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북한이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재난의 불똥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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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의 서울살이] 북한이 피할 수 없는 세계적 재난의 불똥 사진은 2010년 군산항에서 북한 수재민에게 전달할 쌀을 배에 선적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난주 6일 튀르키예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희생자 숫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열흘 뒤인 16일에 사망 4 2000명 이상, 부상 10만 명 이상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아직 붕괴된 잔해가 많아 사망자 숫자는 더 늘어날 겁니다. 이번 지진은 유럽에서 발생한 100년 내 최악의 자연재해로 꼽힙니다.

 

지진 현장은 정말 끔찍합니다. 다 무너지니 누가 누굴 구할 수 없는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이 됐고, 살아남은 사람들도 잘 곳도 먹을 곳도 없어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이런 것을 보면 지진대에서 벗어나 있는 한반도에서 사는 것도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듭니다. 이웃 일본만 해도 강진이 주기적으로 찾아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은 지진을 면하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는 건 다행이지만, 이번 지진 때문에 함께 피해를 보게 될 겁니다. 왜 그럴까요.

 

엄청난 비극이 벌어진 튀르키예와 작은 바다, 즉 흑해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있는 나라가 우크라이나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러시아와 1년째 전쟁 중에 있습니다. 전쟁이 지난해 2월말에 발생했으니 지금 꼭 1년이 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일방적으로 러시아의 편만 들어서 그 전쟁의 전황을 알려주지 않죠. 1년을 맞아 그동안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간단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추진 등을 핑계로 푸틴이 일방적으로 밀고 들어간 전쟁입니다.

 

전쟁 초기에 누구나 우크라이나가 며칠 버티지 못할 것으로 봤습니다. 러시아는 세계 2위의 군사력을 보유했다고 알려졌고, 우크라이나는 22위에 올라 있었습니다. 참고로 국가별 국방력 순위에서 한국은 세계 6, 북한은 핵을 빼면 세계 28위로 꼽힙니다.

 

그런데 전쟁이 벌어지니 이게 전혀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수도 키예프(키이우) 외곽까지 밀고 들어갔지만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밀려 철수했습니다.

 

그 이후 러시아의 군사력이 정말 종이호랑이였다는 것이 속속 드러났습니다. 전시 식량도 없어 배를 부여잡고 싸우는가 하면, 보급이 안 돼 탱크들이 오다가 길에 며칠 씩 서 있기도 했습니다.

 

이후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땅크를 격파하는 미사일, 대포 이런 것들을 지원하자 러시아는 결국 수도 공략은 멈추고 멀리 돈바스 지역에 점령지를 장악하고 버티는 전략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러시아가 점령한 지역은 우크라이나 전체 면적의 18% 정도 됩니다.

 

제가 볼 때는 우크라이나가 강했다기보다는 러시아가 너무 형편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났는데, 양국 모두 사기 문제로 정확한 전사자 통계를 발표하지 않지만, 서방의 추산에 따르면 양쪽이 모두 각각 10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합치면 20만 명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전사자 숫자는 러시아가 더 많다고 합니다. 공격하는 쪽이라 위험에 노출돼도 진격했기 때문일 겁니다.

 

사실 10만 명 사상자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러시아가 1970~80년대에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해 전쟁을 했는데 그때도 전쟁 10년 간 러시아 군인 15000명이 사망했는데, 그것과 비교하면 지금 전사자가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죠.

 

병력만 줄어든 것이 아니고, 장비 피해를 보면, 이달 초 기준 러시아는 땅크 3201, 장갑차 6369, 대포 2196, 방사포 453, 전투기 293, 직승기 284, 차량 5041, 군함 18, 무인항공기 1947대를 잃었다고 나옵니다.

 

땅크 3201대는 러시아가 보유한 땅크의 거의 3분의 2 수준에 육박합니다. 러시아 군수경제가 다 죽어 러시아는 소모되는 양만큼의 땅크를 생산해내지 못합니다.

 

그러니까 러시아는 힘이 빠져 이도저도 못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도 죽을힘을 다해 러시아를 막다보니 여기도 소모가 심해서 서방이 무기를 주지 않으면 반격할 힘이 없습니다.

 

그런데 보면 러시아의 땅크나 전투기는 북한에서 정말 가지고 싶은 최신형들입니다. T-90, T-80 이런 최신 전차들도 힘을 쓰지 못하고, 미그 29만 돼도 낡은 축에 들어가고, 수호이 35 등 최신 비행기들을 운용하지만 성과가 없습니다.

 

이걸 보면 북한의 고물 땅크와 장갑차, 비행기는 현대전에서 사용 가치가 있을까 싶습니다. 산악지대 돌파는커녕 도로로 제대로 굴러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사정이 이런데 김정은은 저번 열병식에서 무적의 강군 어쩌고 떠드니 어이가 없어 하품만 나오죠. 멋모르는 북한 사람들이야 최신 무기를 구경 못했으니 그런 고물들 보고 힘이 날지 몰라도,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면 그건 다 골동품에 속하는 것들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우크라이나 전쟁이 큰 피해를 낳고 있는데, 이번에 튀르키예에서 엄청난 참사가 벌어졌으니 북한이 큰일입니다. 유럽은 물론 돈 좀 있는 나라들은 구호 물품들을 다 튀르키예와 우크라이나에 보냅니다. 이웃집부터 돕는 게 인지상정이 아니겠습니까. 올해 북한에서 대량 아사가 발생해도 세계는 그걸 도와줄 여력이 없습니다. 또 튀르키예와 우크라이나는 불쌍하게 당한 나라지만, 북한은 지도자라는 김정은이 핵에 미쳐 인민을 굶겨 죽이는 정책을 펴니 누가 도울 생각이 들겠습니까.

 

여기에 세계의 곡창이라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하면서 국제 곡물 가격도 엄청 뛰었습니다. 식량 지원 비용이 너무 높아졌다는 의미입니다.

 

북한에서 아사가 벌어지면 결국 도와줄 나라는 아무리 봐도 한 동족인 한국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김정은은 계속 남쪽과 대립각을 세우고, 최악의 상황에서 기댈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스스로 잘라버립니다. 김정은과 그 일가는 굶어죽을 일이 없으니, 김정은의 어리석은 정치의 피해는 나중에 여러분들이 고스란히 받아야 합니다. 인민은 안중에 없고 세습 준비에 정신이 팔려있는 김정은을 보면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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