없으며 전동차가 서는 역전 숫자는 고작 16개입니다. 이 정도면 필요한 전동차도 얼마 안 되는데, 중국에서 중고로 사오는 것이 경제성과 효율성으로 따져 볼 때 훨씬 합리적 판단입니다. 따로 전문적인 전동차 생산체계를 갖추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입니다.

김정은이 전동차 공장에서 했다는 이 말도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내가 지하전동차 개발 생산을 대단히 중시한 것은, 모든 것을 우리의 힘과 기술로 우리 식으로 만들어야 그것이 더욱 소중하고 빛이 난다는 천리를 수입병에 걸린 일부 사람들에게 천백마디 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이랬다는데, 참나, 북한의 힘과 기술이 뭐가 그리 대단합니까. 힘과 기술이 모자라면 발전된 외국에서 도입하는 게 정상입니다. 지금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던 봉건시대도 아니고 말입니다. 이런 생각을 많은 간부, 기술자들도 다 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김정은이가 수입병 어쩌고저쩌고하니 찍소리 못하고 역시 위대하다고 찬양밖에 할 수 없었겠죠.

그래도 김정은 옆에서 이건 이게 더 낫습니다 하는 사람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저는 지난달 사례를 보면서 그런 사람도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럼 저런 경제의 경자도 모르는 알짜 무식 김정은이 북한을 이끌고 가니 어떤 결과가 나오겠습니까. 수입병에 걸린 사람 어쩌고저쩌고 하는 것은 철면피하기까지 하더군요. 북한에서 사치품을 제일 많이 수입해 쓰는 사람이 바로 김정은인데 말입니다. 전국 도처의 별장을 세계 최고급 사치품으로 채워놓고, 수백 만 딸라 짜리 요트도 그걸 제일 잘 만든다는 이탈리아제만 여러 대 사와 타고 놀려 다니는 김정은이, 와인은 프랑스산만 먹고, 치즈는 스위스산만 찾는 그 김정은이 수입병 운운하니 기가 막힐 일입니다.

수산물 수출해서 북한이 정말 필요한 식량과 생필품을 사오는 것은 병이 아닙니다. 그게 바로 무역이란 것이고 세계가 그런 무역을 통해 살아갑니다. 21세기를 살면서 “팔지도 말라, 사오지도 말라”는 김정은을 보면 저는 북한의 미래가 정말 암담할 뿐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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