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도 이산상봉에 합류하고 싶다

김춘애∙ 탈북 방송인
2014-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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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행사 2차 마지막날인 지난 25일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작별상봉을 마친 북측 상봉자들이 버스에 탄 채 남측 가족들과 손을 잡고 작별을 하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2차 마지막날인 지난 25일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작별상봉을 마친 북측 상봉자들이 버스에 탄 채 남측 가족들과 손을 잡고 작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지난 한 주간은 3년 4개월이라는 긴 시간 끝에 이루어진 이산가족 상봉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짠하게 만들었습니다. 2박 3일간 진행되는 2차 이산가족 상봉에 참여한 남측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는 모두 83명이라고 합니다. 이산가족이란 전쟁 전 서로 친척집에 갔다가 38분계선이 막혀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거나 또는 전쟁을 피해 어린 나이에 부모님의 손목에 끌려 내려온 경우, 또 폭격에 부모 형제들과 생이별하여 후퇴하는 피난민들과 함께 이곳 남한으로 내려왔다가 가족의 곁으로 가지 못한 분들이랍니다.

그중에는 금방이면 만날 줄 알았건만 60년이 넘는 기나긴 세월, 부모형제들을 하염없이 기다리다 어느덧 검은머리가 백발이 되었고, 이제는 고령이 되어 이 세상을 떠난 이들도 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친 저는 조금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습니다. 출입문을 열고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텔레비전을 켰습니다.

마침 9시 뉴스 시간이라 그날 오후에 있었던 이산가족 상봉 내용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너무 나이가 많아 밀차를 타고 상봉의 장으로 들어서는 어르신도 있었고 걸음을 걸을 수 없어 자식들이 부축해 들어서는 어르신들도 있었습니다. 마음이 짠하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곳 남한으로 피난민들과 함께 내려올 당시에는 부모님 손에 고사리 같은 작은 손목을 잡혀 내려왔었고, 고령이 된 오늘날에는 자기 몸 하나 유지하기 힘들어 자식들의 부축과 밀차에 몸을 맡긴 채 꿈에도 그리던 가족과 형제들을 만나러 가는 모습을 보니 이산가족들의 아픔과 슬픔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저로서는 가슴이 더더욱 아팠습니다.

한순간도 빠짐없이 그리웠던 동생을 만났건만 너무 나이가 많아 말은 하지 못하고 그저 부둥켜안고 눈물만 하염없이 흘리고 있는 한 할머니의 장면도 있었습니다. 91살의 김 할아버지와 홍 할머니는 고령에다가 감기까지 겹쳐 건강 악화로 주사바늘을 꽂은 채 북한에 두고 온 아들과 딸을 만날 수만 있다면 죽더라도 금강산에서 죽겠다며 강한 의지로 구급차에 실려 갔습니다.

우리 측은 그들의 건강상태를 고려해 구급차 상봉을 요구했지만 북한 측은 남북 간 합의된 내용이 아니라면서 거부하다가 겨우 비공개 상봉을 허락했다는 사실도 저는 뉴스를 통해 들었습니다. 혈육의 정을 나누는 이번 이산가족의 상봉에는 고기잡이를 하다가 북한당국에 의해 납치되었던 피랍선원 가족 같은 특별한 분들도 있었습니다.

10대의 철없는 어린나이에 형제들과 헤어졌다가 백발이 되어 잠시 만나자마자 또 헤어져야 하는 마당에 시간이 됐다고 빨리 일어나라고 하는 요원들이 야속했습니다. 이제 헤어지면 언제 또 만날지 모르는 마당에 서로 말문이 막혀 얼굴만 하염없이 들여다보며 손만 만지고 또 만지는 모습을 보는 저도 눈물이 흘렀습니다.

너무도 기나긴 세월 서로 헤어져 사는 동안 하고 싶었던 일과 하고 싶었던 말들도 많았지만 서로 자유로이 하고 싶은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이산가족 상봉, 서로 눈물로 아픈 마음과 가슴을 표현할 뿐이었습니다. 잠시 만났다가 또 헤어져야 하는 이산가족 상봉을 두고 사람들은 잔인한 상봉이라고도 말합니다.

기나긴 세월동안 얼굴생김새도 모른 채 그리워했던 자식을 잠시 잠깐 만났다가 이제 헤어지면 또 언제 만날지 모르는 기약 없는 약속을 남기고 서로 눈물을 흘리며 헤어지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한 주간 내내 집과 버스, 기차내 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 이번 이산가족 상봉내용을 빠짐없이 보면서 지금 북한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조금 생각해 보았습니다. 먹을 것이 없어 굶어 영양실조로 퉁퉁 부은 자식과 남편, 아내를 고향 집에 남겨두고 중국으로 식량을 구하러 떠났다가 다시 돌아가지 못하고 이곳 한국에 오게 된 우리 탈북자들은 맨 먼저 찾는 것이 가족이랍니다.

그런데 지금 북한 당국은 고향에 남겨져 있는 탈북자의 가족들을 색출하여 한번 들어가면 죽어서도 나오지 못하는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 처형하고, 인적 없는 심심산골로 추방시켜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줌으로써 우리들에게 두 번 아픔을 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면 나도 가족들과 함께 당당하게 이산가족 상봉대열에 참여할 수 있을까, 나 자신은 생전 그리운 고향에 한 번쯤은 가 볼 수 있을까, 그날도 얼마 멀지 않았으리라 희망을 가져봅니다. 서울에서 김춘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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