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화물선 매각을 둘러싼 이야기들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19-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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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에 압류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 호가 미국령 사모아 수도 파고파고 항구에 정박해 있다.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에 압류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니스트'(Wise Honest) 호가 미국령 사모아 수도 파고파고 항구에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미국과 한국에선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는 ‘오토 웜비어 사건’에 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오토 웜비어는 나름 미국에서 괜찮은 대학인 버지니아대학의 경영학부를 다니던 21세 학생이었습니다. 그는 2015년 12월 미국의 북한 전문 여행사를 통해 평양으로 5일짜리 여행을 떠납니다. 양각도호텔에 머물던 그는 북에서 ‘국가전복음모죄’로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 받는데, 2017년 6월, 즉 잡힌 지 1년 반 만에 식물인간 상태로 미국에 돌아왔고, 얼마 안돼 숨을 거두었습니다.

웜비어의 죄라면 양각도호텔 5층에서 선전 구호판 하나 떼어낸 것입니다. 47층짜리 양각도호텔에서 5층은 이미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들 속에서 유명합니다. 호텔 엘리베이터 단추에도 5층이 없어서 4층이나 6층에서 계단으로 몰래 들어가 사진 찍고 오는 곳이기도 한데, 외국인들 속에는 이곳이 보위부가 호텔 방들을 비밀카메라로 감시하는 곳으로 소문났습니다. 보위부 감시를 뚫고 이곳에 가서 사진 찍는 것은 서양 청년들에겐 일종의 모험 탐험이나 마찬가지어서 웜비어도 장난삼아 갔던 김에 구호판까지 떼어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이를 국가전복음모죄로 몰아 15년형을 선고합니다. 외국인이 장난삼아 구호 하나 떼어낸다고 해서 국가가 전복됩니까. 어이가 없죠. 웜비어가 북한에서 자백했다는 기자회견을 보면 감리교 교회 친구 엄마가 북에서 구호판을 떼어 갖고 오면 1만 달러짜리 중고차를 주겠다고 했는데, 웜비어가 가정형편이 여의치 않아 범죄를 저질렀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건 믿을 수 없습니다. 웜비어는 감리교 교회에 다니지도 않고 집에 차도 엄청 많은 부자집 자식입니다. 북한은 미국인을 억류해 또 과거처럼 미국의 거물 정치인 불러 협상의 시발점으로 삼으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고문인지, 자살 기도였는지, 약을 잘못 썼는지 이유는 정확히 밝혀진 바가 없지만, 웜비어는 기자회견 직후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북한도 당황해서 생명을 유지시키려 애쓴 흔적은 보이지만, 소생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미국 사람들이 모두 분노했습니다. 미국은 법치 국가입니다. 오토 웜비어의 부모는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고, 작년 12월에 북한을 상대로 5억 달러 배상 판결이 나왔습니다. 물론 유족에게 가는 돈은 2000만 달러 정도지만, 미국에는 징벌적 손해배상금이란 제도가 있죠. 다신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거액을 배상하게 하는 제도인데, 이 돈이 3억 달러 넘습니다. 그럼에도 재판 판결이 나도 북한이 당연히 판결을 인정하지 않으니 웜비어 가족이 북한에서 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끝날 줄 알았던 일에 또 다른 변수가 생겼습니다. 올해 5월에 북한 국적의 화물선 한 척이 인도네시아에 북한 석탄 2만 5000톤을 싣고 팔러 가다가 유엔 대북제재 위반으로 억류됐습니다. 대북 제재가 무서운 게 이렇게 하지 말라고 하는 짓을 하면 몰수해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이 배를 미국에 끌고 왔습니다. 이 선박의 이름은 와이즈 어니스트호인데, 미국은 이 배가 조선송이무역회사와 송이운송회사에 소속된 것으로 보고 평양에 재판을 받으라는 통지문을 보냈지만 답이 없었습니다.

이 배는 2만 5000톤을 실을 수 있는 것만큼 엄청 큽니다. 길이도 177미터, 폭이 26미터나 됩니다. 그런데 1980년도에 만든 거라 사실상 고철이나 다름없습니다. 외국은 배를 한 30년 쓰면 폐기하는데, 이 배는 40년 가까이 쓴 겁니다. 아마 북한이 요새 하는 방식대로 외국에서 폐기할 배를 파철 값으로 사서 쓴 것 같습니다.

그런데 웜비어 부모가 이걸 알았죠. 그래서 미국 법원에 저 배를 팔아서 북한이 내야 할 손해배상금을 받게 해달라는 소송을 걸었습니다. 미국 법원에서 19일에 드디어 결정이 났습니다. 저 배를 팔아서 웜비어 가족이 받아야 할 배상금을 대신하라고 말입니다. 배가 이미 파철 가까운 상태니, 아무리 커도 이거 잘 받아야 300만 달러 정도 됩니다.

이제 북한이 펄쩍 뛸 차례입니다. 이미 화물선이 억류됐을 때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 담화, 유엔 항의서한, 유엔 기자회견 등 각종 방법으로 심대한 착오라며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판매까지 되면 더 난리를 칠게 뻔합니다. 왜냐면 지금까지 제재 위반 선박을 다른 나라들이 억류한 적은 있었지만, 미국 국내법을 동원해 자산 몰수까지 한 적은 없습니다. 이번 판결로 앞으로 북한 자산은 언제든 억류해 매각할 수 있으니 북한에겐 심각한 일인 겁니다. 북미 정상회담에도 악영향이 있을 겁니다.

이번 판결은 국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김정은이 타는 방탄벤츠를 싣고 날랐던 화물선이 지금 경상북도 포항에 억류돼 있습니다. 작년 9월에 김정은이 탈 벤츠 2대가 복잡한 경로를 거쳐 들어갔습니다. 눈치 못 채게 독일산 벤츠를 중국에서 사는 척 하다가 중국서 일본 보내고, 일본에서 부산으로, 부산에서 러시아 나호드카까지 간 뒤 고려항공 수송기가 싣고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다 꼬리가 잡혔습니다. 지금 포항에 억류된 배는 한국에서 나호드카까지 밀수한 배입니다.

그런데 이 배 역시 2000톤급 배인데, 사진을 보여드릴 수 없지만, 그냥 딱 보면 파철 수준입니다. 언제 가라앉아도 이상하지 않을 30년 넘은 배로 50만 달러 넘는 김정은 벤츠 2대를 싣고 갔는데, 북한이 요새 배를 자꾸 빼앗기니 외국에서 파철로 내놓은 배를 헐값으로 사다가 마구 돌리는 듯 합니다. 그래도 이제 북한은 점점 파철 가격도 아까움을 느끼게 될 겁니다. 좀 뭘 하려면 본전 건질 새도 없이 빼앗겨 버리니, 이번 유엔 제재가 얼마나 강력한지 알게 되겠죠. 결국 괴로우면 북미 협상으로 유엔 재재를 푸는 해법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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