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왜 남한에는 태권도 학원이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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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제 북한이 슬슬 국경 문을 열 준비를 하는 것 같습니다. 16일 신의주 압록강 철교를 통해 버스 2대가 중국 단동으로 나왔는데, 이 버스에는 카자흐스탄에서 19일부터 26일 사이에 열리는 국제태권도연맹 세계선수권대회에 참가할 선수들이 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어쨌든 3년 7개월의 코로나 봉쇄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서 사람들이 나왔는데 이런 식으로 슬슬 왕래가 시작되면 봉쇄도 풀리게 되고, 물자도 좀 많이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코로나 봉쇄 이후 해외에 처음 나온 사람들이 태권도 선수라는 점이 흥미롭네요. 그래서 오늘은 태권도 이야기 좀 해볼까 합니다.

저는 한국에 와서 태권도 학원이 너무 많아 놀랐습니다. 북한은 제대로 배울 데가 없는데 여긴 도처에 태권도 학원입니다. 지난해 한국에서 제일 많이 늘어난 학원 1위가 태권도 학원이라고 합니다.

왜 그런지 배경을 한번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한국은 도시화율, 즉 도시 인구 비율이 80% 이상으로 세계에서 상위권에 들어갈 만큼 높습니다. 즉 인구 100명 중에 도시에 사는 사람이 80명이 넘는다는 뜻입니다. 좁은 국토에 5천만 명이 넘게 사니 그럴 수밖에 없는데, 한편으로 나라가 발전될수록 도시화율이 높아지는 것은 세계의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북한의 도시화율은 50% 정도로 알려졌는데 즉 인구의 절반은 농촌에서 산다는 의미입니다. 도시에 나와 공업에 종사해야 잘 살지, 농촌에서 농사나 지어서 잘 살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입니다. 나라가 잘 살려면 도시 인구가 많아야 합니다.

한국은 그럼 농촌에 사는 사람이 20%는 될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더 구체적으로 연령을 따지면 농촌에는 아이들이 거의 없습니다. 노인들만 많이 살아서 20세 미만 청소년과 아이들의 90% 이상은 도시에 산다고 봐야합니다. 여기에 인구 감소 현상까지 두드러지게 나타나 숱한 농촌 학교들은 매년 문을 닫습니다.

아이들이 도시에서 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한국의 도시는 또 차도 엄청 많고, 너무 복잡해서 아이들이 동네를 뛰어다니며 놀기 적절치 않습니다. 제가 북에서 자랄 때만 해도 산과 바다, 논밭을 뛰어다니며 개구리 잡고 머루 따고 이러며 놀았는데 요즘 애들은 그런 체험을 할 수가 없습니다.

또 부모들도 직장에 나가 일하니 아이들이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후에 딱히 할 것이 없습니다. 한국의 치안은 세계적 수준으로 안전하지만, 그렇다고 아파트가 즐비한 동네에서 할 것이 별로 없죠. 또 부모들도 그걸 원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체계적으로 교육을 시켜야지, 오후에 너 하고 싶은 대로 놀아 이러면 학교에 가서 공부도 뒤쳐지고, 인간관계도 뒤쳐집니다. 그렇지만 10살 미만의 아이들은 활동량이 워낙 많아 또 놀지 못하게 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 배경에서 발달한 것이 태권도 학원, 영어학원 등입니다. 태권도 학원에 가면 운동을 배워주어 넘쳐나는 에너지도 소화시킬 수 있고, 또 부모들이 퇴근할 때까지 돌봐주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태권도 학원 다니지 않은 청년이 거의 없습니다.

태권도를 그렇게 많이 배워주면 한국은 맨날 싸움판이겠네, 이렇게 생각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여긴 또 싸움은 하지 않습니다. 어떤 이유든 간에 먼저 때린 사람이 잘못한 것으로 돼서 경찰서에 가야하고, 그렇게 폭행죄로 기록이 남으면 인생이 참 힘들어지니 웬만하면 말로 해결합니다.

한국에서 배우는 태권도는 북한에서 배우는 태권도와 다르다는 점은 여러분들도 아실 겁니다. 세계 태권도 역량이 한국에서 주도하는 세계태권도연맹, 약자로 WT와, 북한이 주도하는 국제태권도연맹, 약자로 ITF로 갈라진 것은 여러분들도 잘 아실 겁니다. 지금 올림픽에 채택된 태권도는 한국의 WT 주도 태권도입니다. 사실 두 태권도 모두 큰 차이는 없는데, 북한 태권도가 손으로 얼굴을 때리는 것을 허용하는 등 실전성에 중점을 둡니다.

태권도를 창시한 사람은 여러분들이 최홍희로 알고 있는데, 그가 태권도 창시에 엄청난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엄밀히 따지면 유일한 창시자라고 하기도 그렇습니다. 최홍희는 2002년에 북한에서 죽고, 그가 살아있을 때 민족과 운명 차홍희 편이 나왔죠. 수령님 흠모하고 어쩌고 그런 거 다 허튼 소리고, 박정희가 전두환을 시켜 인민군 위장한 부대로 공격해 제거했다 이런 것도 다 지어낸 말입니다. 하지만 최홍희가 박정희와 사이가 좋지 않아, 캐나다로 간 것은 맞습니다.

태권도가 우리 민족의 무술이라고 하지만, 실제 격투할 때보면 단점이 많은 운동입니다. 몸을 단련하는데 좋고, 배우지 않은 것보다는 낫지만, 권투, 유술, 킥복싱, 주짓수, 삼보 등 각 나라들의 무술과 비교하면 강하다고 하긴 그렇습니다.

이런 것은 북한에서 가르쳐주지 않으니 잠깐 참고로 말씀드리면 태권도의 제일 큰 약점은 체력 소모가 심합니다. 발로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스스로 체력을 갉아먹다보니 시간 좀 지나면 제풀에 지칩니다. 또 권투처럼 접근해서 냅다 치거나 유도처럼 자빠뜨리고 목 조르면 그냥 당합니다. 그래서 격투기 선수 중에 태권도를 배워 성적이 잘 나오는 사람은 없습니다. 모든 무술의 기본이 맷집이 좋아야 하는데, 그건 체격에서 나옵니다. 기술이 좀 좋다고 100㎏ 넘는 거구를 때려눕히는 것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일입니다. 그리고 또 약점이 발을 쓰는 운동이라 발을 높이 들었다 상대에게 잡혀 휘둘리면 꼼짝없이 당합니다. 그래서 태권도 사범들도 실전과 비슷한 격투 경기에 나가면 매번 패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도 태권도를 싸우려 배우는 것이 아니라 몸을 단련하려 배우는 것이니 안 배운 것보다는 훨씬 낫겠죠. 이렇게 오늘은 북한 태권도 선수단의 파견을 계기로 태권도 이야기 좀 해봤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