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핵무기 말고 원자력발전소 만들어야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4.01.26
[주성하의 서울살이] 핵무기 말고 원자력발전소 만들어야 황해북도 신평군에서 장작을 등에 지고 걷고 있는 북한 여성들.
/AP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는 엄청난 강추위가 한반도에 들이닥쳤습니다. 여기 강원도 산골에는 체감온도가 영하 35도까지 기록한 곳도 있었습니다.

 

남쪽이 이 정도면 북쪽은 얼마나 더 춥겠습니까. 함북 무산 같은 곳은 영하 25도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체감온도는 영하 40도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도 북한의 추운 지역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이렇게 한파가 오면 북한 동포들부터 생각이 납니다. 땔감도 제대로 없는데 이 추위를 어떻게 견디지, 얼어 죽는 사람은 없어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맨 먼저 듭니다.

 

저도 북에서 추운 고생 진짜 많이 했습니다. 특히 평양에서 대학을 다닐 때는 온수난방이 되지 않아 교실에도 얼음이 얼고, 기숙사 방에도 얼음이 얼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책상 위에서 필기를 하다보니 새끼손가락이 얼어서 지금도 추운 날씨면 찌릿찌릿한 느낌을 받습니다. 새끼손가락의 감각이 이상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과거 추운 교실의 꽁꽁 언 책상 널빤지의 느낌이 되살아납니다.

 

지금도 북한의 난방 사정은 더 나아지지 않았으니 제가 겪은 그 고생을 그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을 지금의 대학생들이 되풀이하며 보내고 있을 겁니다.

 

그때 김정일은 무슨 생각인지 여학생들이 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은 미풍양속에 어긋난다며 치마를 입고 다니라고 지시했습니다. 남자들은 바지 안에 내복이라도 껴입을 수 있었지만, 여성들은 그 추위를 치마를 입고 어떻게 이겨냈을까요. 물이 어는 영하의 교실에 90분 강의 3개씩 들으며 5시간 꼼짝하지 않고 앉아있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가뜩이나 먹지 못해 몸에 기름도 없는데, 그 추위에 또 김일성광장에 가서 하루 종일 덜덜 떨면서 신년사 관철 궐기대회를 하고, 또 밖에서 보여주기식 작업들을 하느라 추운 1월이 흘러갔습니다.

 

제가 그렇게 살았던 30년 전에나 지금이나 북한의 사정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김정은의 시정연설을 관철하라며 추운 겨울에 여러분들을 내몰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도 옷차림 단속을 계속 하는 것을 보면 여대생들이 바지를 입고 다니기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튼 김정일이나 김정은이나 북한 인민들은 전혀 생각지 않습니다. 자기들은 추우면 밖에 나가지 않고 어쩌다 한번 얼굴 피뜩 내비치면서 인민들은 계속 밖으로 내몹니다.

 

어쩌다 나타날 때 보면 자식들까지 외국에서 수입한 뜨뜻한 비싼 명품 가죽코트를 껴입히고 거들먹거립니다.

 

이런 북한에선 사람이 짐승보다도 못합니다. 얼마 전 김정은이 광천닭공장을 시찰했는데, 이런 한파에 닭이 죽지 않게 하려면 난방이 무조건 보장이 돼야 하겠죠. 닭이 죽으면 또 옛날 자라공장 지배인처럼 처형될지도 모르니 간부들이 전기든 석탄이든 우선적으로 보장해 닭들에게 난방을 보장할 겁니다.

 

김정일 시절을 떠올리면 타조가 떠오릅니다. 김정일이 갑자기 무슨 생각으로 열대지방에 사는 타조를 사육하겠다고 나섰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평양 인근에 타조농장을 지어놓고 그 타조를 죽이지 않겠다고 겨울마다 전기난방으로 뜨뜻하게 보장해주었습니다.

 

평양 사람들은 난방이 없어 얼어 죽고, 조명용 전기도 부족해 고생인데, 닭이니 타조니 하는 동물들이 난방용으로 막대한 전기를 우선적으로 받고 사는 것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십니까. 여러분들은 한낱 가금류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사는 겁니다. 그렇게 전기난방을 받으며 생산된 타조고기 먹어본 사람들이 몇이나 있습니까.

 

작년 12월에 단천 쪽에서 열차가 전기가 없어 탈선돼 숱한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합니다. 제가 있을 때부터 전기가 없어 열차 사정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평양에서 온성까지 무려 23일이나 운행한 열차도 있습니다. 그때 도중식사가 떨어져서 숱한 사람들이 굶어죽었습니다. 전기난으로 수백 명씩 죽는 대형 열차사고가 수시로 일어나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그런 참사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이 짐승보다 못한 취급을 받는 일은 계속 이어집니다.

 

북한이 발전하려면 전기 문제를 제일 먼저 풀어야 합니다. 전기만 있으면 난방도 전기로 할 수 있고, 전기로 밥도 해먹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말로만 전기 문제를 풀었다고 합니다. 숱한 사람들을 수십 년씩 내몰아 발전소를 짓는다고 하지만, 그 발전소 혜택을 본 사람들이 거의 없죠.

 

이 정도 되면 김정은은 빨리 노선을 전환해서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아직도 아버지 때부터 실패를 반복해 온 수력발전소 건설을 계속 독려합니다.

 

북한이 전기 문제를 풀려면 얼마든지 방법은 있습니다. 실례로 김정은은 지금 핵무기를 무진장 생산하라고 합니다. 영변에서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우라늄이 계속 농축이 됩니다.

 

아니 그렇게 핵무기를 많이 만들면서 왜 원자력발전소를 하나도 짓지 못합니까. 러시아에서 정찰위성 기술은 받아오면서 70여 년전 기술인 원자력발전소 기술은 왜 받아올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중국만 해도 세계적인 원자력발전소 강국입니다. 중국에 재처리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도와달라고 해도 들어주었을 거라 봅니다.

 

김 씨 일가는 우라늄으로 원자탄 만드는 데만 관심이 있지, 그걸 원료로 써서 원자력발전소를 만들어 인민들의 전기 문제를 풀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최전방에선 북한의 젊은 청년들이 나라를 지킨다며 벌벌 떨고 있습니다. 전방은 민둥산들이라 땔감을 할 나무도 없는데 어떻게 추위를 이기는지 모르겠습니다. 동상을 입어가며 지키는 나라가 본인과 가족이 배고픈 나라, 얼어 죽는 나라입니다. 이런 괴이한 일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기약이 없으니, 새해 벽두부터 마음이 꽁꽁 얼어듭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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