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천 명이 묻혀 죽은 성간 군수공장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4.09.27
[주성하의 서울살이] 천 명이 묻혀 죽은 성간 군수공장 사진은 북한의 군수공장 모습.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도 북한은 한국을 향해 계속 오물 풍선을 날려 보내고, 미사일 실험을 계속 공개하며 도발을 강도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에도 쓰레기를 담은 풍선을 날려 보냈는데 5월 말부터 지금까지 5500개의 풍선을 날렸습니다.

 

풍선마다 복잡한 반도체 회로가 달려있는 ‘타이머라는, 시간에 맞춰 풍선에 매단 끈을 끊는 장치도 설치됐는데, 그걸 보고 이게 다 돈이 얼마인가 생각해봤습니다.

 

며칠 전엔 또 탄두중량이 4.5톤이라는 미사일을 시험발사하고 자랑하던데, 한국에 있는 탄두중량 4톤인 미사일은 한 발당 350만 달러 정도 합니다. 북한의 거대한 미사일은 얼마를 들여 만들었을까요.

 

이렇게 돈을 탕진하면서 이걸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공개하진 않는 것이 특이했습니다. 홍수 피해로 온 나라가 죽어가는 아우성인데, 김정은은 미친 듯이 군사력 증강이나 오물 풍선 날리기에 집착해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가 있으니 자신들도 눈치 보이는 일인줄 아는 가 봅니다.

 

이번에 평북과 자강도를 강타한 홍수 피해가 예상 외로 너무 심각해서 저도 놀랐습니다. 김정은이 신의주에 나타나서 신의주 지역에선 사망자가 한 명도 없는데 남조선 괴뢰들이 숱한 사람이 죽었다고 호도했다며 분노를 표할 때만 해도대체 뭔 자신감이냐했습니다.

 

피해 복구가 시작된 뒤 북한 내부 소식통들을 통해 전해 들은 피해 규모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김정은이 홍수 직후 자강도당 책임비서 강봉훈과 사회안전상 이태섭을 해임했을 때 평북보다는 자강도 피해가 훨씬 크다고 짐작했습니다.

 

제가 알아보니 역시나 자강도의 피해는 엄청났습니다. 북한은 정보가 통제된 사회다보니 다른 지역의 사람들은 피해 규모를 알기 어려울 겁니다.

 

제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가장 큰 피해는 자강도 성간군에서 발생했습니다. 성강군에 철갑모를 생산하는 군수공장이 있었는데 그 공장이 산사태로 노동자 천여명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이 공장이 있던 위치가 성간군 광명리가 아닌가 싶은데, 위성사진으로 보니 골짜기를 따라 쭉 있던 마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산사태 흔적도 역역하게 보였습니다.

 

이것은 2020 9월 태풍 마이삭 때 산사태가 나 천 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강원도 김화 참사 이후 최대 피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당시 금강산댐 무단 방류로 갑자기 물이 불어나자 김화읍 사람들이 대피하느라 우르르 뒷산에 올라갔는데, 전달부터 내리던 비로 가뜩이나 허약해진 지반이 붕괴하면서 천 명 이상이 죽는 대참사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참사 이후 김정은도 급히 김화로 찾아갔고 이듬해 김화읍이 완전히 새롭게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런데 김화 사람들은 대피라도 했다가 죽었지만 성간 군수공장 사람들은 대피도 못하고 매몰돼 죽었다고 합니다. 일하다가 갑자기 갱도에 들이찬 물 때문에 죽었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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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에 만포시 연하리에 있던 장자강발전소도 사라졌다고 합니다. 장자강발전소는 워낙 유명하기도 하죠. 북한이 1956 9월에 착공하여 1959 12월에 조업을 시작하였는데, 북한에서 처음으로 북한의 힘, 북한의 자재, 북한의 기술로 만들었다고 자랑하던 발전소입니다. 사실은 원래 일제 때 발전소가 있긴 했지만, 6.25전쟁 때 폭격에 붕괴돼 전후 다시 건설한 것입니다.

 

그런데 자체의 힘으로 건설했다는 바로 이게 문제입니다. 일제 때 건설한 발전소들은 아직까지 멀쩡한데 북한이 지은 것치고 온전한 것이 어디 있습니까. 철저한 기술 감독을 거치지 않고 시간을 맞춰 대충 지으니 결국 큰 홍수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입니다. 발전소가 붕괴하면서 하류에 살던 사람들도 많은 인명피해를 입었습니다.

 

김정은의 말대로 아직까지 평북 신의주 의주 쪽에선 인명피해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물질적 피해는 컸습니다. 특히 신의주와 의주 경계 지점에 압록강 물을 여과시켜 신의주시에 수돗물을 공급하던 수원지가 있었는데 이게 잠겼습니다. 또 압록강 밑으로 신의주까지 연결됐던 수도관도 다 파손이 돼 신의주에 대한 물 공급이 중단됐습니다.

 

사람이 사는데 물이 얼마나 중요합니까. 지금 전국의 소방차들이 신의주로 와서 송한리에 있던 김일성특각 양수장에서 물을 실어 나르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에 한 번, 한 집에 200리터의 물을 공급한다는 계획이지만 문제는 연료입니다. 소방차들이 소비하는 연유가 매일 4톤인데 이걸 대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돈이 좀 있는 집은 소방차 운전사에게 돈을 주고 물을 더 사는데, 1000리터에 북한돈 15만 원, 달러로 치면 10달러 정도 준다고 합니다. 소방차 운전수들만 돈벌이를 한다고 하네요.

 

시내에서 벗어나 있고 돈도 없는 사람들은 논두렁의 오염된 물을 길어다 몸도 씻고 빨래도 하는데, 원래 홍수가 난 다음엔 물이 오염돼 전염병이 돕니다. 목욕과 빨래를 오염된 물로 하다보니 사람들이 온 몸에 발진이 생겨 가려워 잠을 못 잔다고 합니다.

 

치료를 하려고 해도 주사약을 시장에서 구입해야 하는데, 이번 피부병은 주사를 무려 45일을 맞아야 한다고 합니다. 이런 약도 구해주지 못하고 인민들이 비명 속에 사는데 김정은은 오물 풍선 날리고, 비싼 미사일이나 연일 쏴댑니다. 산사태 현장에선 연료가 없어 중장비도 가동시키지 못하고 있는데, 홍수 직후인 8 4일에 김일성광장에 미사일 발사차량 250대를 새로 만들었다고 쭉 전시하고 자랑하는 것을 보고 진짜 화가 났습니다.

인민의 삶의 지옥인데, 김정은의 삶은 군사력이 대단하다고 과시하는데 맞춰져 있어 같은 하늘 아래 존재하는 같은 세상이 맞나 싶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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