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자율주행차를 줘도 못타는 북한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4.05.03
[주성하의 서울살이] 자율주행차를 줘도 못타는 북한 테슬라 모델 3 차량이 FSD(완전 자율 주행 베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미국 캘리포니아주 엔시니타스의 도로를 주행하고 있다.
/REUTERS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에는 노동절이 끼어있었습니다. 남쪽도 1일은 휴식이라 저는 그날 오후에 지인들과 함께 영종도 해변에 가서 조개구이를 해먹었습니다.

 

영종도는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곳인데, 과거엔 서해 섬이었지만 이제는 다리로 연결돼 사실상 육지나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사는 서울 중심부에서 영종도까지는 150리 정도 돼서 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조개구이를 먹으면서 술을 마시지 않을 수가 없어 올 때는대리기사를 불러 지인의 차를 대신 운전하게 하고 왔습니다. 대리기사는 술을 마신 사람들의 차를 대신해 운전해주는 직업입니다. 남쪽에선 술 마시고 운전하다 적발되면 운전면허가 취소되고 많이 마시면 감옥에도 갈 수 있고, 저처럼 기자인 사람은 사회적으로도 지탄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술을 마시면 차가 알아서 집에 데려다 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생각을 매번 합니다. 그래서 그런 차가 나올 때까지 차를 갖지 않겠다고 결심했고, 실제로 한국에 와서 20년 동안 운전하지 않았습니다. 여긴 차가 없는 집이 없기 때문에 돈이 없어 차를 못 산 것은 절대 아니고, 술 먹고 운전하는 실수를 범할까 걱정돼서 차를 사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차를 사는 날이 머지않은 것 같습니다. 차가 스스로 운전하는 것을 자율주행 운전이라고 하는데, 요즘 들어 자율주행 기술이 급작스럽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은 수준에 따라 0부터 5까지 여섯 단계로 나눠지는데, 0단계는 그냥 여러분이 아는, 사람이 모든 운전 조작을 다 하는 자동차를 말합니다.

 

1단계부터 차가 알아서 앞차와의 거리를 조절해주고, 비상시 제동도 걸어주며, 깜빡이를 넣으면 차선도 바꾸고, 주차도 대신해줍니다.

 

3단계부터 차가 알아서 운전하는데, 사람은 비상 상황이 아니면 개입할 필요가 없습니다. 4단계는 그냥 사람이 운전석에 앉아만 있으면 되고, 5단계는 운전석도 필요 없는 단계입니다.

 

보도를 보니 한국 현대차에서 올해 중으로 3단계 기술이 적용된 차를 판매한다고 합니다. 또 기아 차는 4단계 기술이 도입된 차를 지금 시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3단계나 4단계나 모두 현행법에 따라 술을 먹고 운전해서는 안 됩니다. 기술이 먼저 나오고 법이 나중에 나오는 것이니, 나중에 바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현재론 비상 상황에선 사람이 개입해야 하기 때문에 술을 마시면 안 됩니다.

 

운전석에 사람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 5단계 승용차가 나와야 제가 바라는 것이 이뤄질 건데, 저는 이것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차가 스스로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것은 꿈이었을 뿐인데, 어느새 벌써 도로에서 차가 알아서 운전해주고 주차까지 하는 승용차가 팔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저는 3단계 차가 나오면 살까 말까 고민할 것 같습니다. 비록 음주운전이나 졸음운전은 허용되지 않지만, 그것만 하지 않으면 어디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은 대중교통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달한 도시이기 때문에 굳이 차가 없이도 이동하는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도시를 벗어나 동해 바다에 가고 싶다거나 갑자기 서해 바다에 가고 싶다 이러면 대중교통 대신에 자가용 승용차가 필요한 법이죠.

 

요즘 자동차는 자율주행기술이 적용되다보니 여러분들이 아는 그냥 자동차가 아닙니다. 북한에서 자동차는 연료를 넣고 움직이는 기계로 인식됩니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의 최신 자동차는 기계라기보단 하나의 전자제품이라고 생각하면 편합니다. 특히 요즘 전기차가 참 많이 팔리는데, 이건 휘발유나 디젤유를 넣을 필요가 없어 그냥 한 번 충전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갑니다. 차의 부품도 휘발유로 가동하는 엔진이 아니라 그냥 건전지로 움직이는 장난감 차를 생각하면 됩니다.

 

거기에 자율주행 기술이 들어가다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이 인공지능과 통신입니다. 차가 지금 도로의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를 정교한 통신망을 통해 오차없이 영점 몇 초 단위로 측정해야 되고, 이런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사람의 두뇌를 대신하는 컴퓨터가 계속 연산해서 차에 지시를 주어야 합니다.

 

앞에 갑자기 사람이 튀어나왔다 이러면 영점 몇 초 안에 판단해 차를 세워야 하니까 정말 쉽지 않은 기술입니다. 올해 판매되는 차는 사람이 갑자기 뛰어들어도 급정거를 할 수 있고, 주차장에 가서 빈자리가 있으면 자기가 알아서 스스로 주차하고, 내가 차를 부르면 주차된 위치에서 내 앞까지 알아서 오기도 한답니다.

 

요즘 과학기술이 발전되는 속도를 보면 정말 놀라울 지경입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미국에서, 심지어 중국에서도 잘만 다니는 자율주행차가 북한에 가면 잘 달릴 수 있을까 생각하면 그건 절대 불가능합니다.

 

우선 통신망이 엉망이라 자율주행에 필요한 신호를 전달할 수도 없고, 도로망이 완전히 엉망이라 차가 인식을 못합니다. 신호등이 있어야 차가 신호를 보고 판단하고, 표지판이나 차선이 있어야 차가 자기가 어딜 달려야 할지 인식할 것이 아닙니까.

 

게다가 북한은 군사 비밀이라고 좌표 정보도 다 숨겨서 차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인식도 못합니다. 결국 김정은조차 세계에서 가장 최신식 자율주행차를 줘도 타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그런 후진 세상을 만들고, 또 고칠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김정은은 여러분들에게 북한은 천국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또 자기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선물한 비싼 방탄차, 최고급 벤츠 승용차, 일본 고급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길가에서 배낭을 메고 다니는 인민을 한심하게 보고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얘기하다보니까 아무래도 저는 자율주행차를 사야할 것 같습니다. 그 차를 타고 다니면 제가 김정은도 감히 누리지 못하는 최신기술을 마음껏 향유하고 산다는 만족을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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