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보내 드리는 주간 기획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실체’시간입니다. 북한에서 김일성.김정일 부자는 오랜 우상화 정책을 통해 마치 중세시대 왕처럼 신격화 됐습니다. 그들의 출생은 물론 가족 관계, 이들의 사생활은 철저히 비밀에 가려져 있습니다. 또한 이들의 권력 장악 과정도 북한에서는 아는 사람이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오늘은 김일성의 초상휘장에 대한 얘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김일성 초상휘장, 남한에서는 김일성 배지라고 부릅니다. 김일성 초상휘장은 1970년 김정일의 지시로 제작 보급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김일성 개인 우상화를 위한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중국의 모택동 초상휘장을 본 따서 제작했는데 비를 맞으면 물이 스며들어 색상이 변하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후 단점을 보완해 새롭게 제작한 것이 지금의 초상휘장입니다. 북한에서 초상휘장을 만드는 곳은 만수대 창작단 '1호 작품과'입니다. 북한 최고의 화가와 공예가들이 모여 정교하게 김일성의 얼굴을 그리고 휘장의 모양을 도안합니다. 이렇게 탄생한 여러 가지 모양의 초상휘장들은 학교를 다닌 북한 주민들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김일성 초상휘장은 북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생명과도 같은 성스러운 존재입니다. 탈북자 박광일씨는 초상휘장을 가슴에 단다는 것은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충성심의 표현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광일: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서 김일성 김정일 초상휘장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내가 김일성 김정일과 같이 있지는 못하지만 내 심장부위 에 달아서 항상 내가 김일성 김정일과 함께 있다는, 내 심장 속에는 김일성 김정일이 살아 있다는 그런 상징적인 의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초상휘장을 의무적으로 달아야 합니다. 논밭이나 공장 등에서 일할 때 외에 행사나 집회, 외출 때는 반드시 착용해야 합니다. 다만 분실하거나 훼손됐을 경우 고의성만 없으면 다시 받을 수 있습니다. 만일 초상휘장을 달아야 할 장소에서 달지 않았을 경우 사상투쟁을 각오해야 한다고 북한민주화운동본부의 박상학 대표는 말했습니다.
박상학: 어디 집회한다든지 생활총화 한다든지 그럴 때 초상휘장을 모시지 않으면 사상투쟁을 하는데 엄청나게 욕먹습니다. 옷은 허름하게 하고 다녀도 초상휘장은 꼭 모시고 다녀야 합니다.
김일성 초상휘장은 또 신분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초상휘장을 만드는 만수대 창작단 '1호 작품과'에서 점차 간부용, 청년용, 노동자용, 재일교포용등 여러 가지 모양을 내 놓으면서 신분의 표시로 변하게 되었습니다. 자유북한방송의 김성민 국장은 인민은 평등하다는 북한사회에서 가슴에 단 초상휘장만 보면 그 사람의 신분을 알 수 있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성민: 김일성의 초상휘장이 지위나 자기가 처한 위치를 확인해 줍니다. 예를 들면 노동당 깃발이 있는 초상휘장을 달고 있는 사람은 당 간부, 또 돈 많은 재일교포들이 다는 '재일교포상'이 따로 있습니다. 또 새로 만든 초상휘장을 달고 다니는 사람은 어느 대회에 참가한 사람입니다.
한편 최근 북한의 신세대 젊은이들은 일률적인 옷차림에 뭔가 변화를 줄 수 있는 장식 요소로 김일성 초상휘장을 이용하고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특히 간부용으로 불리어지는 초상휘장 '당상'의 경우에는 몇 달치 노동자 월급으로 암거래될 정도로 멋을 부리기 좋아하는 평양의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라는 것입니다. 김성민 국장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당상'이 충성심이 아닌 장식요소로 사용되는 것은 그만큼 김정일 정권에 대한 존경심과 신뢰가 무너졌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이수경