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기획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실체’ 오늘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호칭에 대한 얘기를 해드리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북한에서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이름을 부를 때는 반드시 이름 앞에는 수식어를, 뒤에는 존칭을 붙여야 합니다. 유일체제가 완성되면서 김일성 김정일 부자는 신과 같은 존재가 됐으며, 따라서 북한은 김 부자의 이름이 다른 사람의 이름과 동등하게 취급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북한에서 김정일에 대한 수식어와 호칭은 몇 개나 될 것 같습니까? 알려진 바에 따르면 무려 380여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비서동지, 당중앙, 유일한 지도자, 영명하신 지도자, 존경하는 지도자, 경애하는 지도자, 영도자, 최고 사령관, 수령, 인민의 어버이, 위대한 지도자, 백두 광명성, 향도성, 민족의 태양, 또 한분의 걸출한 수령, 탁월한 군사 전략가, 강철의 영장, 민족이 어버이, 인민의 지도자, 우리 아버지, 친애하는 지도자, 충성의 최고 화신, 위인 중에 위인, 절세의 애국자, 최고 사령관 동지, 국방위원장, 우리당과 인민의 위대한 영도자, 장군님 등 다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1990년대 초반 북한을 탈출해 지금은 남한에 정착해 사는 탈북자 이광춘(가명)씨는 1990년대 초 당시만 해도 김정일에 대한 호칭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면서, 김정일의 정치적 위치가 격상됨에 따라 그에 대한 수식어도 길어지면서 호칭도 변화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이광춘: 제일 처음에는 중앙당 선전선동부에서 존경하는 비서동지라고만 했어요. 그러나 김정일이 국민적 지도자로 나올 때는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 김일성이 사망하기 전에 국방위원장이라는 직함이 공식화되기 시작했죠. 그 다음에 최근에 장군님이라고 불리게 된 것입니다.
탈북자 이광춘씨는 북한을 떠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김 부자에 대한 긴 수식어들과 호칭들은 정확히 암송하고 있다면서, 그만큼 북한 당국은 김 부자를 최고로 높이는 호칭을 통해 주민들을 세뇌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북한 당국의 김 부자 우상화 교육에도 불구하고, 최근 북한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정일을 깎아 내리는 비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북한전문인터넷 언론인 'Daily NK' 의 김영환 논설위원은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김정일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반감이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김영환: 과거에는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도 그냥 김정일 이라고 부르는 것을 많이 거북해 했는데 요즘은 탈북한지 하루 만에 김정일 이라고 아주 자연스럽게 얘기하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심지어 평양 대학생들이 자기들끼리 모여서 김정일 장군님이라고 경칭을 붙이는 사람은 사적인 자리에서 왕따가 될 정도라고 합니다.
한편, 남한이나 미국, 일본 심지어 중국에서도 최고 지도자들은 대부분 대통령이나 총리 혹은 국가주석 등 공식 직함으로만 불리고 있습니다. 북한에서처럼 ‘경애하는, 위대한, 영명한, 탁월한, 등과 같은 수식어는 붙지 않습니다.
일반 시민들은 사적인 자리에서는 그냥 그 사람의 이름을 부르거나 또는 별명이나 비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랍니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누가 잡아가거나 처벌하지도 않습니다. 한 나라의 지도자라고 하더라도 잘한 것은 칭찬하고 못한 것은 비판하는 자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워싱턴-이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