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의 서울살이] 김정은, 언제까지 욕만 하며 살겠는가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2.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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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하의 서울살이] 김정은, 언제까지 욕만 하며 살겠는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째인 지난 17일 시민들이 서울역 대합실에서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북한은 이날 새벽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전날 시작된 한미연합연습 '을지프리덤실드(UFS)' 사전 연습에 대한 반발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8 15일 광복절 축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6개 항목으로 구성된 ‘담대한 구상’을 대북정책으로 제안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집권 5년 동안 대북 정책을 어떻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셈인데, 집권 후 3개월 만에 대북정책이 구체화된 것입니다.

 

구체적 내용을 보면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등으로 북한을 돕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전제는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그 과정에 돌입하면 단계별로 지원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런 제안에 호응할 가능성은 사실 크진 않습니다. 핵무기를 버리고 비핵화할 것이면 벌써 했겠지, 지금까지 핵무기만 부둥켜안고 저렇게 점점 가난과 궁핍으로 빠져들지는 않겠죠. 사실 대북 제안은 과거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도 다 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은 북한의 평균 소득이 3,000달러에 이를 때까지 지원해주겠다고 했고 항목도 6개에 국한시키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중국 횡단철도와의 연결, 남·북·러 가스관 부설, 송전망 구축사업 등을 통해 중국과 러시아까지 참여시키려 했습니다. 전력·교통·통신 기반도 마련하고 남북교류협력사무소 설치, 개성공단 국제화, 지하자원 공동개발, 국제금융기구 가입 주선 및 국제투자 유치 지원 등도 해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두 정부 집권 기간 남북관계가 어떻게 파탄이 났는지는 여러분들도 알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북한은 천안함 피격 도발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해 남북관계를 끝내 버렸습니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남쪽에 몰래 내려와 목함 지뢰들을 묻고 돌아가 한국 병사들이 다치게 했고, 하지 말라는 핵실험을 끝내 감행해 개성공단까지 문을 닫게 했습니다. 그러니 윤석열 정부가 대북 제안을 어떻게 하든 김정은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죠.

 

또 북한은 6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소형화와 수소탄 개발까지 선언한 상태입니다. 김정은이 자기가 보유한 핵무기 가격이 훌쩍 뛰었다고 생각하는데, 과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은 한국 정부의 제안에 응할까요. 윤석열 정부도 대북 관계에 있어서는 운신의 폭이 매우 좁습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유엔의 강력한 대북 제재로 이젠 웬만한 지원은 다 유엔 제재 위반이 됩니다. 한국이 이를 무시하고 북한에 지원한다면 유엔의 제재를 이번에는 한국 정부가 받게 되는 것입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국제사회의 제재로 입는 피해의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또한 북한은 핵 문제는 철저히 미국하고만 협상하려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보유한 미국의 약속이 있어야 김정은의 목숨이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김정은의 불안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학대하는 3대 세습 독재 왕조 정권이 뭐가 그리 존중할 것이 있다고 안전까지 보장해주겠습니까. 북한 정도가 미국에 뭐 위협이라도 됩니까. 미국도 굳이 그런 독재 정권의 존재와 안보를 보장해주겠다고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러니 북한의 비핵화 과정은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고, 핵을 그러쥐고 나만 살겠다는 김정은 때문에 북한 주민들만 가난해지고 죽어 나가는 것입니다. 북핵의 인질은 실은 북한 주민들입니다.

 

저는 이런 상황이라면 윤석열 정부가 북한에 뭘 제안한 것이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젠 비핵화와 대북 지원을 연계한 전임 정권들의 접근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윤석열 정부는 그 어느 정권보다 당당한 대북 정책을 펼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과거 정부의 유산이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물론 매년 식량 약 40만 톤, 비료 10만 톤을 지원하던 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이어받았습니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에 쌀 10만 톤, 옥수수 10만 톤, 비료 30만 톤, 아스팔트용 피치 1억 달러어치를 당당하게 요구했습니다. 이게 거절당하자 북한은 불과 4개월 뒤 천안함을 공격하고 연평도도 거리낌 없이 포격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개성공단을 폐쇄했습니다. 이제 남북 간에는 계승할 것이 없고, 김정은이 문재인 정부도 못해준 것을 윤석열 정부에 해내라고 할 일도 없죠. 둘째로 코로나가 터진 이후로 북한은 지금까지 셀프 봉쇄를 단행하고 있는데, 남북이 서로 마주 앉지 못하는 것은 북한 때문이지 한국 때문은 아닙니다. 셋째로 한국은 훨씬 부유해졌고, 북한은 훨씬 가난해졌습니다. 가장 강력한 유엔 대북 제재에 이어 코로나 봉쇄까지 겹쳐 북한의 금고와 창고는 이미 텅텅 비었습니다. 국방력에 있어 한국은 국토가 포격 받아도 소극적 대응 밖에 못 했던 과거와 다릅니다. 반면 북한은 연료와 식량 부족으로 몇 년째 연례 군사훈련도 못 하고 있는 신세죠. 이런 상황인데도 한국을 향해 욕설만 퍼붓는 북한에 한국 정부가 왜 먼저 다가가야 합니까. 한국은 화해에도 도발에도 다 대응할 힘이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김정은의 결정에 따라 하는 거 봐서 대응해주면 됩니다. 기름이 없어 비행기도 뜨지 못하는 북한이 도발해온다면 이젠 과거와 달리 끔찍한 보복을 받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단절되면 괴로운 것은 북한일 뿐이고 시간도 북한 편이 아닙니다. 윤석열 정부가 어쨌든 대북 정책이라고 제안했으니 이제 공은 김정은에게 넘어갔습니다. 한국하고 친하게 지낼지, 아님 과거처럼 계속 욕만 퍼붓고 도발만 하다가 핵을 안고 스스로 자멸의 길을 갈지 김정은이 선택해야 할 시간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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