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은 왜 삼지연을 10번이나 찾았을까

주성하-탈북자, 동아일보 기자
20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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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은 왜 삼지연을 10번이나 찾았을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6일 삼지연시 건설사업장 현지 지도하는 모습.
/연합뉴스

사랑하는 북녘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번 주, 김정은이 35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삼지연 시 꾸리기 3단계 공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지지도 했다고 하는데 집권 이래 삼지연에만 10번이나 찾아갔습니다.

삼지연 간부들은 죽을 맛이겠습니다. 김정은이 자주 찾아간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죠. 올 때마다 이번엔 무슨 평가를 내릴지 조마조마할 겁니다. 칭찬 받음 승진이겠지만, 욕먹으면 목을 내대야 하니 저라면 칭찬도 욕도 없는 곳에 가서 살고 싶겠습니다. 김정은이 집권 초기 삼지연만큼 자주 찾아간 곳이 바로 원산이죠. 원산 간부들 그때 죽을 맛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왜 김정은은 삼지연에 이처럼 관심을 많이 가질까요. 저는 김정일 때부터 현지시찰 보도를 보면 그 주변에 무슨 별장이나 특각이 있는지부터 살핍니다. 거기 찾아가 놀다가 심심하면 밖에 나와 돌아보는 것이 현지지도가 되는 겁니다. 김정은이 집권 초기 원산을 수없이 들락거린 것도 원산 송도원 옆에 김정은이 태어난 602초대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 어릴 적 향수를 풀며 지내다가 나와서 원산 시내 좀 돌아보면서 “뭔 도시가 이따위냐”는 식으로 호통 좀 치고 들어가는 겁니다. 둘 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푸는 행동이죠.

삼지연도 왜 그리 많이 찾았겠습니까. 바로 삼지연에 김일성 때부터 김 씨 부자들이 애용하던 별장이 있기 때문입니다. 백두산 별장은 공기도 좋고 고산지대에 있어 활력이 사라진 사람들의 피로를 푸는데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김정은도 백두산 별장을 매우 애용합니다. 김정은이 어릴 때부터 가서 지낸 스위스는 수도도 해발고도가 높고 알프스 산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김정은은 고산지대에 가면 마음이 푸근해지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별장을 가는 길에 삼지연 시내를 보다가 매우 거슬렸겠죠. 삼지연은 워낙 외진 곳에 있는 곳이라 발전이 별로 없고 도시도 매우 낙후돼 있습니다. 그래서 또 “무슨 군 소재지가 이렇게 더럽냐. 당장 멋있게 꾸려라”고 호통을 쳤겠죠.

김일성이나 김정일은 북한에서만 살아서 낡은 도시가 익숙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스위스 알프스 산맥의 멋진 집들을 보고 자라온 김정은은 백두산 아래에 이렇게 남루한 집들이 있다는 것이 도저히 참을 수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백두산 별장에 갈 때마다 삼지연을 돌아보며 이것저것 잔소리하다 보니 벌써 10번이나 찾았겠죠. 양강도 도 소재지인 혜산은 한번도 방문했다는 소리가 없는데 양강도에서도 가장 외진 지역인 삼지연만 뻔질나게 드나듭니다. 전용기를 타고 삼지연 공항에 바로 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인데, 북한 전체를 살피지 않고 김정은이 한 고장에만 너무 몰입하고 있는 것도 황당하죠. 이번에 김정은이 삼지연을 방문한 것이 올해 평양 밖을 방문한 첫 사례입니다. 올 한해 그냥 놀고먹은 셈인데 삼지연도 일부러 간 것이 아니라 요양 차 갔다가 들린 것이겠죠.

이번에 김정은이 35일이나 모습을 보이지 않은 것은 2014년 이후 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2014년엔 39일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쩔뚝거리며 나타났죠. 그동안 왜 지방에는 나가지 않았을까요. 올해 달라진 김정은의 체형과 연관 지어 설명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정은이 갑자기 살이 빠졌죠. 살 빼려고 위 절제 수술을 받았든, 운동을 했든, 아무튼 열심히 노력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이때는 정신적 압박에서 벗어나야 하니까 만사 팽개치고 들어가서 요양과 운동을 했겠죠. 하지만 평양에만 있기 답답했을 겁니다. 외국 언론들이 위성을 통해 관찰한 결과 원산 별장에서 김정은 전용 요트가 자주 움직였고 김정은 전용기의 움직임을 추적해 백두산 별장에도 가는 것 같다고 보도했습니다. 지금 삼지연에 간 것을 보니 백두산 별장에 자주 간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저는 김정은의 삼지연 시찰 보도를 보자마자 얼굴부터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혈색이 좋아 보이더군요. 당장 죽을병에 걸린 것은 아닌 듯 합니다만, 지방에 자주 나가 돌아다닐 정도도 아닌 듯 싶습니다. 외부에선 김정은이 오랫동안 사라지면 건강 이상설부터 제기합니다. 김정은이 갑자기 죽으면 세계에 혼란이 오기 때문입니다. 북한에 갑자기 절대적 권위자가 사라진 세상이 오면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생겨나고 이는 중국과 한국의 정세 불안과 이어집니다.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강대국이기 때문에 중국의 혼란은 세계의 혼란과 이어집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김정은 사후 북한이 어떻게 될까를 궁금해 합니다.

김정은이 갑자기 죽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현재론 김여정이 권력을 물려받겠지만, 그가 과연 권력을 지킬 수 있을까요. 그게 모든 북한 연구자들의 호기심 대상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김여정은 권력을 지킬 수 없다고 봅니다. 가부장적인 북한 사람들이 여성 지도자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게 핵심은 아닙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통치 체계에서 찾아야 할 겁니다. 김정일 사후 김정은이 권력을 잘 물려받은 것은 김정일이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2008년 8월 이후 3년 동안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거쳤기 때문이죠. 당과 군, 보위부와 금고 열쇠를 다 주고 마지막에 김일성 광장에 같이 나와 김정은이 후계자임을 대내외에 알렸습니다. 만약 김정일이 갑자기 죽었다면 누구를 후계자로 지명했는지 알 수 없어 맏아들 김정남을 미는 파와 김정은의 형 김정철을 미는 파, 김정은을 미는 파가 서로 목숨을 건 경쟁을 벌였을 겁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죠. 김정은이 갑자기 죽으면 김정철이 후계자가 될지, 김여정이 될지 서로 경쟁하지 않을까요. 권력이란 것은 하루아침에 세습되는 것이 아닙니다.

어쨌든 김정은이 혈색이 좋아서 다시 나타난 것을 보니, 김정은 유고 이후의 걱정은 조금 더 뒤로 미뤄도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주성하였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성하,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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